아침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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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시간
(월∼금) 10:00 am ∼ 12: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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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김형준 · 우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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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제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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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주소
3700 Wilshire Blvd. #600 Los Angeles CA 90010
아침마당 담당자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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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참여
213) 674-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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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참여
radiokorea1540
저는 한국에서 진정 잘 나가는 여자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여봐라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S사, H사, S땡T사 등등 은행, 정부, 기관들의 합사(합동사무소)를 이끌며
드라마에서 멋진 남자주인공의 직함으로 단골 등장하는
그 “본부장님”을 역임했습니다.
여자 몸으로 개. 발. 판 (개발 사업 판) 에서
그 것도 대형 회사들을 모듬으로 엮은
합동 사무소의 본부장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니었습니다.
소위 여자이기를 포기하다시피 해야하는 일이 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곱절은 많은 남자들과 삿대질을 해가며 싸워야 했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서류를 남자들 면상에 날려야 했으며
소위 기강을 잡기 위해,
괜한 트집을 잡으며 프로젝트를 원점으로 돌려버리고는
폭탄주를 돌리며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원샷을 외쳐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도!
독종 소리를 들으며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을 헤집고 다니던 저도!
집에 들어오는 순간Mrs. 지킬이 Mrs. 하이드가 될 수 밖에 없는
최대 강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시가 다되어 집에 들어 와 가방을 내려 놓는 순간
남편은 “왔니? 골뱅이 뭍쳐라”를 아주 편한 자세로 TV에서 눈도 떼지 않은체
천진무구하게 외쳤습니다.
그럼 저는 그 순간 앞치마를 입으며 “넵”을 칼같이 외쳐아 했고
소면까지 접시에 꽈리를 틀어 얹은 골뱅이 무침을 대령해야만 했습니다.
그 뿐이면….말을 안합니다.
가족이 먹는 음식이 뭔지는 알고 있어야 함으로
아내이자, 어머니이자, 며느리인 제가 직접 장을 봐야 한다는 지론에 의해
아무리 바빠도 시장은 제가 손수 봐야 했고
아침부터 한상차림으로 먹는 가풍에 의거
매일 아침 국으로 시작한 한 상 가득 차려진 아침을 준비해야 했으며
쉬는 주말이며 주말 내내 밑반찬이나 김치를 담궈야 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까지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에 테넌드로 참여하기로 한 H백화점 본사에서 있던 미팅에 참석 했던 저는
폼나게 PT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핸드폰 진동을 푸는데
순간 핸드폰이 크게 울렸습니다.
화면에 시어머니 전화 번호가 떳고
H사 상무님 이하 임원분들이 계신 자리라 서둘러 전화를 받는다는게
스피커폰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전화기에서 흘러나온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크게 회의장을 울려 펴졌습니다.
“에미야, 쌀 떨어졌다. 쌀 사오너라”
막 회의장을 나가시려던 H사 상무님 이하 모든 직원들의 시선이 저를 향했고
상무님게서는 “전본부장 쌀 떨어졌단다. 백화점에서 쌀 한포대 가져와라”
라고 외치셨습니다…
이렇듯 밖에서는 잘 나가는 제가,호랑이라고 불리던 제가,
집 안에서는 종이 호랑이에 불과한 이유는
다 제 남편에게 있었습니다.
10살에 육박하는 나이 차가 나는 남편은
장남에 사고가 조선 초기에 유교 사상을 머리에 박고 사는 남자였습니다.
물론 연애 할 당시에야 제가 그걸 알았겠습니까.
제가 눈치도 못체도록 완벽하게 저를 능멸하고는
결혼을 한 그 당일 부터 본색을 내놓고 드러내기 시작 했습니다.
초기에는 저도 완강히 반기를 들었습니다.
고명딸로 인생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기에
부당한 현실과 맞서 당당히 일어서 싸웠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치밀하지 못하고 감정적인 저는
싸움 초반에 앞 뒤 안가리고 쏟아 붓듯 다 쏟아내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남편은 썩소를 날리며 수첩을 되돌리고 있었습니다.
기자 출신인 남편은 제가 쏟아내는 것을 조목 조목 메모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아주 첫장부터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풀이를 하기 시작했고
맨 마지막 장이 끝날때쯤엔 제 입에서 “내가 잘못했어.”가 흘러 나올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신비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매번 반복 되자
저도 싸움의 기술을 다양하게 변화를 주어 대처를 해보았으나
남편은 정말 천하 무적이었습니다.
인간이 저렇게 강력한 정신세계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 끝도 없는 싸움을 몇 년을 이어가던 저는 너무 힘들어서,
살기 위해서 지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인간이 인간의 젓을 먹어야지 왜 소젓을 먹는가?란 남편의 의견에
군소리 없이 두 아이 합쳐 3년을 밤바다 2시간에 한 번씩 깨며 젓을 물렸고
내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절대 맏길 수없다는 의견에
시어머니가 1시간을 차를 타고 오셔서 바톤 터치 해 주시기 전까지는
시장 한 번 혼자 나가지 못했습니다.
친구 좋아하고 후배 선배에 목숨 거는 남편은 불쑥 친구를 데리고 오기 일쑤였고
초대를 하면 아주 15명, 30명 대대적으로 하였습니다.
잘 되는 집안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되는 말만 골라하는 남편을 이길 자신도 없고
살려니 맞추고 살자 결심한 바 있어 다 맞추고 살았습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이민을 오자는 말도 본바 들은바 있어 맞는 말이기에
잘나가던 본부장 자리 내려 놓고 남편 따라 미국을 왔습니다.
미국에 와서도 여전히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한상 차림 아침을 차리고,
아이들 도시락을 싸고
빨래며 청소며 고양이 뒷치닥거리, 진돗개 뒷치닥거리 등등
한국에서 잘 나가던 제가 미국에서 진정한 아줌마로 잘~~~알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사는게 남편이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건지,
제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 먹은 건지 알길은 없지만
남편 말이 틀린 말이 없고
덕분에 두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밝게 자라는 것을 가슴 뿌듯하게
바라보며 기왕 내가 선택한 남편,
원하는대로 쌈박하게 맞춰주자! 라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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