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가 펀드 대신 코인 투자에 빠져드는 이유

글쓴이: jasmine78  |  등록일: 06.11.2021 14:13:49  |  조회수: 358
코로나 대유행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강력한 트렌드 한 가지를 뽑아보라고 한다면 '개미운동'일 것이다. 올 초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건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2021년 1월 '레딧'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단합된 개미투자자들은 대형 헤지펀들의 공매도 무력화를 통한 수익 창출(숏스퀴즈)을 목적으로 온라인에서 공모하여 게임스톱의 주가를 폭등시켜버렸다. 월 초 20달러가 채 안 되던 게임스톱 주가는 1월 29일 400달러 선을 넘나들며 공매도 세력에게 약 70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안겨주었다.

누군가는 이 사건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취급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이 사건을 금융 포퓰리즘의 대표 사례로 뽑으며 규제를 촉구한다. 투기를 목적으로 운집한 인터넷 개미들은 게임스톱의 수천 억원의 적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십 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논란이 되는 점은 인위적인 가격 상승 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가격 급락의 손실이 매수 대열에 늦게 합류한 다른 개미들에게 전가되었다는 점이다.

게임스톱 사건을 두고 버크셔헤서웨이의 찰리 멍거는 "더럽다"고까지 비난을 한 바 있으며 당국은 수차례 규제를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이고 이분법적 접근은 우리에게 아무런 시사점도 제시하지 못한다. 도널드 트럼프 현상을 미국 러스트벨트의 노동자의 입장에서 이해해야만 그 대응책이 보이듯이 우리는 금융 포퓰리즘을 2020년대의 하나의 중요한 매크로 트렌드로 인식하고 그 배경을 2030 개미의 입장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월가를 점거하라 운동(Occupy Wall Street)'과 같은 사회 운동과는 달리 2020년대의 금융 포퓰리즘은 '사회정의'보다는 '개인 이익 실현'을 위하여, '거리'가 아닌 '인터넷'에서 조직된 운동이다. 그 둘의 공통점은 젊은 세대들의 경제적 현실에 대한 불만과 기득권에 보다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는 금융 환경에 대한 저항의지를 표명한다는 점이다.

극심한 자산 인플레이션과 실질소득의 하락이 끝나기 전에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모으며 필사적으로 투자하는 대규모의 개미집단의 조직화를 막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젊은 세대들의 '비계몽주의적, 사익추구형 사회 저항 에너지'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과 결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2030세대, 생존 위해 선택한 '큰 손'과의 결투

일반적으로 특정 금융자산에 대한 가격 결정은 해당 자산의 현금창출력에 기반한다. 그러나 양적완화가 만연해진 2010년대 이후 수많은 주식의 가격은 현금창출력과는 종종 무관하게 결정되었다.

흑자전환이 아예 불가능할 것 같아 보이는 회사도 대형 펀드들이 가격을 띄우며 수십 조를 투자하면 금융전문가들은 그 가치평가에 근거를 마련해주었다. 펀드들의 경우 자금을 빨리 소진하면 소진할수록 운용수수료를 받아갈 수 있기에 이러한 형태의 시장조성은 펀드들의 이익에 부합했다. 즉, 넘치는 유동성에 대한 무한한 액세스(Access)를 갖고 있는 '고래'들이 선택하는 주식은 가격이 오르고, 그들이 공매도를 하면 가격이 떨어졌다.

경제학에서 우리는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자원의 배분이 가장 효율적인 메커니즘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고래의 이서서클(Inner circle)' 밖에 있는 개미들 관점에서 본 작금의 금융시장은 시장의 선택이 아닌, 몇몇 '큰 손'이 선택하는 회사가 특정 섹터의 공급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자본이 분배되는 공산주의 계획경제와 흡사해 보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2020년대의 2030 개미투자자들은 '벼락거지'를 피하기 위한 각자의 싸움을 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인플레이션은 일종의 세금이다. 그것도 없는 자들에게 불리한 역진세(Regressive taxation)이다. 2030세대들은 지난 10년간 극심한 자산인플레이션과 실질소득 하락을 경험하였다. 국민의 80% 이상이 일자리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등 2030세대는 극심한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각자도생의 일환으로서 금융투자에 임하고 있다. |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올라가는 속도만큼의 수익률이 나와야만 지금의 현상유지다. 그렇기에 '영끌·빚투'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이들은 저금리 시대의 대출을 이용해서 또는 코로나지원금으로 받은 생활비를 아껴서 금융자산에 투자한다.

이들의 집단적인 특성이 또 한 가지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서 여과없이 정보를 흡수하고 또 표현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위에서 언급한 개미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들 대비 갖고 있는 구조적인 열위에 대해서 이미 숙지하고 있다. 기관은 프라임브로커(Prime broker)를 통해서 저금리에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할 수 있지만 개미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눈에 지금의 금융 시스템은 불공정한 판 그 자체이다.

게임스톱 사건이 공모된 '레딧'의 글들을 읽어보면, 2030개미들의 관점이 오롯이 드러난다. 소액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만들어진 자본시장규제는 그들의 눈에는 기관들을 위한 구조적 불공정으로 해석되고, 금융전문가들의 '합리적인' 가치평가는 '고래'들이 점지한 가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위선적 자기 변론일 뿐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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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들은 인터넷에서 금융 기득권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형성하고, 밈(Meme·짤방)으로 여론을 확산시키며, 포퓰리즘적인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고통을 유머로 승화시키면서 구조적 불공정에 대한 저항의지를 표출한다.

공정' 레토릭에 부합하는 코인투자

순수한 정치적 의사 표현만을 목적으로 했던 '월가를 점거하라 운동'은 어느 순간 잦아들었지만, 각자도생을 요구하는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에 사익추구를 모티브로 규합된 '금융 포퓰리즘'은 실질소득이 올라가던지 금리가 정상화되기까지는 그 에너지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러한 2030 개미들의 집단적 사익추구형 사회저항 에너지는 결국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영역이 흡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는 블록체인은 금융 포퓰리즘과 그 탄생 배경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게임스톱과 AMC 투자 근간에는 기득권에 대한 반발을 통한 사익추구가 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 또한 기존 금융 시스템의 대체를 통한 사익추구가 그 근간이다.


두 번째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투자에서는 기관의 갖는 구조적인 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스마트 콘트랙트 기반 디파이(DeFi) 금융 상품의 경우 '고래'도 '개미'도 동일한 룰을 적용 받는 동격의 거래 참여자일 뿐이다.

즉, 코인투자는 '공정'에 대한 포퓰리스트적 레토릭에 완벽히 부합한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은 은행계좌조차 없는 수십억 명을 국경과 계층을 초월하여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일원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다. 현실에서의 프랑스 대혁명은 비록 완벽하지 않은 사회운동이었지만, 자유 평등 박애라는 이상으로 수많은 이의 참여를 이끌어 내었다. 블록체인의 초국가주의적, 탈권위적 이상향 또한 수많은 이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기 충분한 이념이자 명분이 될 수 있다.

상술한 2030 개미들의 항거는 이상적인 상태를 주창하며 거리에서 조직되는 계몽주의 운동과는 달리, 결과보다는 과정의 공정함을 부르짖으며 개개인의 욕망 극대화를 위하여 정보기술(IT)과 결합하여 인터넷에서 순식간에 조직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진 사회운동이다.

게임스톱 사건에서 모두가 목도한 대중의 투기 에너지는 최근 도지코인 열풍으로까지 번지며 금융 포퓰리즘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블록체인 커뮤니티와 쉽게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러한 개미운동의 에너지가 우리 금융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훗날 2020년대의 금융사를 조망하였을 때, 이러한 2030 개미들의 열망은 결국 지금보다 공정하고 탈권위적인 금융 패러다임으로 우리를 이끄는 기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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