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가 10일 한국 증시를 또다시 흔들었다. 국내 증시의 여전히 뜨거운 이슈인 애플카가 애플의 주요 협력사인 LG그룹주와 협력이 예상되는 2차전지 부품·소재주에 불을 댕기며 동반상승했다.
이날 LG전자는 전일 대비 3.53% 오른 14만6500원에 마감했다. LG이노텍은 3.84% 오른 2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2차전지 소재주도 함께 올랐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7.38%, SKC 5.15%, 에코프로비엠 12%, 엘앤에프 3.37% 등 상당수 2차전지 관련주 주가가 오른 채 마감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자동차 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복원하고 전 세계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견적요청서(RFQ)를 발송했다. 애플이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제적인 자동차 업체와 공동 개발이 아닌 직접 개발로 전략을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애플의 직접 개발 방식으로의 애플카 개발 전략 변화가 아이폰 개발 때와 유사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자동차 연구소 복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주도권 확보를 의미하기에 2007년 첫 아이폰 공개 이전에 나타났던 상황과 유사한 행보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애플이 스마트폰 출시 시점에 앞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든 부문에서 개발주도권을 쥔 채 전 세계에 걸쳐 부품 공급망을 마련했듯이 애플카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식 전략을 펼 것이란 설명이다.
이 경우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 이미 협력관계가 있거나 2차전지시장에서 검증된 업체를 협력업체로 둘 가능성이 높다.
KB증권은 애플이 2024~2025년 애플카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하며 배터리, 모터 등 전기차 핵심부품을 LG, 삼성, SK로부터 구매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LG전자와 LG이노텍, 배터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부품업체와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한솔케미칼, 포스코케미칼 등 소재업체와의 장기 공급계약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상했다.
앞서 이달 초 한 대만 매체는 애플이 애플카 개발 논의를 위해 지난달 SK그룹과 LG전자를 방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애플카와 협력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애플의 카메라모듈 주요 공급사인 LG이노텍은 애플카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2차전지 부품·소재주 중에서도 SK그룹의 2차전지 관련주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상승폭이 컸던 점도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9일 SK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비엠과 2024년부터 2026년까지 10조원 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만약 SK이노베이션이 애플의 협력사가 된다면 에코프로비엠도 자연스럽게 애플의 협력사가 되는 셈이다.
대규모 공급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의 주가 상승폭(6.2%)보다 10일 주가 상승폭(12%)이 2배에 달한 점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 영향력을 확인시켜줬다는 평가다.
국내 상당수 증권사는 이번 10조원 규모 계약 체결 이후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목표가를 50만원 전후로 상향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에코프로비엠 목표가로 가장 높은 53만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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