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냐요즘 영화들의 복잡한 인생사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05.26.2015 09:54:29  |  조회수: 675
영화는 두 시간 안팎의 분량이지만, 실제 영화가 만들어지는 데는 시나리오 완성 이후 보통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전제작-제작-사후제작의 각 단계에 각각 3~4개월씩 소요된다고 한다. 배우 캐스팅과 장소 섭외, 콘티 제작이 사전제작 단계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배우들을 모아 서너달 동안 촬영하고, 마지막으로 편집과 색보정 및 음악·음향·특수효과 작업에 다시 서너달이 걸린다. 이렇게 한 편의 영화가 세상에 태어나는 데 1년이 걸리는 것을 보면, 어딘가 사람의 출생과 닮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이피티브이(IPTV)와 케이블 등 유료방송이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주문형비디오(VOD)를 즐기는 사람도 늘면서 ‘영화의 일생’에 변화가 오고 있다. 극장 스크린에서 수명을 다한 영화들이 안방극장에서 되살아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 영화는 죽지 않는다, 사라질 뿐이다



영화가 완성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만, ‘영화의 일생’은 그리 길지 못하다. 관객은 새로운 영화를 찾아 떠나고, 영화는 쓸쓸히 스크린에서 내려와 ‘필름 창고’로 향한다. 물론 스크린을 찾지 못해 개봉조차 못하는 영화도 있지만.

스크린에서 전성기를 지난 영화는 종영을 2~3주일 정도 앞두고, ‘극장 동시 상영’이라는 이름으로 유료방송 쪽에 새로 둥지를 튼다. 이때는 극장 표 값과 비슷하게 1만원에 팔린다. 영화관에 갈 시간이 없는 관객들한테는 나름 기회지만, 스크린으로 보고 싶다면 빨리 극장을 찾으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가 스크린에서 내려오면서 ‘2부 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값은 곧바로 4000원으로 떨어지고, 1년 정도 흐르면 2500원 수준이 된다. 세월의 무상함인가, 나중에는 1200원이나 ‘끼워팔기’ 대상이 된다. 최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뜨면서, 여러 유료방송에선 마블 코믹스 시리즈의 여러 편을 묶어 1만원 정도에 팔기도 한다.

일부 영화는 ‘블랙 아웃’을 거치기도 한다. 극장 스크린을 떠나면서 브이오디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기간을 일컫는다. 보통 한두 달 정도인데, 이때는 합법적인 경로로는 어디에서도 영화를 볼 수 없다. 간혹 좀더 ‘브이오디 개봉’이 늦어질 수도 있는데, 이를테면 7월 개봉한 <명량>은 브이오디 서비스가 지난해 12월 시작됐다. 중국 개봉 문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티 올레티브이 관계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 영화는 결코 시간을 이길 순 없다”고 말했다.

■ ‘인생 반전’을 이룬 영화



모든 영화가 그냥 사라지는 건 아니다. 누구나 인생의 부침을 겪듯, 제2의 인생에 반전의 기회를 잡은 영화도 없지 않다.

먼저 올해 초 개봉한 <강남 1970>(감독 유하)은 219만 관객을 끌어모았지만, 제작비도 모두 건지지 못했다. 그러나 주문형비디오 시장에서 3주 동안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대박이 났고, 손익분기점을 넘겨 상당한 이익을 남겼다.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도 극장 관객은 46만명 수준에 머물렀으나 브이오디 시장에서 대박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브이오디 시장의 3대 흥행공식이라 할 수 있는 폭력, 섹스, 유명 배우의 삼박자를 갖췄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인생의 반전을 맛본 셈이다. <강남 1970>의 제공·배급사인 쇼박스 관계자는 “브이오디 버전으로 5분 정도 늘린 ‘무삭제판’을 내놨고, 안방극장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명작으로서 새삼 영화팬의 사랑을 되찾아 부활하는 경우도 있다. 소피 마르소 주연의 <라붐>(1980)은 오래된 만큼 1000원 안팎의 염가로 팔리다 갑자기 입소문을 타고 찾는 시청자가 많아지면서 2013년 10월 재개봉에까지 이르렀다. 재개봉에 따라 유료방송에서도 6000~8000원으로 덩달아 뛰었다. <로미오와 줄리엣>(1996)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유료방송사들은 어떤 계기로 예전의 명작이 화제로 떠오를 경우 방송 초기 화면에 이를 돋보이게 배치해 구매로 연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아, 맞아. 저 영화가 있었지’라는 시청자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 출생부터 ‘2부 리그’, 실속 전략



최근엔 극장 스크린을 거치지 않고 주문형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있다. 1부 리그 진출을 위해 스크린을 기다리지 않고, 마케팅 비용을 아껴 처음부터 2부 리그에서 ‘실속’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 출연했던 마크 월버그가 주연한 액션스릴러물 <겜블러>는 올해 2월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겜블러>는 미국에서 지난해 12월 극장 개봉을 했던 작품이다. 미국에서 지난 1월 개봉한 <인히어런트 바이스>(주연 리스 위더스푼, 호아킨 피닉스 등)도 2월부터 올레티브이 등에서 서비스 되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올레티브이 관계자는 “<겜블러>와 <허밍버드>(주연 제이슨 스테이섬) 등의 브이오디 매출 규모는 극장 개봉으로 3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던 기존 영화들의 브이오디 매출 수준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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