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강수연, 눈물의 영결식

글쓴이: lliaiya  |  등록일: 05.11.2022 09:46:19  |  조회수: 649
대한민국 최초의 월드스타 고(故) 강수연이 영면에 들었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서 고 강수연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졌고, 장례위원장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다.

이날 영결식의 사회는 유지태, 추도사는 김동호 이사장을 비롯해 임권택 감독, 문소리, 설경구, 연상호 감독 등이 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고, 고인을 추모하는 많은 네티즌들이 실시간 채팅창에 모였다.

유지태의 사회로 시작된 영결식에는 많은 영화인들이 참석했고, 가장 먼저 김동호 장례위원장이 인사 및 추도사를 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김동호 장례위원장은 "참으로 비통한 마음으로 강수연을 좋아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다. 믿기지도 않고 황당한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을 떠나보내고자 한다"며 "수연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우리가 자주가던 만둣집에서 만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졸지에 제 곁을 떠나다니 그때 당시 안색도 좋았고 건강해보였는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라며 애도했다.

이어 "모스크바에서 처음 만난 지 33년이 흘렀다. 그동안 아버지와 딸처럼 오빠와 동생처럼 지내왔는데 나보다 먼저 떠날수가 있는가요?"라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수연 씨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장시간 머물면서 영화제를 빛내주는 별이었다. 2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월드스타라는 왕관을 쓰고 멍에를 지고 살아왔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잘 버티면서 더 명예롭게, 더 스타답게 잘 견디면서 살아왔다"고 말했다.

또한 "이제 오랜 침묵 끝에 새로운 영화로, 타고난 연기력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강수연의 모습을 보게 될거라고 믿고 기뻐했다. 그 영화가 유작이 되리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응급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장착하고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평온한 모습으로, 평화로운 모습으로 누워있는 당신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강수연 씨 당신은 우리 곁을 떠나서 지상의 별이 졌지만, 당신은 천상의 별로 우리 영화를 비추면서 끝까지 더 화려하게 우리를 지켜줄 것 같다. 부디 영면하시길 바란다"며 슬퍼했다.


강수연의 영화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임권택 감독은 "수연아! 친구처럼, 딸처럼, 동생처럼 네가 곁에 있어서 늘 든든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 서둘러 갔나. 편히 쉬어라"며 애통한 심정을 답았다.


강수연과 1998년 영화 '송어'에서 처음 만난 설경구는 "한 달 전 촬영 끝나면 보자고, 할 얘기가 많다고 했는데..봐야 하는 날인데 선배님의 추도사를 하고 있다. 너무 비현실적이다. 지금 이 자리가 너무 잔인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추도사 내내 고개를 들지 못한 설경구는 "경험이 없던 날 하나에서 열까지 가르치며 이끌어주셨다"며 "예산이 작은 영화라 열악했고, 먹는 것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시며 회식을 시켜주시고 주기적으로 모두를 챙겨주셨던 선배님이다. 직접 알려주고 가르쳐 주셨다. 선배님의 조수였던 것이 너무 행복했다.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인 나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셨다. 선배님은 제 영원한 사수였다. 나의 친구, 나의 누이, 나의 사부님. 보여준 사랑과 염려, 배려와 헌신, 영원히 잊지 않겠다. 사부와 함께여서 행복하고 사랑했다. 더 보고 싶다. 당신의 영원한 조수 설경구"라며 추도사를 읽었다.


문소리는 고인이 평소 아끼던 후배로, 강수연의 소식을 친구네 집었다고 들었다고. 문소리는 "부쩍 더워진 봄날이었는데 친구랑 같이 콩국수 먹고 키우던 화분 분갈이를 하고 있는데 언니가 영원히 눈을 감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허망한 마음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친구가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LP를 들고 나와서 우리는 한참 그 LP를 들었다. '야 김철수 내가 반말해서 기분 나쁘니?' 그 때도 여전히 당돌한 언니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울면서 또 웃으면서 LP판 뒤에 쓰인 글도 한참을 들여다봤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영화의 세계라는 게 땅에만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언니 잘 가요. 한국 영화에 대한 언니 마음 잊지 않을게요. 언니의 가오도, 언니 목소리도, 잊지 않을게요. 이 다음에 우리 만나면 같이 영화해요 언니"라며 오열했다.


'부산행', '반도', '지옥'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의 유작이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영화 '정이'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올 하반기 공개를 앞두고 후반 작업 중 비보를 접했다.

연상호 감독은 "새 작품을 시작할 때, 새로운 시도라서 두려움도 컸다. 어떤 배우와 함께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해야하는지 고민했다. 그때 머릿속에 강수연 선배님이 떠올랐다. 독보적인 아우라를 가진 강수연 선배님과 이 영화를 하고 싶었다. 도저히 다른 배우는 떠오르지 않았다. 용기를 내 선배님에게 전화했고, 몇 번의 만남 끝에 '한 번 해보자' 하셨을 때 뛸 듯이 기뻤다. 마치 나에게 든든한 백이 생긴 것 같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고인과 각별한 사이가 될줄 몰랐다는 연상호 감독은 "이 영결식이 끝나고 영원한 작별을 하는 대신 작업실로 돌아가 선배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새 영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며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영화 그 자체였던 선배님, 선배님의 마지막 영화를 함께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선배님의 새 영화를 선보이기 위해 동행한다. 그 마지막 순간까지 선배님의 든든한 백이 돼 드리겠다"며 울먹였다.


영결식에서는 고인 소개 영상 및 해외 영화인 추도영상 상영, 추모영상 상영, 그리고 가족 답사로 마무리됐다.

강수연의 동생은 "사랑하는 저희 언니 강수연 배우의 마지막 가시는 길 바쁘신데 함께해주신 영화계 관계자분들 감사하다. 여러분 덕분에 허망하던 이별의 시간을 추억으로 채울 수 있었다. 영화와 일생을 함께했던 강수연 배우가 영원히 기억되길 소망하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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