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미생', 하짱과 갓민정음이 꿈꾸는 완생으로 가는 길(인터뷰)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12.19.2014 14:20:43  |  조회수: 5957
재능있는 예인은 언젠가는 발각되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노다지마냥 수많은 예인이 발각되었는데, 배우 전석호도 그 노다지에 속한 보석 중 하나였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으로 브라운관에 첫 발을 내민 그는 이제 ‘불특정 다수’에게 ‘하대리’라고 불리고 있다. 그동안 ‘불특정 소수’에게만 노출되었던 연극인 전석호는 그의 이름 석 자를 알림과 동시에 새로운 이름도 얻게 됐다.

18일 텐아시아 스튜디오에서 하대리 전석호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특별한 인물이 동행했다. ‘미생’ 촬영 내내 전석호 뿐 아니라 많은 배우 그리고 제작진이 도움을 받았던 최훈민 종합상사 자문이다. 실제 대우 인터내셔널에서 2010년부터 4년간 근무했던 최훈민 씨는 사직 이후 해외를 떠돌다 ‘미생’ 팀에 자문으로 합류해 상사와의 질긴 인연을 실감하며 극의 디테일을 살리는데 일조했다.

두 사람은 18일까지 이어진 ‘미생’의 마지막 촬영 이후, 곧장 인터뷰 장소로 향했다고 했다. 모든 촬영이 종료된 이후, 스태프와 동료 선후배 배우들과 함께 간단히 한 잔 하고 왔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수컷 분위기 물씬 그리스인 조르바같은 두 남자의 수다는 술기운 탓에 더욱 유쾌했다.

종영 ‘미생’①, 안영이 천적 하대리와 실제 상사맨, 수컷들의 수다(인터뷰)에서 이어집니다

배우 전석호
배우 전석호

Q. ‘미생’을 통해 전석호 배우는 회사원의 감정을 피부에 느끼게 됐을 법하고, 최훈민 자문은 배우들을 더 알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겠다.
전석호 : 이번에 느낀 것이 오히려 연기하는 사람보다 회사 생활하는 분들이 더 재미있고 잘 노는 것 같다.
최훈민 : 나는 배우들 중 은근히 대놓고 낯을 가리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그렇게 새로웠다. 요한 씨가 그런 연기를 하면서 그렇게 조용한 성격인지 처음 알았다. 하늘이의 경우는 조용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까분다. 어이가 없다(웃음). 배우들이 끼를 분출하는 시간과 아닌 시간의 구분을 잘 하는 구나라는 점을 느꼈다.
전석호 : 참, 나는 그 장면에 굉장히 공감을 했다. 장그래가 지하철 역에서 나오고 그 장면에 ‘나만 뒤쳐진 것 같다’는 내용의 내레이션이 지나간다. 연기를 하는 나도 그렇게 짠했는데 실제 출근하는 사람들은 어땠을까 싶다. 연극을 하다보니 밤낮이 바뀌어 있는데, 어느 날 아침까지 대학로에서 이야기를 하다 첫 차를 타고 갔다. 그 때 우연히 출근하는 동창을 만나 스쳐지나갔다. 순간, 뭐랄까 마치 내가 아무 것도 안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지나가더라. 그런데 나중에 술 한잔 하면서 들어보니 그 친구는 마냥 날 부러워했다고 하더라. 각자가 갖고 있는 온도 차이를 그 스쳐지가나는 순간에 느꼈다. 그런데 드라마로 그 묘한 온도가 보여지니 사람들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Q. 그렇게 직접 경험하지 않은 회사원을 연기하기에 앞서 전사를 설정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신이 상상한 하대리의 전사는 무엇인가.
전석호 : 사실 ‘미생’ 홈페이지에 나올 만큼 다 나와있어서 별도로 더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작가님이 (하대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전사를 그려주셨다. 다만, 장면 장면을 두고 감독님과 계속 상의했다. 그런데 이렇게 연출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충분한 리허설을 한 뒤에 찍는 드라마는 없다고 다른 배우들이 그러더라. 다른 드라마를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또 그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드라마라는 장르는 시간에 쫓겨 바쁘게 찍지 않나. 그런데 감사하게도 첫 드라마 ‘미생’은 한 장면 한 장면을 배우와 스태프가 골똘히 상의해 완성해냈다.

Q. 실제 상사맨인 자문에게는 어떤 식으로 도움을 받았나.
전석호 : 예를 들어, 아주 미세하게 전화하는 말투라거나 이런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다.
최훈민 : 대본이 워낙 훌륭해 내용을 수정할 것은 없었다. 다만 내 상황을 이야기 해줬던 것은 있다. 실제 사무실에서 내가 갈굼을 당하거나 후배를 혼냈던 것, 이런 감정적인 백그라운드에 대해 배우들이 물어보면 답을 해줬다.
전석호 : 구체적으로 소라 씨가 전화 통화를 하는데 어떤 타이밍에서 ‘야, 오늘 안에 넘겨’라는 대사를 한다거나, 그런 디테일에서 도움을 받았다.

Q. 앞으로도 드라마를 꾸준히 할 계획인가. 사실 대중적 드라마는 몇몇 주연들을 제외하고는 골고루 포커스를 주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석호 : 모르겠다. 나는 사람냄새가 나는 작품을 하고 싶다. 내 배역의 크기와 관계없이 단순히 배우가 빛나는 작품이 아닌 작품이 빛났으면 한다.

최훈민 자문과 배우 전석호(왼쪽부터)
최훈민 자문과 배우 전석호(왼쪽부터)


Q. 처음 경험해본 드라마라는 장르의 매력은.
전석호 : 처음이라 아직 잘은 모르겠으나 연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생’은 내가 기존에 가졌던 편견을 깨준 드라마다. 드라마는 되게 뻔하디 뻔하고 상투적인 부분을 담는다고 생각했는데, ‘미생’ 촬영 내내 모든 스태프가 ‘살아있는 그 순간’을 담으려고 하더라. 다만, 차이가 있다면 연극은 블특성 소수에게 노출된 반면, 드라마는 불특정 다수가 바라본다는 점이다. 이번 기회로 연극쟁이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 관심, 사랑이 왔으면 좋겠다.

Q. ‘미생’은 무수한 연기 잘 하기로 소문난 연극배우들이 출연했고, 그 모든 배우들이 조화를 이뤘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놀라웠다. 김원석 감독이라는 수장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 점도 이 대목이다.
전석호 : 다른 드라마를 하지 않아 다른 감독님과 비교를 할 수 없지만, 김원석 감독님은 배우들의 느낌을 존중해주셨다. 슛 들어가기 전 항상 제게 ‘어떻게 하고 싶어? 어떻게 갈까? 서있고 싶어? 앉아있고 싶어?’라고 구체적으로 물어보신다. 그러니 배우가 능동적이 되더라. 이 안에서 끌어오는 용암이 분출이 되는 것이다. 이성민 선배도 여러가지를 시도하시는데, 그 때마다 카메라 감독님은 ‘우선 하세요. 하시면 담을게요’라고 하신다. ‘이렇게 가야돼요’가 아니라 ‘네 캐릭터에 빠져봐. 우린 거기에 맞춰줄게’라고 하시니, 날 것 같은 연기가 살아나게 된다.

Q. 아까 하대리의 의상 이야기도 나왔는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디테일은 어떤 것이 있었나.
전석호 : 소매를 걷는 것은 사실 내 버릇이다. 긴 소매를 잘 못 참는다. 연기할 때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소매를 걷었다.
최훈민 : 의상은 정말 하대리스럽게 잘 간 것 같다. 여자에게 억하심정 비슷한 게 있는 남자의 느낌이 의상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여자와 친하지 않은 남자의 느낌이랄까.
전석호 : 정말 그렇다면 의상팀에 땡큐다. 보배 씨, 땡큐! 아참, 헤어 해주신 수진 씨도 땡큐! 나는 내가 이런 헤어 스타일을 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삭발만 했는데 말이지(웃음).

Q. 상남자다. 아무리 봐도. 연기 외에 관심사는 도대체 무엇인가.
전석호 : 사실 워커홀릭이다. 공연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미생’ 하기 전까지는 대학로에만 있었다. 창작 집단에 있었는데, 동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주로 이야기 한다.

Q. 그런 작업을 함께 하는 연극적 동지는 누구인가.
전석호 : 연우무대 사람들. 박선희라는 연출이 특히 그렇다. 또 한양대학교 사람들, 힘든 시기를 함께 겪어왔다. 특히 한대 사람들은 거미줄 처럼 연결되어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이번에 ‘미생’을 하면서 한대 출신 선배가 두 분 계셨다. 이경영, 류태호 선배님이다. 같이 ‘미생’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정말 최형인 교수의 가르침이 틀리지 않았다’라는. 선배님들은 최 교수님과 함께 작업을 하셨고, 나는 배웠던 사람이다. 뭔가, 한대 출신끼리는 각자의 분야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만날 수 있다는 그런 끈이 존재하는 것 같다.

Q. 앞으로 당신의 목표는.
전석호 : 잘하고 싶다. (최훈민) 형도 배우들의 연기에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연극을 해왔던 사람이 잘 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고 싶기도 하다. 뭐 사실, 나는 힘든 길을 걸어온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저 선배들이 가르쳐준 길을 걸어왔다. 선배들은 더디고 촌스럽더라도 그 길만 지켜온다면 진심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가르쳐줬다. 요즘은 워낙 자본주의가 만연한 시대고 그러다보니 배우들의 세계에서도 매니지먼트에서 원하는 것을 해야만 하고 겉멋도 화려함도 생기기 마련인데, 조금 덜 화려하더라도 정석대로 걸어온 사람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대학로에서 열심히 연극하는 선배나 후배들이 힘을 얻을 수있을 것 같다.

Q. 실제 ‘미생’에서 탈출해 ‘완생’으로 살고 있는 최훈민 자문의 다음 행보도 궁금해진다.
최훈민 : 일단 중남미로 갈 작정이다. 이후에는 딱히 계획은 없으나 후배들과 벤처를 설립할 구상을 하고 있다. 조그맣게 회사를 만들어보자 하는데 이름 공모를 아무리 해도 나오지 않아 결국 ‘원 인터내셔널’이라고 정했다. 도메인도 샀다. 그걸 키워 후배들과 재미있게 해볼까라는 생각 정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작년인가 후배가 취직이 안돼 방황하고 있는데 ‘해외여행이나 갔다오라’며 400만원을 빌려줬다. 이후 취직을 한 뒤, 5개월 안에 갚으라고 하면서 너 같은 놈에게 똑같은 도움을 주라고 했다. 그렇게 여러 명으로 확장시키는 것도 하고 있는 일이라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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