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그때 그때의 행복

글쓴이: goseoul  |  등록일: 08.03.2012 15:53:19  |  조회수: 2635
우연히 가슴에 와 닿는 얘기가 있어서 옮깁니다.

김한길 님의 <눈뜨면 없어라>에 나오는 글 입니다.


결혼생활 5년동안, 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은 그 절반쯤이었을 것이다.
그 절반의 절반 이상의 밤을
나나 그녀 가운데 하나 혹은 둘 다 밤을 새워 일하거나 공부해야 했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서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모든 기쁨과 쾌락을 일단 유보해 두고,
그것들은 나중에 더 크게 왕창 한꺼번에 누리기로 하고,
우리는 주말여행이나 영화구경이나  댄스파티나 쇼핑이나 피크닉을 극도로 절제했다.

그 즈음의 그녀가 간혹 내게 말했었다.
"당신은 마치 행복해질까봐 겁내는 사람 같아요."

그녀는 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다섯 살 때였나봐요. 어느 날 동네에서 놀고있는데  피아노를 실은 트럭이 와서 우리집 앞에 서는 거예요.
난 지금도 그때의 흥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우리 아빠가 바로 그 시절을 놓치고  몇 년 뒤에 피아노 백 대를 사줬다고 해도 내게 그런 감격을 느끼게 만들지는 못했을 거예요"

서울의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내게 이런 편지를 보내시곤 했다.
"한길아, 어떤 때의 시련은 큰 그릇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시련이란 보통의 그릇을 찌그러뜨려 놓기가 일쑤란다"

anyway, 미국생활 5년만에 그녀는 변호사가 되었고  나는 신문사의 지사장이 되었다.
현지의 교포 사회에서는 젊은 부부의 성공사례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방 하나짜리 셋집에서 벗어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3층짜리 새 집을 지어 이사한 한 달 뒤에,
그녀와 나는 결혼생활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야만 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혼에 성공했다.
그때 그때의 작은 기쁨과 값싼 행복을 무시해버린 대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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