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이게 다 내꺼야!!

글쓴이: 한마당  |  등록일: 05.19.2022 18:01:36  |  조회수: 1428
욕심(欲心)

공수래 만수거
空手來 滿手去

방하착 착득거
放下着 着得去

아(我)와 비아(非我)와의 경계(境界)를 허물고 다 가져갔다.

모든 것은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


* 담장을 허물다 / 공광규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졌다

우선 텃밭 육백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
텃밭 아래 살던 백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둥치째 들어왔다

느티나무가 느티나무 그늘 수십평과 까치집 세채를 가지고 들어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와 새소리가 들어오고
잎사귀들이 사귀는 소리가 어머니 무릎 위 마른 귀지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하루 낮에는 노루가
이틀 저녁은 연이어 멧돼지가 마당을 가로질러갔다
겨울에는 토끼가 먹이를 구하러 내려와 밤콩 같은 똥을 싸고 갈 것이다

풍년초꽃이 하얗게 덮은 언덕의 과수원과 연못도 들어왔는데
연못에 담긴 연꽃과 구름과 해와 별들이 내 소유라는 생각에 뿌듯하였다

미루나무 수십그루가 줄지어 서 있는 금강으로 흘러가는 냇물과
냇물이 좌우로 거느린 논 수십만마지기와
들판을 가로지르는 외산면 무량사로 가는 국도와
국도를 기어다니는 하루 수백대의 자동차가 들어왔다

사방 푸른빛이 흘러내리는 월산과 성태산까지 나의 소유가 되었다
마루에 올라서면 보령 땅에서 솟아오른 오서산 봉우리가 가물가물 보이는데
나중에 보령의 영주와 막걸리 마시며 소유권을 다투어볼 참이다
오서산을 내놓기 싫으면 딸이라도 내놓으라고 협박할 생각이다

그것도 안 들어주면 하늘에 울타리를 쳐서
보령 쪽으로 흘러가는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은하수를 멈추게 할 것이다
공시가격 구백만원짜리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나는 큰 고을의 영주가 되었다

《창작과비평》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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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한마당  05.19.2022 18:13:00  

    소주병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세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 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r4WKwQ_HnM&t=34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