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글쓴이: 한마당  |  등록일: 05.18.2022 14:04:09  |  조회수: 884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져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빼앗긴 들에는 봄이 오지 못했지......4월보다 더 잔인한 달이 5월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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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한마당  05.18.2022 14:14:00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 한마당  05.18.2022 14:17:00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