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마비 환자, 생각만으로 움직일 수 있다"

글쓴이: guajaja  |  등록일: 04.26.2022 10:05:22  |  조회수: 637




신체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운전을 하고, 의사소통을 나누고, 촉감도 느끼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사람의 뇌파를 읽어내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ㆍBrain-Machine Interface)' 기술이 시장화를 앞둘 정도로 발달한 덕분이다. BMI 기술의 현주소를 진단한 과학전문지《네이처》가 2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신체마비 환자를 수십 년 간 돌봐 온 미국인 제임스 존슨은 2017년 3월 사고로 목이 부러져 어깨 아래가 마비됐다. 자신이 돌봐 왔던 사람들과 같은 신세가 돼 우울증에 걸렸던 그는 캘리포니아공학대(칼텍)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의 임상 시험에 참여하게 되면서 영화에서나 보던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

그는 우선 두 개의 전극을 그의 피질에 이식하는 신경수술을 받았다. 칼텍 연구진은 이 전극들을 통해 그의 뇌 속 뉴런의 신호를 통해 그의 생각과 의도를 해독하는 컴퓨터 응용프로그램을 돌렸다. 존스는 2018년 11월 그렇게 이식된 자신의 BCI와 연결된 컴퓨터 화면 상의 커서를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영화 '매트릭스'가 실현되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한 그는 이후 BCI를 통해 로봇 팔을 조종하고, 포토샵 소프트웨어로 사진을 편집하고, 비디오 게임으로 사격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특히 최근엔 가상 시뮬레이터를 통해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속도를 변경하고 핸들을 돌리고 장애물에 대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존슨은 BCI를 뇌에 이식해 비슷한 실험을 하고 있는 35명 중 1명이다. 모두 12개의 실험실에 그러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BCI 기술이 적용되는 범위는 엄청나게 증가했다. 지난해만 해도 감각 피드백을 뇌로 전달해주는 로봇 팔을 작동시키는 사람이 나타났고, 뇌졸중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된 사람이 인공언어장치로 의사소통을 하게 됐고, 손글씨를 쓴다는 생각만으로 커서를 움직여 쓰기가 가능해졌다.

이렇게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뇌신경 전극장치의 이식은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본사를 둔 의료기기 개발업체인 '블랙록 뉴로텍'이 유일했다. 하지만 지난 7년간 BMIㆍBCI 기술 사용화에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 분야에 뛰어드는 민간기업이 늘어났다. 2016년 미국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뉴럴 링크'를 창립해 BCI사업에 뛰어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뉴럴 링크는 총 3억6300만달러를 투자 받았다. 역시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신경기술회사인 '패러드로믹스'의 창립자인 매트 앵글 회장은 "수천 년 동안 신체마비가 온 환자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는데 이제 실제로 그러한 것들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기 위해 정점에 서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페이스의 진화

이런 BCI기술의 발달의 시작은 2004년 6월 칼에 찔려 신체가 마비된 남성의 대뇌피질에 최초로 전극을 꽂아 뇌와 근육 사이에 상실된 신경경로를 찾는 '브레인게이트(BrainGate)'라는 실험에서 시작됐다. 과학자들은 원숭이의 운동피질과 실제 움직임 사이의 신경신호를 해독하는 법을 익힌 뒤 이를 사람에게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다. 2006년 미국 브라운대 신경과학 교수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신경정신과 의사인 리 호치버그와 동료들은 이 브레인게이트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획기적 논문을 발표했다. 최초로 BCI 전극을 이식한 그 남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스크린에 커서를 켜고, TV 리모콘을 조종하고, 로봇 팔과 손을 움직이게 된 것이다.

이후 서로 다른 뇌 영역에 BCI를 이식해 새로운 여러 신호를 식별하는 연구가 시작됐다. 그 결과 오늘날의 BCI 사용자는 당시보다 훨씬 더 세밀한 제어와 더 넓은 범위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호치버그 교수는 "우리는 신경 데이터와 그것을 생성한 사람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의도를 알고 있기에 그 둘을 연결하는 지도를 만드는 알고리즘 작업이 중요했는데 신경패턴과 그 의도를 단순히 연결시켜주는 기계학습이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촉감도 느끼고 활발한 의사소통도 가능

2015년 미국 피츠버그대의 로버트 곤트 교수(신경과학) 연구진은 사람의 대뇌 감각피질의 손 부위에 전극 어레이를 이식해 손으로 만졌을 때와 비슷한 촉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곤트 교수는 이후 피츠버그대 동료 신경과학자인 제니퍼 콜링거 교수와 힘을 합쳐 손끝에 압력 센서가 내장된 로봇 팔을 만들었다. 이것은 체내 감각 피질에 이식된 전극에 공급되어 합성적인 촉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완전히 자연스러운 느낌은 아니었다. 때로는 압박감이나 자극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둔감한 느낌만 불러왔다. 그럼에도 그런 촉감이 보철물을 사용하는 것을 훨씬 더 자연스럽게 느끼게 했고 물체를 집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략 20초에서 10초로 절반이나 줄여줬다.

전극 어레이를 다른 뇌 영역에 이식함으로써 다른 방식으로 움직임에 미묘한 차이를 더할 수 있다. 존슨이 참여하고 있는 칼텍의 실험을 이끌고 있는 신경과학자 리처드 앤더슨 교수는 이동 의도나 계획을 형성하는 후두정피질(PPC)에 전극 어레이를 이식해 추상적 목표 해독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PPC에 입력된다면 손을 커피로 향하게 해 커피를 입으로 가져오게 하는 것은 운동피질에 입력된 정보에 의해 이뤄진다. 앤더슨 교수팀은 두 피질 영역이 단독 또는 함께 작동하는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앞서 말한 존슨의 가상 운전이 가능해 졌고 다른 참가자는 가상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게 됐다.

스탠포드대의 크리스냐 세노이 교수(신경과학) 연구진은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거나 손을 움직이는 것을 상상해 글자를 클릭하게 하는 의사소통의 속도를 높였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목 아래가 마비된 데니스 데그레이는 2017년 분당 약 40자의 소화속도를 훈련을 통해 2021년 분당 90자로 2배 더 높이는데 성공했다. 자동 수정을 통한 디코딩 알고리즘의 정확도도 과거 95%에서 99%로 높아졌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의 에드워드 창 교수(신경과학) 연구진은 쓰기보다 말하기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진행중이다. 이들 연구진은 쓰기의 문자에 해당하는 음소를 생성하는 후두운동피질 영역을 특징지은 뒤 사용자가 의도한 음성을 화면에 텍스트로 표시하는 음성 디코딩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이 장치를 통해 뇌간 뇌졸중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된 사람이 분당 15단어의 사전 선택 어휘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했다.

의사소통의 가장 심각한 손실은 의식이 있지만 말하거나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지난 3월 독일 튀빙겐대의 신경과학자 우이발 차우드하리 교수 연구진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에 걸려 눈의 움직임으로 의사소통하다 눈동자까지 움직일 수 없게 된 남성이 BCI이식을 통해 글자 쓰기에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이 남성이 화면에 글자를 고르는 방식을 상상하게 했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대신 음조의 높낮이로 '예'와 '아니오'를 선택하도록 신경활동을 조절하는 훈련을 시켜 분당 하나의 문자를 고를 수 있게 했다. "

●실험실을 넘어 시장으로

이런 BCI기술은 현재까지 모두 실험실에서만 가능하다.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와 물리적으로 연결이 돼 있어야 하고 해당 소프트웨어를 보정하는 과학자들의 감독을 받아야 실현 가능하다. 또 평생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소리이다.

그러나 18년간 이 분야 임상연구의 주축이 된 블랙록 뉴로텍의 플로리안 솔즈바허 회장은 1년 이내에 BCI 시스템의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랙록 뉴로텍은 지난해 11월 의료기기를 규제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회사 제품을 상업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패스트 트랙 신청을 넣은 상태이다.

첫 번째 제품은 4개의 이식형 어레이를 사용하고 와이어를 통해 소형화된 장치에 연결할 수 있다. 솔즈바허 회장은 "우리 제품은 효능이 5, 10, 30% 향상되는 게 아니라 전에는 아예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블랙록 뉴로텍은 전기선이 필요없는 무선 BCI도 개발하고 있다.

뉴럴 링크와 패러드로믹스는 아예 처음부터 무선으로 작동할 수 있는 BCI 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 두 회사는 기록 가능한 뉴런신호 대역폭을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경쟁 중이다. 현재 실험 중인 패러드로믹스 제품은 4개의 모듈로 구성되며 1600개의 채널을 가지고 있다. 뉴럴 링크의 제품은 실(thread)로 불리는 매우 미세하고 유연한 전극을 사용해 뇌 형태에 맞춰 휘어지고 면역 반응도 감소시키고 있다. 공식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뉴럴 링크의 제품은 원숭이 뇌의 1024개 사이트와 연결되는 이식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적 문제

이렇게 상품화가 가능해지더라도 윤리적 문제가 남아있다. BCI는 개인 정보 보호에서 개인 자율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윤리학자들은 사용자가 기기의 출력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비록 현재의 기술이 사람들의 개인적인 생각을 해독할 수는 없다 해도 개발사들이 사용자의 모든 의사소통 기록과 그들의 뇌 건강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또한 BCI는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 보안 위험까지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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