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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기차, 정말 화재에 취약할까?

전기차 화재 재연 실험 장면 [사진=서울시 소방재난본부]

2021년 기준 화재발생 비율…전기차 0.017% vs 내연기관차 0.019%

"전기차 계약했는데 화재 때문에 불안해서 못 사겠다."

지난 9월 대전의 한 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해 8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당시 화재가 지하주차장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언론사들이 전기차 화재가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급속히 퍼졌다.

이에 당시 화재 진화 작업 도중 소방 관계자가 나서서 "아울렛 화재사고는 전기차와 관련이 없다"고 발표하고, 해당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소를 관리하는 업체도 급히 입장문을 내 "충전 기록 확인 결과 화재 시간 당시 충전하는 차량은 없었다. 전기 충전 중인 차량에서 난 화재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후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가 화재 현장 1차 합동감식 결과 "최초 발화 지점 근처에 있던 1톤 트럭은 연료통이 있는 걸로 보아 내연기관 차량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기차 화재가 원인이 아님이 확인됐음에도 소비자들은 전기차가 화재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불안과 의구심은 여전하다.

배터리 화재가 전기차 외에도 스마트폰, 노트북에서 이미 여러차례 발생해 왔기 때문에, 대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의 화재 사건은 발생할 때마다 다른 차량 화재 사건보다 유난히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전기차 배터리의 특성상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순식간에 고온의 불길이 치솟으며 진화도 잘 안된다는 점이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 전기차는 정말 화재에 취약할까?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전기차 화재는 총 45건이 발생했다.

2017년 1건,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3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도 5월까지 14건의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며 화재 발생 건수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전기차가 내연기관보다 화재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는 23건, 내연기관차 화재 발생 건수는 4천488건이었다.

같은 기간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누적 등록 현황 기준 내연기관차 등록 대수는 2천338만2천15대, 전기차 13만4천962대였다.

이를 고려하면 화재 발생 비율은 전기차 0.017%, 내연기관차 0.019%로, 통계적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화재 발생 위험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의 대표적인 요인으로 이른바 '배터리 열폭주 현상'이 꼽힌다.

배터리팩이 손상되면서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800도 이상 치솟으며 불이 번지는 현상을 말한다.

양극과 음극, 분리막, 전해액 등으로 구성된 배터리의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과열되면서 산소와 가연성가스가 발생해 화재와 폭발이 일어난다. 일단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하면 진화가 매우 어렵고, 진화 후 다시 불이 붙는 경우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주된 이유로는 외부충격, 과충전, 제조불량 등이 꼽힌다. 강한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배터리셀의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분리막이 손상되면서 합선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열과 스파크가 일면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배터리 정격 용량보다 과충전됐을 때도 전해질의 온도가 상승하며 양극·음극이 분해되고, 분리막이 녹으며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 배터리 제조 불량의 경우, 제조 공정상 불순물이 들어가면 내부 합선이 발생해 불이 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전기차 발화 요인을 살펴보면, 배터리 외적인 부분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2017년 이후 올해 5월까지 45건의 전기차 화재 중 '전기적 요인'이 10건으로 전체의 22.2%를 차지했다.

이어 미상 10건(22.2%) 교통사고 8건(17.7%) 부주의 7건(15.5%) 기계적 요인 4건(8.8%) 화학적 요인 3건(6.6%) 등의 순이었다.

◆ 전기차는 어떻게 화재 위험으로부터 안정성을 확보할까?

전기차 배터리는 차량 제작 단계에서 다양한 안전성 시험을 하고 있다. ▲충격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낙하 시험 ▲열과 연소에 의한 시험 ▲과충전 과방전 시험 ▲충돌 시험까지 예상보다 그 조건이 훨씬 가혹하다.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차량을 판매할 수 없거나 판매 후에도 리콜해서 개선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배터리 안전성 평가항목을 기존 7개에서 12개로 대폭 강화하기도 했다.

전기차도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안전성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하게 시속 56~64㎞에서 정면·부분정면·측면 충돌시험을 한다. 이때 배터리의 폭발·화재·감전 위험성이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는 4가지 안전설계를 기본으로 한다.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하고, 전기차 시스템과 연계해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내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첫째, 배터리셀 강건설계다. 우선 배터리셀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도록 강도 향상을 위해 세라믹으로 코팅된 분리막을 사용하고, 외부 열로부터 보호를 위해 방열 특성이 우수한 파우치 타입의 연료전지가 사용된다.

둘째, 차량 협조제어 설계다. 배터리는 전력 공급 장치로 전기차 모터를 비롯해 다양한 전장부품과도 연계돼 있다.

따라서 차체의 고전압 부품이 고장 날 경우 배터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기능이 바로 '페일 세이프(Fail-Safe)'로, 전장부품의 고장이 배터리로 확산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셋째, 능동 보호(BMS제어) 설계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은 평소 배터리의 충전 상태 제어, 셀 밸런싱 등을 통해 배터리 상태를 관리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배터리에 이상이 감지될 경우, 릴레이(특정 조건에서 다른 회로를 개폐하는 장치)를 통해 자동으로 배터리의 전원을 잇거나 끊는다.

마지막으로 수동 보호 설계다. 전기차는 배터리의 내부 또는 외부에서 합선이 발생할 경우 전력을 차단하는 퓨즈를 장착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의 안정성 향상을 위한 정책도 내놓고 있다.

박균성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자동차안전팀장은 지난 7월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정부는 전기차 등 미래차의 안전 확보 및 사전 대응을 위해 안전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면서 전기차의 배터리 재사용, 재활용 등의 신산업 지원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장치에 대한 안전기준을 보강하고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과 화재 확산방지 기술 개발(2023년~2026년) 등 안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배터리 핵심 장치에 한해서 정부가 사전에 안전성을 인증하는 체계로 개편하고 인증 사항 준수 여부를 지속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제작결함 조사 방식과 절차를 합리화·효율화해 신속한 조사를 통해 제작 결함을 시정토록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전기차 검사 역량 강화를 위해 배터리 검사 기술과 장비 개발·보급을 추진하고, 배터리 안전·성능 검사 이력을 데이터 베이스(DB)화해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송지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중대사고조사처장은 "전기차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BMS 기능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하고 의무화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며 "본래 목적인 배터리 관리 기능 이외에도 배터리 이상 감지 범위 및 경고 기능 확대, 화재 발생 시 경보(대피·신고) 기능을 추가하고, 열폭주 전이 지연 성능(최소 시간) 등을 갖추도록 하는 한편, 이러한 안전과 관련된 기능은 꼭 의무화(법규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더 나아가 배터리 화재(고장) 시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 항목을 추가하고, 저장·동기화 기능, 화재 시 배터리 냉각, 비상 호출, 열폭주 전이 지연 성능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아이뉴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