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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 가상음 찾아라".. 소리 없는 전기차 '사운드 전쟁'

제네시스 GV6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 설정 화면. 현대자동차 제공

전기차에는 ‘부릉’하는 엔진음이 없다. 내연기관차의 엔진 역할을 전기모터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리는 사고 위험을 줄이고, 운전자에게 주행하는 느낌을 주는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기차 제조업계에선 엔진음을 대체할 매력적인 소리를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대부분 국가는 전기차가 일정 크기 이상의 ‘가상 배기음’을 의무적으로 내도록 법으로 정해놨다. 전기차에선 엔진음이 없기 때문에 보행자가 알아차리기 어려워 사고 위험이 있다.

유럽연합(EU)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시속 20㎞ 이하로 주행할 때 56㏈ 이상의 가상 엔진소음을 내도록 한다.

미국은 시속 30㎞ 미만에서 배기음을 발생하도록 한다. 한국도 시속 20㎞ 이하로 운행하는 전동화 차량은 속도에 따라 최대 75㏈ 미만의 경고음을 내도록 규정한다.

이에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수록 가상 배기음 시장도 커지고 있다. 8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퍼시스턴스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가상 배기음 시장 규모는 2017년 약 340억 달러(약 38조1004억원)에서 오는 2025년 2140만 달러(약 239조8084억원)까지 확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소리는 전기차 브랜드의 독창적인 존재감(정체성)을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보다 매력적인 소리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BMW는 작곡가 한스 짐머와 계약을 맺고 전기차 전용소리인 ‘BMW 아이코닉 사운드일렉트릭’을 제작했다.

한스 짐머는 라이온킹, 다크나이트, 인터스텔라 등의 주제가를 작곡한 영화음악 거장이다. BMW 아이코닉 사운드일렉트릭은 플래그십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와 스포츠 쿠페 모델 i4에 탑재됐다.

아우디는 전기차 E-트론 GT에 자체적으로 만든 주행 소리를 넣었다. 바람이 플라스틱 파이프를 통과하는 소리, 무선전동 드라이버 소리, 헬리콥터 소리 등 32가지 소리를 합성했다. 특히 E-트론 GT는 내·외부 음량을 운전자가 조절할 수 있다.

포르쉐 타이칸은 주행속도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변하는 ‘E-스포츠 사운드’를 적용했다. 기존 전기차가 고속주행 시에도 정숙한 느낌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면, 타이칸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걸 운전자가 소리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E-스포츠 사운드는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가 트랙을 주행할 때 내는 소리를 녹음한 후 변주해 만들었다.

제네시스가 GV60에 적용한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은 주행 속도, 모터 토크, 운전자의 가속 의지와 같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 최적의 소리를 탑승자에게 제공한다. e-ASD는 다양한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전자음악 분야에서 사용하는 그래뉼라 합성법을 도입했다.

소리를 매우 작은 단위로 분해하고 이를 조합해 새로운 소리를 만드는 음향 합성기술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그래뉼라 합성법으로 SF영화에서 접할 수 있는 다채로운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었다.

운전자는 운전대를 잡는 동안 ‘사운드 디제이’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츠는 자체 개발한 전기차 소리를 ‘더 뉴 EQS’에 탑재했다. 주행모드나 회생제동 강도에 따라 실시간으로 음역이 달라진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기차 업체들의 차별화 포인트는 디자인, 주행거리 정도였다.

앞으로는 ‘사운드’도 주요 경쟁요소가 될 것”이라며 “운전자가 원하는 소리를 내려받아 자신의 전기차에 적용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