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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전기차, 침묵을 깨다

BMW 전기차 i4의 가상 엔진음은 영화 음악계의 거장 한스 짐머와 협업,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제작했다. BMW 제공

안전을 생각하는 ‘착한 소음’
배기음 사라져 車 인지 어렵고
엔진소리 없어 주행 재미도 반감
세계 각국 ‘가상 소음’ 의무화
음향 발생기 관련 산업도 활발
현대모비스, 전면 그릴커버 활용
스피커처럼 엔진소리 들려줘

자동차 패러다임이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동력차로 넘어가고 있다. 자동차에서 내연기관이 없어지면서 함께 사라진 것이 있다. 바로 ‘소리’다.

전기차는 시동을 걸 때나 저속으로 주행할 때 내연기관차처럼 배기음과 엔진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전기차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변 보행자가 차량의 움직임을 인지할 수 없어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문제점이 생겼다.

또 운전자로서는 운전 중 느낄 수 있는 재미 요소 중 하나인 배기음과 엔진음이 없어져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 및 부품사들은 보행자 안전을 위한 전기차 음향 발생과 운전자의 주행 즐거움을 더해주는 ‘가상 사운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전기차에서 소리가 사라진 것과 관련,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일정 속도 이하에서 가상 배기음을 발생하는 전기차 음향 발생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산업동향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019년 7월부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는 시속 20㎞ 이하에서 56데시벨(㏈) 이상 배기음을 내도록 했다. 이는 문서 파쇄기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19년 9월부터 생산되는 모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시속 30㎞ 미만에서 의무적으로 배기음이 발생하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한국도 지난해 7월부터 저소음 자동차에 배기음 발생 장치를 장착하도록 의무화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각국에서 전기차 가상 음향 발생기가 의무 장착됨에 따라 관련 시장이 전기차 시장과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많은 완성차 업체는 가상 음향 발생기를 개발해 실제 차량에 장착하고 있다.

또 산·학·연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닛산은 시속 30㎞ 미만에서 소음으로 인식되지 않는 주파수(600㎐∼2.5㎑)를 발생시키는 기능을 개발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시속 64㎞ 미만일 때 작동할 수 있는 수동 버튼식 음향 발생기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 볼트에 장착했다.

현대모비스는 세계 최초로 전기차 전면 그릴 커버를 음향 진동판으로 활용해 소리를 발생시키는 외부 음향 발생기(AVAS)를 개발했다.

전기차는 공기 유입을 위해 차량 앞 그릴에 구멍이 뚫려있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면부가 완전히 막힌 형태라는 점에서 착안해, 커버 자체를 스피커의 구성품으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라고 현대모비스는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에 개발한 AVAS에 가상 엔진음뿐만 아니라 방향지시등 소리나 충전상태 알림음 등의 기능도 추가했다.

자율주행이 일상화되는 미래차 시대에 발맞춰 차량의 진행방향이나 운행 여부 등을 소리로 전달해 보행자들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캠핑 등 외부 활동 시에는 음악을 재생시키는 스피커로도 활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완성차 업체들과 부품 업체들은 안전이라는 차원을 넘어 운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엔진 소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BMW는 지난해 영화 음악계의 거장 한스 짐머와 협업,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전기차 ‘i4’에 들어가는 가상 엔진음을 공동 작업했다. 운전자가 i4의 시동을 걸면 대형 파이프오르간이 연주하는 것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포르쉐는 일정 비용을 추가하면, 스포츠카를 타는 듯한 엔진음을 전기차에 넣을 수 있는 ‘포르쉐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를 제공하고 있다.

포르쉐 고유의 6기통 엔진음을 내기 위해 차량 내부로 들어오는 구동 모터의 소음을 의도적으로 최소화하고, 차량에 맞는 조화롭고 감성적인 사운드를 증폭시켜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포르쉐의 전형적인 엔진음을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출처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