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터블은 대체로 쿠페에 비해 수납공간이 부족하다. 트렁크에 지붕을 접어 넣을 공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6 카브리올레라면 얘기가 다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2017년 선보인 이 콘셉트카는 보닛 아래 특별한 수납공간을 챙겼다.
가운데 힌지를 두고 보닛이 나비 날개처럼 양쪽으로 열리는 것도 독특한데 한쪽 보닛 아래에 완벽하게 정리한 캐비닛을 넣은 거다. 커다란 가방과 우산 두 개, 2인용 커틀러리와 컵, 접시 등 둘이 여행이나 캠핑을 떠나기에 완벽한 물건들이다.
보닛을 길게 디자인한 이유가 혹시 이 때문인가? 비전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6 카브리올레가 보닛 아래 캐비닛을 챙길 수 있었던 건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바닥에 깔면서 보닛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신박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닛산이 2007 도쿄 모터쇼에서 선보인 NV200 콘셉트는 성냥갑처럼 트렁크 공간을 뒤로 쭉 뺄 수 있다.
그다음 두 개의 다리를 내리면 바닥에 안정적으로 고정된다. 이 콘셉트카는 촬영을 하려면 각종 장비를 바리바리 싸들고 나서야 하는 수중촬영 사진가를 위해 만들었다.
뒤쪽 화물칸에 산소탱크, 잠수복, 잠수용 신발, 스포트라이트, 수중카메라 등 수중촬영을 위한 장비가 정리돼 있어 차를 몰고 나서기만 하면 된다.
반대쪽에는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문이 있는데 이곳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공간이 나타난다. 갈아입을 옷을 걸어둘 수 있는 옷걸이와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바로 편집하거나 작업할 수 있는 테이블이 놓인 공간이다. 사방이 막혀 있어 옷을 갈아입기에도 그만이다.
롤스로이스는 실내 공간을 해치지 않으려고 배터리를 바닥에 깔고 전기모터를 바퀴에 달았다. 실내엔 거실 소파 같은 푹신한 라운지 시트를 들여놨는데 그 앞에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달아 고급 극장 같은 분위기도 난다. 미래의 자동차 여행은 이런 모습일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시트 하나쯤 없어도 괜찮으니 대신 그 자리에 가방이나 신발을 정리해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다.
링컨이 2016년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한 내비게이터 콘셉트는 내 그런 생각을 실현해준 콘셉트카다. 트렁크를 열면 옷장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냥 옷장이 아니라 옷과 신발, 선글라스를 각 맞춰 정리할 수 있는 옷장이다. 가운데 네모난 수납공간엔 옷을 걸 수 있는 고리가 있고 양쪽으로 망원경과 우산, 선글라스, 시계, 신발 등을 정리해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있다. 영화 <킹스맨>의 양복점처럼 정리도 완벽하다.
실제로 이렇게 만들어주면 좋았겠지만 링컨은 신형 내비게이터 트렁크에 옷장은커녕 근사한 수납함도 놓지 않았다. 음, 그런데 달릴 때 떨어질 걱정은 없는 걸까?
<출처 : 모터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