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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 혁신 이끈 캠핑 덕후.."드라이기·온열기까지 꽂아봤죠"

800V 초급속 충전 등 혁신 기술이 소비자들 마음을 사로잡은 덕이다. 이를 개발한 연구원들을 직접 만나 기술 개발 뒷얘기와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점, 현대차 전기차의 미래를 물어봤다.

"아이오닉 5 V2L(Vehicle to Load)의 시장성이 입증되면 테슬라, 벤츠도 분명히 따라올 겁니다"

지난 14일 오후 2시쯤 만난 곽무신 현대자동차 전력변환제어설계팀장은 "V2L은 어디까지 확장될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V2L은 전기차에 탑재된 고전압 대형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쓸 수 있는 기능이다. 집·카페·회사에서 쓰듯 차량 내외부에 마련된 220V 단자에 전자기기를 연결하기만하면 바로 쓸 수 있다.

'캠핑 덕후'들이 만든 V2L..전력량 확대·간편 사용으로 단점 극복
곽 장과 같은 팀이었던 성현욱 파트장은 회사에서도 알아주는 '캠핑 덕후'다. 곽 팀장은 매달 2~3번 캠핑을 다녔고, 실제 초기 아이오닉 전기차를 구매해 아들과 차박을 다니는 게 취미일 정도다. 성 파트장의 캠핑 경력은 10년인데, 캠핑용 차가 따로 있고 항상 관련 용품을 쌓아두고 다녀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준비된 캠핑 덕후'로 통한다.

V2L 아이디어도 이들 취미에서 비롯됐다. 차박·캠핑 인구는 늘어나는데 국내에서 전력 공급이 가능한 캠핑지는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곽 팀장과 성 파트장의 제안에 현대차 기획·마케팅 부서에서는 처음에는 당황해했지만 'V2L의 확장성'에 주목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오히려 나중엔 출시 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아우성일 정도였다. 그 결과 V2L 기능을 탑재한 아이오닉5는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올해 상반기로 앞당겨졌다.

사실 V2L은 아이오닉5가 최초는 아니다. 그 이전에 대형 내연기관차에서도 노트북 하나 정도 충전할 수 있는 기초 단계의 V2L이 있었고, 2018년에 출시된 닛산 전기차 '리프'에서도 컨버터를 연결하면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전력이 너무 약해 쓸 수 있는 전자기기가 제한적이거나, 컨버터가 너무 커서 실생활에 쓰기 어려웠다. 실제 리프의 홍보 문구도 "지진 등 재해로 전기가 끊겼을 때 유용하다"였다.

아이오닉5의 V2L은 이같은 기존 기술의 단점을 모두 극복했다. 3.6kW의 고전력으로 일반 가정집에서 쓸 수 있는 전자·가전제품은 모두 쓸 수 있고, 사용 방식도 220V 단자에 전자기기를 바로 연결하면돼 간단해졌다.

"꽂을 수 있는 전자기기는 다 꽂아봤다"..4단계 안전장치도 마련
'전기차의 대용량 배터리를 외부로 빼서 쓴다'는 개념은 간단했지만 이를 개발하는 과정은 지난했다. 현대차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 기반으로 출시된 첫 차인만큼 안전한 기술 개발에 신중을 기울였다.

V2L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각 나라마다 다른 전력 체계였다. 한국은 220V를 사용하고, 미국은 110V, 유럽은 230V를 사용하는데 주파수 마저 천차만별이라 이를 모두 호환할 수 있는 차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들은 아이오닉5가 받아들이는 전기를 각 국가의 규격에 맞게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덕분에 내수·해외용 차를 다르게 설계할 필요가 없어져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소비자들의 V2L 사용 방식을 예상해 테스트하는 것도 어려웠다. 현대차에서 V2L 사후 관리(A/S)를 '보증'하기 때문에 규격내 어떤 전자제품을 꽂아도 정상적으로 작동돼야했다. 배터리 한계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가혹조건을 조성해 대형 온열기·에어컨부터 스마트폰 충전기까지 꽂을 수 있는 전자기기는 전부 테스트해봤다.

성 파트장은 "소비전력 총합이 3.6kW 이하라면 멀티탭을 연결해 어떤 제품을 써도 무방하다"고 말했고 곽 팀장도 "과전압·과전류 등을 방지하는 총 4단계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V2L 애플 아이폰처럼 전기차 패러다임 바꿀 것, 테슬라·벤츠도 벤치마킹"
이들은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핸드폰'의 패러다임이 바뀌며 스마트폰·앱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것처럼 V2L도 '전기차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봤다.

전기차가 움직이는 가정집, 사무실 등 전기가 필요한 어떤 장소로도 변할 수 있어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설명이다.

아이오닉5 전용 냉장고 등 V2L을 활용한 액세서리와 더불어 전기차끼리 전기를 나눠주는 V2V(Vehicle to Vehicle), 전기료가 저렴한 시간대에 충전해뒀다가 비싼 때 집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V2G(Vehicle to Grid) 등 관련 비즈니스도 무궁무진하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곽 팀장은 "지금 당장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V2L의 가능성은 무한하다"며 "이 기술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걸 증명해내면 테슬라·벤츠 등 많은 전기차 제조사들도 벤치마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