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수사국(FBI)이 2021년 전국 내 증오 범죄가 줄었다는 통계를 내놓았지만 실제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FBI 새 범죄 통계 시스템 적용 지연으로 일부 지역의 수치가 빠진데다 증오범죄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달라 통계가 왜곡됐다는 분석이다.
어제(1일) 미 공영라디오 NPR 보도에 따르면 FBI가 매년 발표하는 수사기관 통계 자료에서 인종·종교·성별 등에 기반한 증오범죄 건수는 2021년 모두 7천26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8천263건보다 1천1건(12.1%)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NPR은 이 수치를 두고 증오범죄가 감소했다고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른 해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통계에 반영된 수사기관 수가 2020년보다 3천255곳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FBI의 2020년 통계에는 미국 전역의 수사기관 1만8천800여곳 가운데 1만5천138곳의 자료가 반영됐는데 2021년에는 1만1천883곳으로 줄었다.
이러한 '자료 공백'은 FBI가 새 범죄통계 취합 시스템인 '국가 사건기반 보고 시스템'(NIBRS)을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FBI는 각 지역 경찰이 다양한 형태로 제출하는 자료를 취합해 미 전체 범죄 통계를 발표해왔는데, 2021년 통계부터는 새 시스템을 통해서만 자료를 취합했다.
이 시스템은 지역이나 범죄 형태별로 더욱 세밀하게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2021년 미국 전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가운데 80%가 총기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새 시스템 덕에 가능해졌다.
문제는 상당수 지역 경찰이 새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아 통계자료가 누락됐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뉴욕과 LA 등에서도 새 시스템 적용이 늦어져 2021년 FBI 통계에서 빠졌다.
샌프란시스코 경찰국은 FBI의 새 통계 시스템을 통한 자료 제출이 2025년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 규모가 지역·수사기관의 새 시스템 적용이 늦어져 정확한 연간 비교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계 왜곡이 FBI의 새 시스템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지역의 자료가 제대로 취합돼도 실제 발생하는 증오범죄보다 경찰에 신고되는 경우가 훨씬 적다는 것이다.
프린스턴대 공공정책·국제관계 대학원의 제이컵 카플란 연구원은 사람들은 범죄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고 특히 증오범죄의 경우 피해자들이 범죄를 당한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기관별 증오범죄 통계 차이도 상당하다.
FBI의 연간 통계와 미국 사법통계국(BJS) 국가범죄피해조사(NCVS) 결과의 차이를 18년간 연구해온 이븐 홀더는 조사 기간 발생한 증오범죄는 20만∼30만건으로 파악되는데 FBI 자료에는 1만건만 등록돼 있다며증오범죄의 40∼50%는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기관 간에 증오범죄 구성 요건에 대한 견해 차이도 존재한다.
뉴저지에서는 2021년 관내에서 흑인 대상 증오범죄가 877건 발생했다고 보고했지만 FBI는 92건만 증오범죄로 판단했다.
뉴저지가 보고한 유대인 상대 증오범죄는 298건이고 FBI는 25건만 인정했다.
이는 뉴저지에서 '괴롭힘'(harassment)을 증오범죄에 포함시켰지만 FBI는 이를 증오범죄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NPR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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