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북가주 인앤아웃에서 이른바 ‘먹방’을 찍던 한인 남녀 2명이 증오범죄 피해를 입었습니다. 가해자가 한인 남성에게 “김정은의 남자친구냐? 그와 관계를 가졌냐?”라며 막말을 이어가는 장면은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크리스마스 연휴 친절함을 베푼 스토리도 있습니다. 뉴욕에서 눈속에 갇힌 한국 관광객들 여러명에게 흔쾌히 집을 내어준 미국인 부부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박현경 기자!
1. 먼저, 아시안 증오범죄 소식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설명해주시죠?
네, 왜 요즘 어디서든 영상 찍는 사람들 흔히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피해를 당한 한인 남녀 두명도 인앤아웃에서 이른바 ‘먹방’을 찍고 있었습니다.
지역은 북가주 산 라몬(San Ramon)이었는데요.
한인 여성, 아린 김씨가 틱톡(@arinekim)에 올린 영상을 보면 아린 김씨와 그의 친구, 엘리엇 하씨는 나란히 앉아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시켜놓고 이제 막 먹기 시작한 것처럼 보입니다.
아린 김씨는 ‘light well fry’를 먹어본 적이 있냐 물었고 엘리엇 하씨는 ‘light well fry’가 무엇이냐고 되묻습니다.
그러자 아린 김씨는 손에 프렌치 프라이를 들고 ‘light well fry’가 무엇인지 설명해주려 합니다.
그런데 그때 바로 옆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는데요.
먹는걸 영상으로 찍는 것이냐고 물어봅니다.
아린 김씨는 갑자기 옆에 나타난 남성에 깜짝 놀란 얼굴을 하는 반면 엘리엇 하씨는 여유있게 웃으면서 “Yeah”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2. 여기까지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요. 그 다음에 증오범죄가 일어난 겁니까?
그렇습니다.
엘리엇 하씨가 “Yeah”라고 대답하자 그 남성은 “너는 괴상한 동성애자다” (You’re a weird homosexuals)라고 말합니다.
갑작스러운 망언에 한인 남녀는 둘다 너무 놀라면서도 실소를 터뜨리며 넘어가려 했습니다.
그러면서 엘리엇 하씨는 “왜 나에게..”라며 “그저 평화롭게 Flying Dutchman을 먹고 싶었을 뿐인데..”하고 말했습니다.
이어 마치 악몽을 꾸는 것 같다고 했고, 아직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맞지? 라며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런 일을 겪는데 황당함을 나타냅니다.
엘리엇 하씨는 내가 소수 민족이어서 그렇게 대한 것 같다며 영상을 보면 웃고는 있지만 증오범죄를 당한 것에 속상한 마음을 내비칩니다.
그리고 친구 아린 김씨는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고 믿기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에 엘리엇 하씨도 “정말 실제로 벌어졌어”라고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3. 그런데 여기서 끝난게 아니라구요? 그 후에는 더 황당한 증오범죄가 이어졌죠?
네, 같은 남성이 와서 이번엔 이렇게 물었습니다.
“Japanese or Korean?” 그러니까 엘리엇 하씨가 “I’m Korean”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한국인,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더니 대뜸 “You’re Kim Jong Un’s boyfriend, huh?” 너가 김정은 위원장의 남자친구지? 라고 그렇게 재차 물었습니다.
이 대화 내용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_19초>
들으신대로 정말 어이 없는 막말에도 엘리엇 하씨는 그래도 여유를 잃지 않고 맞받아칩니다.
“아니야, 우리가 좀 알고 지내는 사이이긴 하지만”이라니까 또 그 남성은 “김정은과 잤지?(gay sex)”라고 더 심한 막말을 쏟아냅니다.
그럼에도 엘리엇 하씨는 “거기까지 가진 않았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아직 저녁도 대접하지 않았다”고 대응합니다.
4. 갑작스런 공격이었을텐데도 엘리엇 하씨는 여유있게 맞섰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엘리엇 하씨는 “당신과 저녁 같이 할 수 있을까요?”라고 한발짝 더 나아갔는데요.
이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진 것을 감지한 아린 김씨가 “그만, stop, stop, stop”하며 말립니다.
그리고 엘리엇 하씨도 아무것도 아니라며, 카메라를 향해 “I’m sorry”라고 사과합니다.
그 남성은 욕설(Filipino S*it)을 내뱉으며 증오발언 수위를 높여갔구요.
아린 김씨는 반응하지 말라며 친구를 말립니다.
그러면서 “우린 폭행당할 수 있어”라고 덧붙였습니다.
5. 그 후에는 어떻게 됐습니까?
네, 아린 김씨는 다시 먹방에 집중하려 하면서 프렌치 프라이를 집어 들고 리뷰하려 하는데요.
남성의 폭언은 계속됐습니다.
“난 너의 slave master다”며 F-word 욕설을 섞어가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린 김씨가 무시하며 먹방을 찍자 “밖에서 보자” “밖에서 내가 너한테 뭘 할 수 있는지 보자”고 위협까지 이어갔습니다.
결국 웃음을 잃지 않던 한인 남녀는 표정이 심각해지는데요.
그때 행인 한명이 “괜찮냐”고 물어봐줬고 엘리엇 하씨는 “괜찮다, 걱정하지 않다도 된다”며 연말에 참 어울리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이 가해 남성은 가지 않고 있었던게, 아린 김씨가 영상에 그 남자가 우리를 계속 쳐다보고 있다고 합니다.
6. 이 정도면 무서워졌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는 것이니깐요?!
네, 안그래도 아린 김씨는 그런 부분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가 우리를 향해 총을 꺼내 쏘는 것은 아니겠지?”라고 말합니다. 이후 이들은 다시 음식을 먹으며 리뷰를 하려 하는데 엘리엇 하씨는 말도 잘 안나온다며 더이상 먹방을 찍긴 어려운 모습이었습니다.
7. 이 사건은 증오범죄로 조사가 이뤄집니까?
일단 경찰이 용의자를 공개수배하고 나섰습니다.
이 영상이 틱톡에 올라오고 빠르게 번진 뒤 현지 경찰도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산 라몬 경찰국의 덴톤 칼슨 국장은 트위터에 이 영상을 리트윗 하면서 이 영상을 올린 이들을 알고 있다면 자신이나 산 라몬 경찰국에 연락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아린 김씨는 경찰에 연락했구요.
칼슨 국장은 용의자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용의남성은 플로리다 번호판을 달은 은색 머스탱 차량에 탑승하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용의남성은 또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산 라몬 경찰은 이 용의남성을 목격한다면 반드시 신고해줄 것을 강조했습니다.
(트위터 영상: https://www.tiktok.com/@arinekim/video/7181022782463937835?_r=1&_t=8YTTGKeY7F0&is_from_webapp=v1&item_id=7181022782463937835)
8. 그렇지만 이와 반대로 따뜻한 스토리도 들려왔죠?
네, 김나연 기자가 오늘 아침 올린 기사를 보면 훈훈한 스토리도 전해집니다.
겨울 폭풍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뉴욕에서 한국 관광객들이 눈 속에 갇혔다가 친절한 미국인 부부 덕분에 서로 잊을 수 없는 추억 가득한 크리스마스 주말을 보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어제(25일) 보도했습니다.
여자 6명과 남자 3명, 이렇게 9명인 한국 관광객들은 지난 23일 승합차를 타고 워싱턴에서 출발해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중 뉴욕주 윌리엄즈빌에서 차가 눈 쌓인 도로에서 도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올해 27살 최요셉 씨는 차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자 삽을 빌리기 위해 주변의 한 주택 문을 두드려야 했는데요.
그 집이 치과 의사인 알렉산더 캠파냐 씨의 집이었습니다.
9. 그런데 캠파냐 씨는 삽을 빌려주지 않았다구요?
네, 삽을 빌려주는 대신 이들을 즉시 집안으로 안내했습니다.
이미 폭설이 예고된 상태였으니까 어차피 삽을 빌려줘봤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차량으로 더 이동할 수 없으니까 집에 와서 머무르라고 제안한 겁니다.
특히 캠파냐 부부도 며칠간 나가지 못할 것에 대비해 냉장고를 각종 식자재로 가득 채워놓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캠파냐 씨 부부는 우연히 '여관주인'이 됐고 침실이 3개인 이들의 집은 갑자기 들이닥친 9명의 한국인 손님들로 북적였습니다.
10. 그렇게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서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구요?
네, 캠파냐씨 집에는 김치도 있고 고춧가루도 있었구요.
한국 관광객들 가운데는 요리사도 있어 제육볶음 등 맛있는 한국 음식을 제대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주말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최씨는 부엌에 음식이 넉넉하게 준비돼 있고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캠파냐 씨 집 문을 두드린 것은 왠지 운명 같다고 말했구요.
캠파냐 씨 부부는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친절하다며 감사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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