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토로 방화범 범행 인정…"조선인 몰아내려" 증오범죄 가능성

일본 검찰 "실직한 열등감 해소하려고…한국인에 대한 혐오감 뒤섞여"
방화에 불탄 우토로 마을 건물 2022년 4월 27일 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마을에서 재일 조선인 2세 정우경(81) 씨가 작년 8월 방화로 불탄 우토로의 가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재일 조선인 집단 거주지인 일본 우토로 마을에 불을 지른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이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직한 청년이 한국인에 대한 혐오감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저지른 사건이라고 밝혔다.

16일 교도통신, 아사히신문, 교토신문 등에 따르면 우토로 마을의 가옥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된 아리모토 쇼고(22) 피고인은 이날 교토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방화 혐의를 "사실로서 인정한다"고 말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작년 8월 30일 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지구의 빈집에 불을 질러 일대의 가옥 등 7채를 태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화재로 우토로의 재일 조선인이 철거 반대 투쟁 등에 사용했던 세움간판 등 수십 점이 소실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우토로평화기념(祈念·기원함)관이 문을 열면 전시하려고 보관 중이던 물건이었다.



우토로평화기념관

아리모토 피고인은 작년 7월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아이치현 본부와 나고야 한국학교 시설에 불을 질러 건물 벽면 등을 훼손한 혐의로도 기소됐고 이에 대해서도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아이치현 방화 역시 자신의 행위라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련의 범행은 재일 한국·조선인을 겨냥함 증오 범죄인 것으로 보인다.

아리모토 피고인은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을 때 "한국이 싫었다"고 진술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3일 아리모토 피고인을 면회했더니 그가 방화를 인정하고서 재일 코리안에게 "공포감을 줘서 몰아낸다"는 의도였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토로 지구가 재일 한국·조선인에게 불법 점거된 지역으로 생각했다는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우토로에 살았던 사람들 2022년 4월 27일 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마을에 있는 우토로평화기념관에 우토로에 살았던 사람들의 사진을 모은 전시물이 걸려 있다.



검찰은 16일 공판에서 아리모토 피고인이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직한 것에 대한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인에 대한 혐오 감정이 뒤엉킨 상태로 방화를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토로 마을에는 일제 강점기 교토 비행장 건설을 위해 동원된 조선인이 모여 살면서 집단 주거지가 형성됐다.

이들은 일본 패전 후 열악한 환경에서 온갖 차별을 받으며 생활했는데 일대의 토지를 사들인 일본 기업이 퇴거를 요구해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우토로 주민의 생존권 문제가 한일 양국은 물론 유엔에서도 이슈가 된 가운데 한국 정부가 설립한 재단 등이 10여 년 전 일부 토지를 매입했고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을 위한 공공 주택 건설에 나서면서 주거 문제의 해법이 마련됐다.

우토로 마을 재일 조선인의 역사를 알리는 우토로평화기념관은 지난달 30일 개관했다.



출신 국가별 증오범죄 피해 사례

출처: 연합뉴스 인포그래픽
증오범죄 피해자 15% 한국계…'중국계로 오인'
증오 범죄 사례를 분석한 만주샤 컬카니 변호사는 "가해자들이 한국 등 극동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을 무조건 중국인으로 간주해 차별하는 경우가 많았고, 동남아와 태평양 출신 이민자는 중국계로 간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