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파친코'로 유명한 재미 한인 작가 이민진이 전국에서 발생하는 아시안이 겪는 차별과 공포에 대해 펜을 들었다.
이민진 작가는 뉴욕타임스(NYT) 내일(20일) 지면에 실릴 예정인 '아시안 미국인들은 항상 두려움에 떨며 살아왔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경험담 등을 털어놨다.
또 이민진 작가는 이달 초 SNS에서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최근 공격 증가에 대응해 어떻게 일상을 바꿨는지를 묻는 비공식 설문을 했다며 그들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머무르거나, 안전한 길로만 다니고, 페퍼스프레이를 들고 다니며,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만 거리로 나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아시안이라는 게 너무 드러나지 않도록 모자를 써서 얼굴을 가리거나, 여유가 없어도 무조건 택시만 탄다는 답변도 나왔다.
일부 아시안은 너무나 위협을 느껴 스스로를 거의 가두다시피 했다는 게 이 작가의 전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욕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끔찍한 폭력 사건이 급증한 것이 주된 배경이지만,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편견과 범죄의 뿌리는 깊다.
1977년 세 딸을 데리고 서울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이민진 작가의 부모는 맨해튼 한인타운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면서 여러 차례 강도와 절도에 시달렸고, 모친이 퇴근길에 지하철역에서 낯선 남자의 공격을 받을 뻔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또 이 작가의 언니는 고교 통학길에 지하철 안에서 10대 청소년들에 둘러싸여 ‘칭크’라는 욕설을 듣고 지갑을 빼앗기기도 했다.
이 작가는 아무리 수수하고 남자처럼 옷을 입어도 눈에 띄었다면서 "내 인종을 집에 두고 올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누군가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작고 얕게 패인 눈, 둥그런 코, 불거진 광대뼈, 검은 직모와 같은 나의 한국적인 얼굴이전쟁의 패배나 스파이, 난민, 가난, 질병, 값싼 노동력, 사기꾼, 포르노 중독 등 을 연상시켰다고 진단했다.
이 작가는 아시안은 미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적대와 거부, 때로는 정부로부터의 제재와 맞닥뜨렸다면서 그런 것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게 슬픈 대목이라고 한탄했다.
1970 - 1980년대 일본의 급부상에 대한 서구의 공포, 이후 중국이 초강대국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유래한 중국 혐오 현상, 9·11 테러 이후 이슬람 포비아가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더했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여전히 부모와 자매, 남편과 자녀를 걱정하고 있다며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고 싶으며 모두를 위해 안전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Credit: 이민진 작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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