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K-메모리" 지배력 커진다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인수로 삼성과 메모리 1, 2위 싹쓸이
국내 기업 세계시장 점유율 D램 72%, 낸드도 56% 달할 듯
전문가 "낸드도 선의의 경쟁, 반도체 생태계 육성 도움 기대"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K-메모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됐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도약으로 삼성전자[005930]와 함께 메모리 분야의 양대 축인 D램과 낸드에서 모두 국내 기업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며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 D램 이어 낸드도 국내 기업이 과반…'K 메모리' 기술 경쟁 가속

 

이번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로 D램에 이어 낸드도 국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21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은 각각 42.1%, 30.2%에 달한다. 우리 기업의 점유율이 72%를 넘어서는 과점 시장이다.

 

이에 비해 낸드플래시는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33.8%, 5위인 SK하이닉스가 11.4%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이 45%에 그쳤는데 이번에 하이닉스가 인텔 낸드(11.5%)를 사들이면서 전체 점유율이 56%를 넘게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앞으로 인텔과의 합산 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SK하이닉스의 낸드 부문 약진으로 낸드 시장에서도 'K-메모리'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민감하게 움직이는 반도체 시장에서 D램과 낸드 모두 국내 기업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시장 환경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재편도 가속할 전망이다.

 

KB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인수는 글로벌 낸드 산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과거 D램과 유사하게 향후 낸드 공급 구조의 과점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2013년 미국의 마이크론이 일본의 엘피다를 인수한 이후 마이크론의 D램 점유율이 26%로 뛰면서 삼성, SK하이닉스와 함께 3강 체제가 되며 과점 공급 체계가 구축된 것과 유사한 상황이 되리라는 것이다.

 

현대차증권[001500]도 보고서에서 "중국의 양쯔메모리(YMTC) 등 신규 업체가 낸드 시장에 진입한 상태에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인수는 기존 업체 간의 통합으로, 산업의 공급과잉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현재 중국에 D램과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인텔의 다롄 낸드 공장을 확보하면서 삼성전자와 함께 중국 시장에서 종합 반도체 업체로의 위상이 제고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삼성전자와 선의의 경쟁을 통한 기술 발전도 기대된다.

 

실제 D램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 2위를 유지하면서 신제품 개발을 놓고 경쟁해왔다.

 

10나노급 D램의 경우 2세대 제품을 삼성전자가 2017년 12월에 출시하자 SK하이닉스가 11개월 뒤에 개발했고, 3세대 제품은 삼성전자가 2019년 3월에 개발하자 하이닉스가 7개월 뒤에 내놓는 등 기술 격차를 줄여온 것이다.

 

올해 2월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에 특화된 고대역폭 메모리(HBM2E) 제품을 삼성전자가 선보이자, 차세대 D램인 DDR5는 이달 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출시 계획을 공개하는 등 국내 기업들이 전세계 D램 시장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D램에 이어 낸드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선의의 경쟁을 하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보고 있다.

 

 


 

 

삼성 서초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문가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도 기여할 것"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메모리 시장 석권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노근창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소재 및 부품 산업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 미래 기술과 인재 양성을 위해 산학협력센터를 운영하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 협력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인력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문 인력은 국내에만 약 5만명에 달한다.

 

SK하이닉스도 SK그룹 편입 이전인 2011년 1만9천600명으로 2만명이 채 안 됐으나 올해 상반기 2만8천500명으로 8천900명이 늘었다.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막강하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9월 말 기준 19.8%에 달하고, 상반기 국세 수입이 전년 대비 13조5천억원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 납부액은 총 2조6천억원으로 작년보다 8천억원이 늘었다. SK하이닉스 이석희 대표이사는 "이번 인텔 낸드 부문 인수로 창출되는 시너지는 고객, 협력사, 투자자, 지역사회,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가치 있는 미래를 선사해 글로벌 ICT 산업을 더욱 윤택하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 로고 [EPA=연합뉴스]

 

 

◇ 글로벌 반도체 시장 '합종연횡', 지각변동 가속화

 

이번 SK하이닉스의 '빅딜'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합종연횡은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미국의 그래픽 반도체(GPU) 기업인 엔비디아가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인 영국의 ARM을 400억달러(약 47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의 AMD는 자일링스라는 반도체 기업을 300억달러에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기업인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업계는 기존의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구글이나 테슬라 등 테크 기업들도 자체 반도체 독자 개발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분야에서 1, 2위를 확고히 하면서 경쟁력을 키워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지나친 메모리 편중보다는 비메모리 분야로 시장을 키워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