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반정부시위 '강경 대처' 경고…시위 '위축'

연합뉴스 | 입력 11/19/2019 10: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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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혁명수비대[이란 대통령실 제공]


인터넷 전면 차단으로 이란 시민 '고립'
정부, 현금지급 유화책…전문가 "잘 준비된 시나리오" 해석

 

지난 15일(현지시간)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나흘째 접어들면서 위축되는 흐름이다.

 

이란 정부가 휘발유 가격 인상의 명분이었던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현금 지급을 18일 시작했고, 동시에 이란 정부가 강경한 대처를 선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18일 낸 성명에서 "이란 사회와 시민의 평화를 저해하려고 불안을 일으키는 폭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라고 경고했다.

 

수도 테헤란의 주요 광장과 시장에는 무장한 혁명수비대 대원과 특수 부대원이 배치돼 삼엄하게 경계를 펴고 있다.

 

테헤란 외곽에서는 18일 밤 은행과 관공서에 대한 방화가 벌어졌지만 시위 규모는 수십명 수준에 그쳤다. 19일 오전 지방 도시에서는 산발적으로 시위가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19일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자는 경찰 3명과 시민 1명뿐이다. 일부 서방 언론에서는 수십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진위는 확인할 수 없다.

 

이란 북부에서는 19일 시위대의 폭력행위를 규탄하는 친정부 시위가 열렸다.

 

이처럼 시위 규모가 위축된 것은 16일 밤부터 인터넷을 전면 통제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시위가 조직되고 정부에 대한 불만과 항의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완전히 제한되면서 이란 시민은 다른 도시의 상황이나 정보와 차단돼 개인 단위로 고립됐다.

 

시위의 동력이 되는 외국 언론 보도 역시 이란 내부에서는 사실상 알 수 없다.

 

SNS에 게시된 시위 동영상과 사진은 대부분 15, 16일에 촬영됐다.

 

혁명수비대는 선량한 시민의 항의 시위와 외부 세력에 사주받은 폭도를 구분해야 한다며 관공서, 은행을 공격하는 행위는 '폭동'이라면서 본격적인 검거 작전에 나섰다.

 

현안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례적으로 이른 시점에 자신의 견해를 내놨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시위가 커진 이튿날인 17일 오전 휘발유 가격 인상을 지지한다면서 폭력적 집단행동은 외부 세력의 침투로 벌어진 폭동이라고 규정했다.



이란 중부 이스파한에서 16일 열린 반정부 시위


일각에서는 혁명수비대의 대응방침 발표가 이미 준비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의 헨리 롬 이란 담당 연구원은 이란 정부가 휘발유 가격 인상에 따른 반발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가 시위진압을 위한 병력 투입, 즉각적인 인터넷 차단, 6천만명에 대한 현금지급 계획 등 시나리오를 미리 짜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인상은 이란의 저소득 국민에 대한 현금지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으나 급격한 물가상승과 이란 통화가치 하락으로 생활고에 지친 이란인들이 그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고 해설했다.

 

롬 연구원은 "지금까지 이란 정부의 조치를 고려할 때 이란 정부가 이미 시위 상황을 예측하고 긴축정책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