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좀비 뉴런' 퍼지면 퇴행성 신경질환 온다"

연합뉴스 | 입력 11/12/2019 09: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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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도파민 뉴런(홍색)은 염증을 일으켜 소교세포(녹색)의 공격을 받는다.[록펠러대 분자·세포 신경학 랩 제공]


미 록펠러대 연구진, 저널 '셀 스템 셀'에 논문

 

완전히 죽지 않고 활동만 중지한 노화 세포는 우리 몸에서 흔히 발견된다.

 

세포분열 시 DNA가 손상돼도 해당 세포는 스스로 활동을 중지하는데 이는 정상적인 노화 과정의 일부분이다. DNA가 훼손된 세포가 무한 증식하면 암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세포의 '활동 중지'는 고삐 풀린 세포 증식을 차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뇌 신경세포(뉴런)에선 이런 노화 현상이 일반적으로 관찰되지 않는다. 다른 신체 부위의 세포와 달리, 한번 생성된 뉴런은 분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도파민 호르몬을 생성하는 뉴런은 죽지 않고 노화 상태로 남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노화한 도파민 뉴런은 특정 화학물질을 분비해 주변의 다른 뉴런들까지 노화 상태로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이 신경세포의 염증과 사멸을 동반한다는 기존의 통념과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퇴행성 신경질환에서 뉴런이 사멸하는 이유를 밝히는 데 주력해 왔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진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 최근 발표했다. 대학 측도 11일(현지시간) 논문 개요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원래 이 연구의 목표는 도파민 생성 뉴런에서 SATB1라는 단백질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밝히는 것이었다. 파킨슨병이 생기면 도파민 생성 뉴런의 활동도 위축된다.

 

록펠러대 연구팀은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연구진과 손을 잡고, 인간 줄기세포를 도파민 뉴런으로 배양한 뒤 그중 일부 뉴런에서 SATB1의 발현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제거했다.

 

SATB1 유전자가 없는 뉴런은, 염증과 노화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을 주변의 다른 뉴런에 분비했고, 미토콘드리아 손상·세포핵 확장 등의 이상도 보였다.

 

그러나 SATB1 유전자가 온전한 도파민 뉴런이나, SATB1 유전자가 제거된 비도파민 뉴런에선 이런 이상 작용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노화 경로가 도파민 뉴런에만 한정돼 있다는 걸 의미한다.

 

통상 SATB1 유전자는,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p21 단백질의 생성을 지시하는 유전자를 억제했다. 다시 말해 SATB1 유전자는 도파민 뉴런의 노화를 차단했다.

 

실제로 생쥐의 중뇌(midbrains)에서 SATB1 유전자를 제한하자 미토콘드리아 손상·p21 발현도 상승 등 동일한 노화 증상을 보였다. 아울러 파킨슨병 환자의 뇌 조직 검사에서도 p21의 발현도가 높게 나왔다.

 

이는 파킨슨병 환자의 중뇌에서 도파민 뉴런이 사멸하기도 전에 도파민 수위가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논문의 제1 저자인 록펠러대 분자·세포 신경학 랩(실험실)의 마르쿠스 리슬란트 선임연구원은 "죽지는 않지만 제 기능을 상실한 채, 주변에 비슷한 뉴런을 퍼뜨리는 노화 뉴런을 '좀비 세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런 노화 뉴런은, 세포 주기가 멈춘 상태에서 염증성 인자를 분비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빨리 와서 나를 잡아먹어'라고 면역체계에 알리는 것과 비슷하다"라면서 "파킨슨병 환자에서 특정한 염증 지표가 나타나는 이유가 잘 설명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에 새로운 접근로를 연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노화 세포 제거제로 개발된, '세놀리틱스(senolytics)'라는 약이 파킨슨병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제안한다. 물론 SATB1 유전자나 p21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