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리야드 흔들고 세븐틴에 두바이 '들썩'…중동 달군 한류

연합뉴스 | 입력 10/18/2019 09: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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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두바이에서 열린 K-팝 콘서트


 

중동이 한류 열풍에 뜨거운 한 주를 보냈다.

 

17일(현지시간) 밤 중동에서 한류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월드트레이드센터 실내 공연장에서 K-팝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이 시작되기 한 시간도 전부터 줄을 늘어선 현지 한류팬은 한국 가수가 하나씩 무대에 등장하자 응축한 폭발력을 한꺼번에 분출하는 듯했다.

 

4천여 석을 가득 메운 '히자비(히잡을 쓴 아랍 여성을 이르는 말) K-팝 팬은 2시간여 이어진 공연 내내 의자에 올라서서 최선을 다해 함성을 질러댔다.

 

"안녕하세요"라고 가수가 무대에서 인사만 해도 같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답했고, 한꺼번에 지르는 소리에 실내 공연장은 '진동 모드'로 바뀌곤 했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자신에게 향할 것 같으면 히잡을 고쳐매고 마스크를 올려 얼굴을 가리기 일쑤였지만 K-팝 가수의 말 한마디, 손동작 하나하나에 혼연일체가 됐다.

 

마지막 순서로 예정된 아이돌그룹 '세븐틴'이 공연할 순서가 임박하자 이들이 모습이 보이기도 전부터 객석은 열기로 달뜨더니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이들은 차라리 비명을 질러댔다.



17일 UAE 두바이에서 열린 K-팝 콘서트


두바이에서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파티마(16) 양은 야광봉을 손에 든 채 "꿈속 같다"라며 짧고 강렬하게 자신의 기분을 표현했다.

 

파티마 양처럼 아랍의 소녀팬들에게 이날 K-팝 공연의 시공간은 '비현실'이었다.

 

행사에 스태프로 참여한 한 교민은 "두바이에서 한류가 전부터 인기이긴 했지만 4∼5년 전만 해도 한국 가수 공연장은 한국인 팬이 상당수 자리를 채웠는데 이제 그런 단계는 지난 것 같다"라며 "아랍권에서 한류는 일시 유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코트라, 외교부 등 여러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16∼18일 사흘간 연 '한류 박람회'의 하이라이트였다.

 

중동에서 한류 박람회가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그간 이 지역에서 열린 한류 관련 행사 가운데 참가 업체, 방문객 수(하루 1만여명)에서 최대 규모였다.

 

중동은 한국에서 지리적으로 먼데다 문화·종교적 이질감이 큰 탓에 한류의 흥행 여부를 두고 몇 년 전만 해도 의심이 컸지만, 지금은 동남아에 이어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특히 다른 중동 이슬람권과 비교해 외국 문화에 관대한 정책을 펴는 UAE는 일찌감치 현지에서 한류동아리가 생겨날 만큼 한국의 대중문화가 젊은 여성층을 시작으로 주류로 뿌리를 내렸다.



11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두바이에서 이날 열린 K-팝 콘서트는 한 주 전 이슬람 종주국으로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단독 콘서트와 이어져 중동이 지난 한 주 한류로 뜨겁게 달궈진 셈이다.

 

BTS는 비아랍권 가수로는 처음으로 사우디에서 단독콘서트를 열어 3만여 '아랍 아미'를 열광 속으로 빠뜨렸다.

 

사우디가 최근 그간 부진했던 관광, 대중문화에 문을 조금씩 여는 추세지만 여전히 보수적 종교 규율이 지배하고 여성의 외부 활동이 제한적인 곳이다.

 

그런 점에서 BTS의 이번 사우디 공연으로 '은둔의 왕국' 사우디에서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었던 한류의 저변이 이미 넓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사우디는 35세 이하 젊은 층이 전체 3천만 인구의 과반이어서 중동 아랍권 밖의 새로운 대중문화에 대한 수요가 어느 나라 못지않은 곳이다. 그 자리를 한국의 가수와 드라마가 빠르게 채우고 있고 BTS가 그 신호탄을 쏜 것이다.

 

중동에서 스마트폰과 건설로 알려진 한국은 이제 동아시아의 세련된 대중문화 선진국으로 빠르게 옷을 바꿔입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