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지사, 올림픽 마라톤 삿포로 개최에 "차라리 북방영토에서"

연합뉴스 | 입력 10/17/2019 09: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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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D-1000' 카운트다운 전광판 제막식에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박수를 치는 모습

IOC 마라톤 개최지 변경에 반발하며 민감한 '러일 영토갈등지역' 개최지로 거론
"아베 총리, 푸틴 대통령과 친하다"며 아베 정권 자극…러시아 반발 예상

 

일본 도쿄도(東京都)지사가 내년 도쿄 올림픽의 마라톤 경기 장소를 도쿄에서 북부 홋카이도(北海道)의 삿포로(札晃)로 옮기는 움직임과 관련해 차라리 마라톤 경기를 러시아와 일본 사이 영토 분쟁 지역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서 하자는 취지의 말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이날 노동 단체인 '렌고'(連合)의 도쿄지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면서 "시원한 곳이라고 한다면 평화의 제전(올림픽)을 '북방영토(쿠릴 4개 섬)'에서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정도를 목소리를 렌고가 높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년 도쿄올림픽 육상 마라톤과 경보 코스를 도쿄가 아닌 삿포로에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며 '북방영토' 문제를 끄집어낸 것이다.

 

쿠릴 4개섬은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곳으로, 일본이 러시아로부터 반환을 받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는 지역이다.

 

러시아는 일본과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며 이 문제에 대한 협의에 응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국의 영토라는 점을 강조해 일본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까닭에 고이케 지사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나 러시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어하지 않은 일본 정부 모두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시레토코의 한 전망대에 적힌 '북방영토(쿠릴 4개 섬) 안내 판. "북방영토는 우리나라의 영토다"라고 일본어로 쓰여져 있다. 멀리 바다 건너에 보이는 섬이 쿠릴 4개 섬 중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國後>)다.


고이케 지사는 이런 발언을 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모리 요시로(森喜朗) 조직위원장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친하니 그 정도는 요청해 보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이케 지사는 극우 성향의 인사이기는 하지만 지난 2017년 중의원 총선에서 '희망의 당'을 만들어 자민당에 대항하는 등 아베 총리와는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관계에 있다.

 

그는 IOC가 경기장 변경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지금까지 각 지자체가 마라톤 코스를 열심히 준비해왔다"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고이케 지사는 자신이 발언이 논란이 된 뒤인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서도 "경기장을 갑자기 북쪽의 삿포로로 변경하자는 안이 나왔으니, 한가지 안으로 (북방영토 개최안을) 말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이 폭염이 예상되는 한여름에 개최되는 까닭에 야외에서 장기간 펼쳐지는 마라톤 경기와 관련해서 더위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일본 안팎의 스포츠계에서 활발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경기를 이례적으로 이른 시간인 새벽 6시에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IOC는 16일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도쿄올림픽 마라톤과 경보 경기를 삿포로에서 치르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날 IOC 이사회와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마라톤 경기장을 삿포로로 옮기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더위에 고전하는 마라토너들
이탈리아 마라토너 조반나 이프이스(오른쪽 아래)가 9월 28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9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마라톤 레이스 중 탈진해 쓰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