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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독신 여성에 체외수정 허용’ 프랑스서 반대 시위

문지혜 기자 입력 10.06.2019 09:05 AM 수정 10.06.2019 11:23 AM 조회 3,528
프랑스 정부가 독신 여성이나 여성 동성애자 커플에게도 체외수정(IVF) 등 난임·불임 시술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현지시간 6일 수도 파리에서 진행됐다.

우파 유권자들과 가톨릭 단체 회원들은 6일 파리 몽파르나스 타워 인근에 모여 행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지방 곳곳에서도 전세버스를 대절하고 고속열차를 타고 상경해 장외집회에 합류했다.

이들은 프랑스의 국가 표어인 '자유 평등 박애'를 변형해 '자유 평등 부성애'라고 적힌 깃발을 들거나, '아빠 사랑해요'가 적힌 푯말을 들고 행진했다.

경찰은 시위 규모를 만명∼2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프랑스 정부와 집권당이 추진하는 생명윤리법 개정안이 전통적인 가족의 구조를 해체하고 가정에서 아버지의 존재를 빼앗아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체외수정(IVF)을 레즈비언이나 싱글 여성에게도 허용하고 공공의료보험 혜택에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하원은 지난달 이를 통과시켰다.

상원에서도 의결되면 법으로 확정된다.

정부안에는 우선 난임·불임 커플이 받을 수 있는 체외수정(IVF) 시술 대상에 독신 여성과 여성 동성애 커플을 포함하고 의료보험 적용대상에도 포함하기로 했다.

현행 의료법상 프랑스에서는 IVF 시술 대상을 남녀 이성커플에 한정하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가운데 레즈비언이나 싱글 여성에게도 IVF 시술을 허용하는 나라는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등 18개국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 임신을 원하는 독신 여성이나 레즈비언 커플은 이웃 나라로 넘어가 회당 수천 유로(수백만원 상당)에 이르는 비용을 치르고 IVF 시술을 받는 일이 많았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2013년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만큼, IVF 대상 확대와 의료보험 적용을 막을 근거가 없다고 보고 시대변화에 따르기로 했다.

이런 내용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2017년 대선 출마 당시 공약이기도 했다.

법안에는 또 기증된 제3의 남성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 만 18살이 됐을 때 희망자에 한해 정자 기증자의 사전동의가 있을 경우 기증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프랑스에서는 정자 기증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누구인지 신원을 알 수 없었다.

프랑스 정부와 집권당의 이런 방침에 대해 우파와 가톨릭 보수 진영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6일 시위를 위해 브르타뉴 지방에서 상경했다는 한 68살 여성은 AFP통신에 "엄마와 아빠가 있는 가족은 보호가 필요한 일종의 생태계"라면서 법안의 철회를 주장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전체 여론은 정부 쪽에 더 기울어져 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지난달(9월) 유권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싱글 여성의 체외수정 시술 허용에 찬성한다는 응답률은 68%, 레즈비언 커플에게도 IVF의 시술과 관련 의료보험혜택 제공에 찬성한다는 비율은 6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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