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방영 만화 40% 한국산…오승현 애니 감독 "깃발 꽂아"

연합뉴스 | 입력 07/19/2019 17: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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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현 애니메이션 감독


미국서 활동하다 인니 스카우트된 뒤 지난해 독립 회사 차려

 

인도네시아 지상파 방송이 주중에 방영하는 애니메이션의 40%를 한국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일본만화를 제치고 한국만화가 승승장구하는 데는 오승현(46) 애니메이션 감독의 공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 감독은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의 14세 이하 인구가 7천400만명"이라며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시장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오 감독은 본래 미국에서 2006년∼2014년 애니 전문 채널 니켈로디언, 카툰 네트웍스,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드림웍스의 다수 작품을 성공시켰다.

 

제주도 출신인 오 감독은 대학에 떨어진 뒤 1992년 상경, 만화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애니 업체에 취업해 8만9천원의 월급을 받으며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그는 2002년 '원더풀데이즈'라는 작품을 만드는 등 경력을 쌓은 뒤 2006년 미국 니켈로디언사에 스카우트됐다.

 

오 감독은 니켈로디언사가 만든 TV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바타-아앙의 전설' 총감독을 맡아 이름을 알렸고, 이후 '파이어 브리더', '제너레이터 렉스', '트론 업라이징' 등 시리즈를 감독했다.



'끼꼬'(KICO) 제작 당시 오승현 감독


그러다 2014년 말 인도네시아의 최대 미디어그룹인 MNC에서 "우리 그룹이 애니메이션 사업을 키워보려는데 와 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고는 미국 생활을 접었다.

 

MNC는 공중파 채널 4개, 케이블 채널 25개, 자체 인공위성을 보유한 그룹으로,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를 자카르타 인근 리도에 개발 중이다.

 

오 감독은 "미국 생활이 10년 차에 접어들 무렵 앞으로의 성장에 대해 고민을 하던 참에 뜻밖의 나라인 인도네시아에서 기회가 찾아왔다"며 "새로운 곳에서 '내 쇼'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인도네시아에 온 이유를 밝혔다.

 

그는 자카르타로 이주한 뒤 MNC가 만든 애니메이션 '끼꼬'(KICO)를 시츄에이션 액션 코미디로 완전히 새롭게 개편해 2016년 2월부터 방영한 결과 7∼8%였던 시청률을 27%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도라에몽(일본작품)도 이긴 것이다.

 

애니메이션 불모지인 인도네시아에 오 감독은 미국 제작방식과 수준을 도입해 이른바 '깃발'을 꽂았다.

 

오 감독은 MNC를 설득해 '잭 스톰'(Zak Storm)'이라는 시리즈까지 만든 뒤 작년 여름 회사를 박차고 나와 자카르타에 'SHOH 엔터프라이즈'라는 애니메이션 회사를 직접 차렸다.



'SHOH 엔터프라이즈' 직원들


현재 직원은 110여명, 4년 안에 500명 규모로 늘린다는 목표다.

 

그의 회사는 '안녕 자두야', '미니특공대', '고고 다이노',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프랜쥬' 등 5개 한국 작품의 인도네시아 판권을 확보해 인도네시아 RTV, SCTV에서 방송을 하고 있다.

 

또, '레이디버그', '미니특공대', '콩순이', '스토니즈' 등 다수의 한국 만화작품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작업을 수주해 자카르타로 가져왔다.

 

올해 10월에는 애니메이션·웹툰·게임 학원을 자카르타에 오픈해 인력을 처음부터 양성해서 활용하고, 점진적으로는 자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오 감독은 "지금은 인도네시아 애니메이션 시장에 씨를 뿌릴 때라 생각한다"며 "좋은 콘텐츠를 계속 공급하다 보면 인도네시아 시장 성장과 함께 좋은 수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HOH 엔터프라이즈' 작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