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부인한 중국을 머쓱하게 한 필리핀·베트남 어민 진술

연합뉴스 | 입력 06/19/2019 15: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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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박의 충돌사고로 물에 빠졌다가 구조된 필리핀 어민들[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베트남, 中 선박이 침몰시킨 필리핀 어선 도운 자국 어민에 포상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에서 지난 9일 중국 선박이 필리핀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곧바로 떠난 사건과 관련해 중국을 머쓱하게 만드는 필리핀과 베트남 어민들의 진술이 나왔다.

 

1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9일 자정께 남중국해 리드뱅크(중국명 리웨탄, 필리핀명 렉토뱅크) 인근 해상에서 중국 선박이 정박 중인 필리핀 어선을 충돌하는 바람에 필리핀 어선이 침몰했다.

 

다행히 필리핀 어선에 타고 있던 선원 22명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지만, 중국 선박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와 관련,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은 지난 14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중국 선박은 필리핀 선원들이 필리핀 어선들에 의해 구조되는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며 뺑소니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필리핀 선원들의 진술은 달랐다. 주넬 인시그네 선장은 "중국 선박이 충돌 후 잠시 멈춰 우리 배가 가라앉고 선원들이 물에 빠지는 것을 지켜봤지만, 구조하지 않고 급히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상에서 표류하다가 약 8㎞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한 선박의 불빛을 발견하고 선원 2명에게 작은 보트의 노를 저어 가서 구조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선원들이 약 2시간 만에 도달한 그 선박은 베트남 어선이었다.

 

베트남 어선은 사고 현장으로 와 필리핀 선원 22명을 모두 구조하고 음식물을 나눠줬다.

 

인시그네 선장은 "구조해준 선원들이 '베트남? 필리핀?'이라고 묻고 '친구들'이라고 말해 그들이 베트남 어민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베트남 띠엔장성 선적 어선 'TG-90983호' 선원들의 진술도 이 같은 상황설명과 일치한다.

 

응우옌 타인 땀 선장은 선주와의 교신에서 "지난 10일 오전 1시께 배를 정박하고 잠이 들었다가 외국인들의 목소리에 깼다"면서 "그들은 손을 흔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회고했다.

 

땀 선장은 "그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으로 1시간가량 이동해서야 사고 현장에 도착해 선원들을 구조했다"면서 "이동 거리가 5해리(9.26㎞)가량 됐다"고 말했다.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은 지난 17일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발효 25주년을 기념해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한 연설에서 "베트남 선박이 구조해줄 때까지 필리핀 선원 22명이 바다에 표류하고 있었다"면서 "우리는 전략적 동반자인 베트남에 영원히 빚을 졌다"고 사의를 표했다.

 

팜 아인 뚜언 베트남 띠엔장성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필리핀 선원들을 구조한 우리 어민들의 포상을 건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