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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 사임 발표로 英 ‘브렉시트 혼란’ 가속

주형석 기자 입력 05.25.2019 07:33 AM 조회 2,567
테리사 메이 총리의 전격적인 사임 발표로 그렇지 않아도 꼬일대로 꼬여있는 ‘브렉시트’ 향배가 더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현재, ‘브렉시트’는 일단 10월까지 미뤄둔 가운데 영국 하원 비준 절차에서 교착상태에 놓여있다.

따라서, 테리사 메이 현 총리 후임자가 누가 되든 ‘브렉시트’ 관련해서 어려운 짐을 떠안게 된 상황이다.

‘브렉시트’는 지난 2016년 6월23일 실시됐던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51.9% 찬성으로 결정됐다.

데이빗 캐머런 당시 英 총리는 자신의 의도와 달리 예상외로 ‘브렉시트’가 통과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데이빗 캐머런 당시 총리는 개인적으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재집권을 위해 영국 사회에서 요구가 높아진 브렉시트에 대해서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권력을 잃고 사회적 분열과 혼란을 초래했다.

데이빗 캐머런의 뒤를 이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결국 ‘브렉시트 이행’이라는 피할 수 없는 독배를 이어받아 EU로부터 탈퇴하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즉각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 도출에 나섰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등장한 이후 영국과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은 2단계로 진행됐다.

이러한 협상을 통해 英 정부는 합의안을 英 하원에서 비준 받아 올해(2019년) 3월 EU 탈퇴 절차를 완료하면서 내년(2020년) 12월31일까지 전환기를 가질 예정이었고 이럴 경우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英 정부와 EU의 1단계 협상에서 쟁점 사안은 재정부담금과 EU시민권, 아일랜드 국경 문제 등이었다.

이 쟁점들에 대해서는 지난 2017년 12월에 합의가 이뤄졌다.

이어서 2단계 협상은 英이 EU를 탈퇴한 이후 가지게 될 2년간의 전환기 조건과 양측의 무역 관계였다.

이 2단계 협상은 지난해(2018년) 11월에 합의가 도출됐다.

이어서 EU와 英 정부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양측 의회 비준 동의를 거쳐 발효되도록 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英 하원은 英 정부와 EU간에 체결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아일랜드-北아일랜드 국경에서의 'Backstop’, ‘안전장치’를 이유로 불만을 나타냈다.

英 하원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문제의 핵심 ‘Backstop’은 실제 ‘브렉시트’ 현실화 이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영국의 일원 北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사이에서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는 부분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이 ‘Backstop’의 요지는 ‘브렉시트’ 전환기간인 내년(2020년)말까지 北아일랜드를 비롯한 영국 전체가 ‘EU 관세 동맹’에 잔류한다는 것이었다.

보수당 등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사실상 ‘EU 잔류’라며 무늬만 ‘브렉시트’라고 규정하고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했다.

결국, 지난해(2018년) 12월10일 테리사 메이 총리는 보수당 강경파 때문에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표결을 연기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당시 보수당 의원들이 제기한 불신임 투표에서 승리해 총리직을 유지하는데 성공했지만 지도력에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

결국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英 의회 표결은 해를 넘겨 올해(2019년) 1월15일에 처음으로 실시됐다. 결과는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압도적인 부결이었다.

찬성표는 ‘브렉시트’ 승인에 필요한 전체 英 의회 과반인 320표에 크게 못 미쳤다.

英 의회 역사상 이보다 더 큰 표 차의 부결은 없었을 정도로 테리사 메이 총리는 표결을 통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고 말았다.

이 때부터 아무런 합의없이 EU와 결별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하지만 테리사 메이 총리는 16일 불신임 표결에서 다시 살아남았고
英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의 부결로 ‘브렉시트’ 기한은 당초 2019년 3월29일에서 4월12일로 연기됐다.

이후 다시 10월31일까지로 미뤄진 상황이다.

지난 3월12일에 진행된 새로운 합의안을 가지고 실시한 2차 표결도 英 하원에서 찬성 242표, 반대 391표로 또 부결됐다.

지난 3월29일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번에 ‘브렉시트 합의안’이 英 의회를 통과하면 총리직을 내놓겠다는 배수진을 치며 3번째 표결을 실시했지만 英 하원은 찬성 286표, 반대 344표로 또 부결시켰다.

이렇게 번번히 의회에서 막히면서 ‘합의안’ 처리가 무산되자 나름대로 ‘노딜’이라는 파국적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막기위해서 그동안 영국에 최대한 양보해 왔던 EU도 더 이상 안된다며 英을 압박했다.

지난16일(목) 테리사 메이 총리가 다음달(6월) 초에 브렉시트 협상안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구하는 4번째 시도를 실시한 직후 총리직에서 사임하는 시간 계획표를 밝힐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결국 테리사 메이 총리는 어제(24일)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약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당대표직에서 내려오겠다고 발표했는데
그동안의 감정이 복받친 듯 울먹이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그 어떠한 악감정도 없다면서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 지속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고 말하고 ‘브렉시트’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물러나게돼 안타깝다고 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영 국민이 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했다며 민주주의는 국민이 결정한 것을 정치인들이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 이어 26년 만에 첫 여성 총리에 올랐던 테리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벽을 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AFP는 테리사 메이 총리가 영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에 짧게 재임했던, 그리고 브렉시트를 이행할 능력이 없었던 총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영 정부와 EU의 ‘4차 합의안’이 지난 21일(화) 공개됐는데 이 4차 합의안에 ‘2차 국민투표’ 등 노동당의 요구사항이 반영돼 있어 영 하원 보수당과 현 테리사 메이 내각 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총리마저 물러나게돼 ‘브렉시트’ 향배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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