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상사태 무력화 의회결의안 거부권 행사…재임 첫 사례

연합뉴스 | 입력 03/15/2019 16: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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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비상사태 선포 무력화 의회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의회는 결의안 통과시킬 자유, 나는 거부할 의무 있다"
서명식서 각료·단속요원·시민 불러 '세 과시'…하원은 26일 재의결 '맞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의회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전날 상원을 통과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서명을 했다. 그는 "의회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자유가 있고 나는 거부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이민 정책은 한계점을 훨씬 넘어섰다"며 "엄청난 국가적 비상사태"라고 강조했다. 또 비상사태 무력화를 시도한 의회 조처에 대해 "위험하고, 무모하다"고 비판했다.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각료와 공무원, 지지자 등을 불러모아 '세'를 과시했다.

 

대통령 주변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윌리엄 바 법무장관,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등 각료들과 이민세관단속국(ICE), 세관국경보호국(CBP)의 단속요원들이 늘어섰다. 또 마약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 국경장벽 지지자 등도 참석했다.

 

많은 참석자가 대통령을 칭찬하고 감사의 뜻을 밝혔으며 이들 발언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문서에 서명했다. AP통신은 "의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감사와 박수를 보낸 지지자에 둘러싸여 서명식을 가졌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부정할 수 없는 국경 위기"라며 "즉각적인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지난달에만 7만6천명 이상의 외국인이 체포되거나 입국 불허됐고 지난 회계연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외국인 가족 체포자는 300% 급증했으며 올해 100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 70개 그룹이 국경을 넘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쪽 국경은 코카인, 헤로인 등 주요 마약이 유입되는 지점으로 2017년에만 마약 과다 복용으로 7만명 이상이 숨졌고, 범죄자와 폭력조직원 등이 미 입국을 위해 취약한 남쪽 국경을 이용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의회에 요구한 예산이 수용되지 않자 남쪽 국경의 안보 및 인도주의적 위기를 이유로 지난달 15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대해 하원은 지난달 26일 저지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상원에서도 전날 본회의 표결을 거쳐 찬성 59표, 반대 41표로 결의안이 통과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취임 이후 첫 사례다.

 



미국 상원 비상사태 무력화 결의 표결, 트럼프 거부권(VETO) 행사 피력 (PG)[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한편 거부권에 맞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26일 결의안 재의결을 위한 표결에 나선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후 표결 소집 계획을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무법적인 권력 장악"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 의회, 그리고 미국 국민의 의지에 계속 저항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이나 결의안이 재의결되려면 상원(100명)과 하원(435명)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의원이 찬성해야 한다. 재의결 정족수는 상원 67명, 하원 290명이다.

 

다만 현재 의회 의석 분포상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이번 결의안이 재의결될 가능성은 작다고 미 언론은 전망했다.

 

앞선 표결에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상원 59명, 하원 245명이었다. 민주당 의원 전원과 더불어 공화당에서 상원 12명, 하원 13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어서 재의결되려면 공화당에서 추가로 상원 8명, 하원 45명 이상이 찬성을 해야 한다.

 

한편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무의미하다"며 "비상사태의 합법성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는 법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 단체와 비영리 단체 '퍼블릭 시티즌'은 각각 비상사태의 위법성을 문제 삼아 소송을 냈으며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6개 주(州)도 국경장벽 예산 확보를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