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고립 시리아난민 4만명…구호보다 귀환 압박 가중"

연합뉴스 | 입력 02/21/2019 10:00:03 | 수정 02/21/2019 1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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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요르단 국경 루크반 캠프…피란민 4만명 고립[AP=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리아·요르단 국경 루크반 캠프…구호 제한돼 물자부족 극심
러시아, 캠프 외곽에 '인도주의 피란 통로' 설치…검문소 배치
반군·피란민 "美 철군 결정 후 러 귀환 강요 나선 것"

 


열살 소년 빌랄은 사막의 칼바람에 얼굴이 트고 갈라진 채 땔감으로 쓸 쓰레기를 주우러 종일 텐트촌 주변을 돌아다닌다.

 

빌랄은 그래서 항상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다.

 

바로 옆에 선 친구 칼레드가 손에 쥔 줄 끝에는 바싹 마른 개 사체가 매달려 끌려다닌다. 칼레드가 가진 유일한 '장난감'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시리아·요르단 국경의 루크반 캠프를 소개하며 지상의 '연옥'(천국에 이르지 못한 영혼들이 죄를 씻는 곳을 뜻하는 가톨릭 용어)이라고 표현했다.

 

2014년 잠시 교전을 피하려고 루크반으로 온 팔미라 출신의 루키아(18)는 "몇주라고 생각한 피란이 몇년이 됐다"면서 "우리는 살아남으려 했다는 이유로 징벌을 받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작년 11월 유엔의 구호품 전달 현장에 모인 루크반 캠프 피란민들[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루크반에는 시리아내전과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피해 홈스와 팔미라 등지에서 모여든 시리아인 4만∼5만명이 모여 산다.

 

'잠시' 머무를 계획으로 루크반에 온 피란민 다수가 길어지는 전쟁에 귀환하지 못했고, 2016년 요르단이 극단주의자 유입을 막겠다며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국경 허허벌판에 고립된 피란민들은 구호품과 주변 업자들이 공급하는 물품에 의존해 생존한다.

 

요르단 당국이 극단주의자의 공격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구호단체의 접근도 극도로 통제하고 있어, 주민들은 항상 극심한 물자 부족에 시달린다.

 


 

 

작년 11월 시리아 루크반 캠프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유엔 구호인력[EPA=연합뉴스]

이달 16일 유엔은 시리아 적신월사(적십자사에 해당하는 이슬람권 기구)의 도움으로 루크반 캠프에 작년 1월과 11월 이후 석달만에 구호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수송된 식량은 겨우 한달치에 불과하다.

 

이달 19일 러시아 국방부는 루크반 캠프 외곽에 주민이 캠프를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는 '인도주의 피란 통로'를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루크반 주민과 이 지역 반군은 러시아의 조처가 루크반의 피란민에게 귀환을 강제하려는 시도라고 우려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루크반 캠프는 인근에 있는 미군의 알탄프(탄프) 기지 덕에 러시아·시리아군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미국·러시아가 합의한 충돌방지지역에 캠프가 포함된 덕분이다.

 

최근 러시아의 구호와 피란 통로는 미국의 철군 결정 후 러시아가 루크반 피란민을 상대로 복귀 압박에 나선 것이라고 반군 즉은 주장했다. 

 


 

 

루크반 캠프로 향하는 구호품 수송대를 경비하는 러시아군 헌병[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주로 반군 지지 성향의 피란민들은 시리아 정부의 보복과 징집 등을 걱정해 현재 상태에서 귀환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 조직의 지휘관 무하나드 알탈라는 "러시아가 인도주의 피란 통로 관리를 명분으로 검문소를 설치해 놓고 생필품과 연료 공급업자들의 출입을 막았다"고 비난했다.

 

미국 국무부는 18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주민들이 강압에 따라 루크반 캠프를 떠나게 돼서는 안 된다고 촉구하고, 러시아나 시리아 정부가 아니라 유엔이 주민 철수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