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외투자 안전도 평가서 미국 '4위→14위' 추락

연합뉴스 | 입력 01/11/2019 15:03:18 | 수정 01/11/2019 1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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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중국, 미국산 제품 구매 논의(PG)
[이태호, 최자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무역전쟁 발발로 대미 투자 불안감 커져
샤오미 등 中 기업, 美 대신 유럽시장 공략 강화

 

무역전쟁 발발 후 미국이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중국 투자자들의 대미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산하 세계경제정치연구소는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9년 중국의 해외투자국 위험등급 평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환경 순위는 지난해 전체 57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4위였으나, 미·중 무역전쟁을 겪으며 10계단이나 하락해 올해에는 14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투자안전 등급도 'A'에 그쳤다. 이는 위험 수준이 중간 단계란 의미로, A 등급을 받은 국가는 폴란드, 러시아 등이다.

 

보고서는 "중국 투자자들에게 미국의 투자환경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대미 투자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내세워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미국 송금 서비스업체 머니그램을 12억 달러에 인수하려고 했지만, 미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어 사이노IC캐피탈의 반도체 제조업체 엑세라 인수 시도도 좌절됐고, HNA 그룹의 스카이브릿지캐피탈 인수도 실패로 돌아갔다.

 

미 의회는 지난해 8월 외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를 심사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강화해 중국 자본에 대한 방어벽을 더욱 굳건하게 세웠다.

 

이에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고 했던 중국 기업들도 유럽 등 다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분위기이다.

 

세계 4위 스마트폰 업체인 중국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軍) 회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 공략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을 피하면서 "올해 해외 공략에서는 유럽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샤오미가 지난해 3월 미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것과는 뚜렷하게 대조되는 발언이다. 당시 샤오미는 미국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스마트폰을 내놓고, 미국 이동통신업체와 제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레이 회장은 "우리의 목표는 여러 유럽 시장에서 1등 아니면 2등을 하는 것"이라며 "특히 스페인 시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와 ZTE의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등 중국 기업의 대미 진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레이 회장은 지난해 7월 홍콩 증시 상장 후 약세를 면치 못하는 주가를 의식한 듯 향후 1년 동안 보유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