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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매직’, 베트남 축구 바꿨다!

주형석 기자 입력 12.15.2018 02:09 PM 조회 19,792
베트남이 ‘스즈키컵’을 들면서 동남아 축구 정상에 올랐는데 박항서 감독이 진두지휘하며 모두가 함께해 이룬 놀라운 성과였다.

박항서 감독 부임 이후 1년여만에 차지한 우승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오랜 시간동안 만연된 ‘패배 의식’에 깊이 젖어있던 베트남 선수들의 의식을 깨우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축구에서 한국, 일본, 태국 등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

꾸준히 참가는 하지만 성적을 내지 못하다보니까 한 대회를 끌고 가는 근성과 지구력이 부족했고 하루 아침에 달라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감독 부임과 함께 선수단을 개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베트남의 주식인 쌀국수로 식사하는 것을 본 뒤 가장 먼저 식습관부터 고쳤다.

쌀국수만으로는 힘을 내기 어렵다고 보고 전통 음식인 쌀국수를 간식 대용으로 하게하고 영양가가 높은 식단으로 짜서 선수들에게 제시했다.

훈련에 있어서도 선수들을 야단치고 나무라기보다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칭찬하고 동기를 부여하는데 주력했다.

베트남은 체격은 작지만 빠른 것이 장점이다. 박항서 감독은 이를 경기 중 활용했다.

좌우 측면 수비수나 공격수들은 쉼없이 공수를 오르내렸고 강력한 압박 수비로 상대 공격수들을 무력화시키면서 공을 뺏으면 즉각 역습에 나서 상대 수비 측면 뒷공간을 위협했다.

또, 중앙에서는 상대에 등지는 플레이부터 제대로 가르쳤다.

볼을 소유해서 버틴 뒤 동료가 수비 사이로 빠져 들어가는 이른바 ‘패턴 플레이’를 특화시키기도 했다.

그 결과 아크 부분에서 파울을 유도해 프리킥으로 이어져 골까지 만드는 결과물을 제조했다.

새 베트남 A대표팀 구성에 있어서 U-23 대표팀 자원의 성장은 큰 복이었다.

올 1월 중국 창저우에서 열린 아시아 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는 예상을 깨고 결승까지 진출하며 ‘박항서 매직’의 시작을 알렸다.

비록 폭설이 내린 결승전에서 강호 우즈베키스탄에 패했지만, 베트남은 눈속에서 경기를 치르는 특수 상황을 처음으로 경험하면서 한골을 넣는 등 기대 이상으로 선전해 값진 준우승 기록을 갖게됐다.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로 일본을 조별리그에서 이기는 등 이변을 일으키며 4강까지 올랐다.

비록 우승국 한국에 1-3으로 패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하며 기어코 한골을 넣어 아시아 최강팀을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처럼 연령대별 대표팀들의 성장은 성인 국가대표인 A대표팀에 큰 효과를 가져왔다.

기존 선수들과 경쟁 체제가 구축됐다.

베트남 국영방송 VTV의 짜이안 딘 마이 기자는 박항서 감독 부임전 기존 베트남 축구는 선수단이 딱 짜여 있었는데 박항서 감독이 와서는 로테이션 체제를 가동하며 본격적인 변화를 줬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의심이 생겼지만, 모든 경기마다 성공했다며 정말 대단하다는 소감을 나타냈다.

박항서 감독이 자신의 지도력을 통해 결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 경기장에서도 “박항서!”를 연호하는 베트남 국민들 목소리로 가득차기 시작했고 지금은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자리매김하며 가장 핫한 인물이 됐다.

지난 1년간 박항서 감독이 보여준 모습은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좋은 팀으로 만든 것을 넘어서 베트남 사회를 하나로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또, 이러한 박항서 감독의 활약은 한국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인식도 달라지게해 지금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이 엄청나게 커졌다.

성실하고 뛰어난 지도자 한 명이 축구를 넘어서 국가와 사회 전체에 얼마나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박항서 감독이 현실에서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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