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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에도 한 달간 집에서 주인 기다린 반려견

박현경 기자 입력 12.10.2018 10:00 AM 수정 12.10.2018 11:32 AM 조회 7,911
(Photo: LA Times)
https://youtu.be/dyFb2ZRakWE
캠프 산불이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 달 동안 집을 지키고 있던 반려견과 주인이 만났다는 따뜻한 뉴스를 박현경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1. 박 기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네, 북가주 파라다이스 마을을 집어삼킨 캠프 산불이 지난달, 즉 11월 8일 발생했죠.

당시 파라다이스에 거주하는 한 노부부는 키우던 반려견 2마리를 미처 함께 데리고 대피하지 못했습니다.

이 반려견은 8살된 아나톨리안 셰퍼드와 피레네가 반반 섞인 Guard dog, 경비견인 매디슨과 미구엘이었습니다.

그런데 반려견들이 모두 살아있었구요.

주인과 반려견들이 무사히 재회한 것입니다.



2. 어떻게 반려견을 놔두고 대피할 수 있는지 의아해 할 수 있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었다구요?

네, 산불이 발생한 당일 아침 75살 빌 게이로드는 집에서 저쪽 멀리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웃 주민들이 대피준비를 한다고 들었는데요.

솔직히 빌 게이로드는 이 때만 하더라도 심각하게 상황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있었던 다른 산불과 뭐 그리 크게 다르겠어?’ 하고 차타고 인근 카페에 커피를 사마시러 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집에 돌아와보니까 이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부엌 창문 너머로 연기가 코앞까지 와있는데 그러다 갑자기 건조한 수풀에 불까지 붙은 것입니다.  

그리고 불길이 무서운 속도로 집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50년 같이 부부생활을 해온 부인 안드리아는 당시 자고 있었는데. 안드리아를 깨워 당장 떠나야 한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안드리아는 잠옷바람으로 속옷 몇 개와 옷가지를 챙겨 차에 탔습니다.

다른 어떠한 것도 갖고 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나서 반려견들을 태우려고 보니 반려견들이 생각만큼 잘 안따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커먼 연기에 소방차들이 출동하면서 나는 사이렌 소리, 소방관들이 소리치는 모습 등등 혼잡하다 보니까   개들도 놀란 것입니다.

그래서 차에 태우려는데 안타려고 했다고 하는데요.

빌은 여기서 두 가지 갈림길에 섰다.

위험을 떠안고 개들과 함께 집에 머무느냐, 아니면 개들을 놔두고 떠나느냐.. 여기서 빌은 대피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고, 결정 후 바로 집을 떠났습니다.



3. 그렇게 떠난 후로 얼마나 마음이 안 좋았을까요?

네, 대피한 첫 날, 배에 응어리가 진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는 생활터전, 집을 잃고 모든 물건이 불탈까 걱정된게 아니였습니다.

개들이 걱정된 것입니다.

떠나올 때 자동차 백미러로 보니까 불길이 집으로 무섭게 향하는 것을 봤고, 결코 개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을 보호해준 경비견들이었는데, 막상 내가 돌봐줘야 할 때 그렇게 못한 것이 마음 아팠고 ‘배를 버리고 떠난 선장’이 된 느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4. 그런데 이렇게 남겨진 반려견 등 애완동물들을 보살핀 노력이 있었죠?

그렇습니다.

산불 발생 11일 뒤인 11월 19일, 자원봉사자, 셰일라 설리반은 동물구조그룹인 ‘카우보이 911’와 함께 파라다이즈 마을로 향했습니다.

게이로드 부부가 미처 데리고 떠나지 못한 반려견들과 이 밖에 또다른 주민들의 애완동물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설리반은 캠프 산불이 갑자기 들이닥쳐 많은 주민들이 애완동물을 챙길 시간조차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하구요.

어떻게든 주인과 동물이 다시 만날 수 있게 돕고 싶오 파라다이즈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5. 그런데 그 곳을 찾아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구요?

네, 우선 게이로드 부부의 집부터 찾아가는데 마을 전체는 폐허가 돼있었구요.

휴대전화도 안터져, 종이지도를 갖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마을을 찾아 헤매야만 했습니다.

게이로드 부부 집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찾는데만 하루가 걸렸고 이 곳이 맞다는걸 확인한 뒤 그 다음날 다시 그 곳을 찾았는데요.

매디슨과 미구엘이 살아있다는 흔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설리반은 그 곳에 물과 음식을 놔두고 왔습니다.

그리고 셋째날 다시 그 곳을 찾았는데 작은 연못 같은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개를 봤습니다.

그런데 너무 빠르게 사라졌구요.

그 경비견, 견종이 워낙 보호하려는 특성으로 자신이 다가가려 해도 그러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게이로드 부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6. 게이로드 부부는 믿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네, 이 부부는 그 때도 계속해 셀터에 대피해 생활해야 했던 상황인데요.

일단 너무 기뻐하면서도 설리반이 봤다는 개가 누구인지 그리고 다른 한 마리 개는 어딨을까..등등 심정이 복잡해졌습니다.

그 후 부인 안드리아는 온라인을 통해 반려견의 사진을 구했구요.

11월 24일 사진 제보를 통해 미구엘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안드리아는 사실 나이가 들어 걷기조차 힘들어 그래서 설리반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미구엘은 파라다이즈 마을에서 무려 80마일 떨어진 시트러스 하이츠라는 곳에 보호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후 설리반이 가서 미구엘을 트럭에 싣고 게이로드 부부가 대피해있는 오로빌로 데리고 왔습니다.



7. 미구엘이 주인을 만나는 그 순간은 그야말로 감격의 순간이었겠네요?

네, 일단 트럭을 주차하고 설리반이 게이로드 부부가 있는 트레일러로 들어갔다가 트레일러 안에서 부부와 만난 뒤 일단 설리반만 다시 트럭으로 왔습니다.

설리반이 잠깐 노부부와 만나고 온 것인데, 미구엘은 이미 주인 냄새를 맡았고, 그 때부터 이미 난리가 났습니다.

그러고 나서 노부부가 나타나자 꼬리 흔들고 머리 흔들고 너무 기뻐하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8. 얼마나 좋아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그런데 다른 나머지 개, 매디슨은 어떻게 됐습니까?

네, 산불 발생 한 달 가까이 다 돼가는데 매디슨은 소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설리반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파라다이즈 마을로 가 개를 위한 음식을 계속 놓고 왔는데요.

그런데 지난주 목요일, 6일 마침내 파라다이즈 마을 주민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기다리던 기다리던 소식을 듣고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안드리아가 차에서 내리기 전, 한 번 쭉 둘러봤는데 매디슨의 모습이 보인 것입니다.

알고보니까, 그 동안 계속해 집 주변을 지켰고 주인이 집으로 돌아오길 기다렸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디슨은 털이 많이 거칠어져 있었지만, 건강한 모습이었습니다.

안드리아는 매디슨에게 그의 favorite treat인 Wheat Thins와 소세지 맥머핀 반조각을 줬다고 하네요.

한 자리에서 주인을 계속 기다리는 개의 충성심, 그리고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도움을 준 자원봉사자..

산불로 여전히 어려운 상황 속에 많은 주민들 그리고 지역 사회에 감동적인 스토리로 마음을 녹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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