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저우언라이 재평가 이유는…"절대복종 따라배워라"

연합뉴스 | 입력 03/13/2018 10:19:29 | 수정 03/13/2018 10: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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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언라이와 마오쩌둥 초상화

시진핑, 저우언라이 120주년 기념식에 리커창도 참석시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최고 보좌였던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 재평가에 나서며 자신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요구하고 있다.

 

13일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달초 베이징에서 지난 5일로 120주년을 맞은 저우언라이 탄생 기념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했다.

 

당시 기념식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리잔수(栗戰書), 왕양(汪洋),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자오러지(趙樂際), 한정(韓正) 등 신임 상무위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또 기념식 이후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곳곳에서 저우 전 총리를 재평가하는 학술좌담회, 전람회, 음악회가 열리고 기념우표도 발행됐다.

 

시 주석이 돌연 저우 전 총리에 대한 대대적인 재평가에 나선 것은 최고 지도자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심을 따라 배우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개헌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자신에게 복종하라는 강력한 경고음이기도 하다.

 

인민일보 해외판에 소개된 시 주석의 기념식 연설도 전 당원들이 저우 전 총리를 보고 배워야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 동지를 핵심으로 한 1세대 지도부의 중요 구성원'으로서 저우언라이가 "당의 통일 단결, 당 중앙과의 사상 및 행동 일치, 마오쩌둥의 영수(領袖) 지위 옹호를 스스로 깨달아, 당의 단결에 이롭지 않은 언행을 결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밝힌 대목을 특히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우언라이가 "개인의 지위나 득실을 따지지 않고 언제나 개인과 조직 관계를 정확히 처리했고 시종일관 당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며 당내 단결과 정치대세를 옹호하는 것을 자신의 행위준칙으로 삼았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은 시 주석의 '저우언라이 강조'는 중국 당정의 모든 관리들이 저우언라이의 이 같은 '자각'을 본받아 학습하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저우 전 총리가 당시 마오쩌둥의 과오에 대한 지적이 있었음에도 마오쩌둥을 끝까지 추종했던 것처럼 지금의 모든 당정 간부들이 새로운 '핵심'인 시진핑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아가 최근의 시 주석의 3연임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 또는 반대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 주석이 이처럼 권력집중, 집권연장 드라이브를 계속해나가는 과정에서 현재 명목상의 서열 2인자인 리 총리는 더욱 주변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우 전 총리 120주년 기념식에 리 총리를 참석시킨 것 역시 그에게 저우 전 총리와 같은 '복종'을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AP통신은 리 총리가 경제를 관장하는 총리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시 주석이 각종 소조를 신설해 자신이 직접 조장을 맡으면서 리 총리의 주요 권한들이 떨어져 나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수석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부총리로 올라 금융 영역을 맡으며 '시코노믹스'(시진핑+이코노믹스)의 실질적 집행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리 총리의 비서였던 양징(楊晶) 국무위원 겸 국무원 비서장이 최근 엄중 기율 위반 혐의로 관찰 1년 처분을 받으며 낙마한 것도 리 총리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크다.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정부 업무보고 연설을 한 리 총리가 아닌 시 주석 권력강화의 최대 공신으로 국가부주석 복귀가 유력한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