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파이 암살기도 배후로 러시아 지목…양국관계 '빨간불'

연합뉴스 | 입력 03/13/2018 10:18:14 | 수정 03/13/2018 10: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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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총리 


러, 배후 부인 확실시… 제재 조치 등 영국의 대응 주목

영국 정부가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와 그 딸이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에 혐의를 두고 해명을 하라는 최후통첩을 하면서 양국 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사건은 부녀가 무의식 상태로 발견됐을 때만 헤도 마약 과다복용 의심 사례로 보였으나 발생 8일 만에 군용 화학무기를 이용한 공격으로 드러나면서 양국 관계에 대형 악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메이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이번 공격에 대해 러시아가 영국에 불법적인 무력 사용을 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13일 자정까지 만족스러운 해명을 내놓지 않으면 보복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의 발언은 영국 국방부 산하기관 과학자들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나왔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발표에 이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모두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 만큼 러시아 측이 영국이 만족할만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가 고려하는 보복조치로는 외교관 추방, 인권 남용 혐의가 있는 러시아인 소유의 영국 내 자산 동결, 러시아 은행들 추가 규제, 올여름 러시아 월드컵축구 보이콧 등이 언급되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따라 미국과 유럽은 현재 러시아 은행 등을 상대로 경제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또 영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이번 사건을 그대로 넘길 수 없다는 의지를 러시아 측에 보여줄 수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과 다른 서방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메이 총리 지원 여부가 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마태 볼레그는 메이 총리가 시한을 정해 답변을 요구했지만, 러시아는 답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메이 총리로서는 최소한 동맹국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시간을 벌었다고 설명했다.

 

볼레그는 "영국으로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맞물린 시기에, 또 미국과 러시아와의 긴장이 높아가는 시기에 유럽 동맹국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지지를 얻느냐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메이 총리 발표 뒤 성명을 통해 "지난주 솔즈베리에서 일어난 신경가스 공격에 러시아가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영국의 수사결과와 그것의 평가를 전폭적으로 신뢰한다"라고 지원하고 나섰다.

 

틸러슨 장관은 또 "주권국가의 영토에서 벌어진 이런 공격을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며 "이번 범죄를 저지르고 지시한 사람들이 적절하고 중대한 결과에 직면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협정 4조를 적용, 독립이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보고 회의 소집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6년 런던에 살던 전직 러시아 스파이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독살당했을 때 대응이 느리고 미약했다는 반응 탓에 영국 정부는 이번에는 더욱 광범위한 조치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회사 유고브의 영국정치 담당 책임자인 앤서니 웰스는 메이 총리가 러시아에 강하게 대처할 경우 영국 국민에게 '새로운 대처 총리'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그에게 취약한 대중적 이미지를 회복시킬 수도 있다고 FT에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메이 총리의 발표에 대해 영국 정부가 이번 사건의 진짜 원인을 먼저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으며,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서커스 쇼"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