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과 추문, 자랑과 수치 사이

연합뉴스 | 입력 02/12/2018 09:30:48 | 수정 02/12/2018 09: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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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의 황우석 여러 모습 
'세계 최초'의 수식어가 붙는 기쁜 소식이 머리기사를 장식했습니다.

2004년 2월 12일, 황우석 연구팀이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습니다.
 

'줄기세포(stem cell)'란 신체 내 모든 세포나 조직을 만들어 내는 기본적인 세포를 말합니다. '배아줄기세포'는 배아(난자와 정자의 수정 후 14일 이내 태아 전단계)의 발생과정에서 추출한 세포로서,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합니다.


 

체세포 이용한 줄기세포 배양 모습 

 

 

연구진은 "인간의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게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그동안의 통설을 뒤집는 것",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통해 뇌 질환, 당뇨병, 심장병 등의 난치병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놀라운 성공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황 박사에게 찬사를 보내는 한편 그의 능력과 향후 발전성에 주목했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황 박사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증권가를 비롯한 경제계, 산업계, 출판계, 정치계, 종교계, 언론계 등 어디 한 군데 그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황우석 신드롬'이었습니다.


 

2005년 12월 실험 중인 황우석 

 

 

그는 한 강연에서는 "영화 '슈퍼맨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가 다시 하늘을 날고, '클론'의 강원래가 다시 춤을 추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희망과 긍지, 윤리와 경고가 교차하는 가운데 황 교수는 승승장구하며 '대한민국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하지만 명성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희망이 절망으로, 찬사는 치욕으로 바뀌었습니다.

 

2005년 11월 22일, MBC 'PD수첩'이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을 방영하며 '황우석 열풍'에 정면으로 도전했습니다.

 

이틀 뒤 황 박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했고, 'PD수첩'은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습니다.


 

2005년 12월의 황우석 기자회견 

 

 

재반전은 12월 15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줄기세포는 없다"고 밝히면서 확대됐습니다. 23일에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사이언스 논문이 고의로 조작됐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05년 12월의 노성일 기자회견 

 

 

'황우석 의혹'-'황우석 파문'-'황우석 충격'-'황우석 추락'으로 커져 갔습니다. 그의 논문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조작물'임이 서서히 드러났습니다.

 

2006년 5월에는 사기·횡령과 난자 불법거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기나긴 소송 끝에 2015년 12월 대법원은 서울대의 황 교수 파문은 정당하다고 확정했습니다.


 

황우석 뉴스 보는 지하철 내 시민들


 

2005년 12월 논란 속, 복귀하는 황우석 

 

 

황우석 사태는 아직 우리 속에 있습니다. 일그러진 결과만능주의, 성과 지상주의, 희박한 윤리의식 등입니다.

 

황우석의 그림자도 여전히 우리 곁에 있습니다. 사태 당시 청와대 보좌관으로 사이언스 논문 공저자였던 박기영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과학기술혁신 본부장'에 임명됐으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국 낙마했습니다.


 

2017년 8월 사퇴하는 박기영 

 

 

황 교수는 지금도 활동 중입니다. 이들 연구팀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발표를 한 2004년 2월 12일은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돌아봐야 하는 날입니다.


 

2005년 12월 '아이 러브 황우석'의 청계천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