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MS '해외서버 수색' 소송에 유럽 손에 땀쥔다

연합뉴스 | 입력 01/19/2018 09:39:47 | 수정 01/19/2018 09: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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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 레드몬드의 마이크로소프트사 본사 현판의 모습​


'클라우드 시대' 글로벌기업 사법관할권자 정할 승부
미국은 물론 유럽기업도 영향권…제3자로 의견서 내며 적극 참여

  

미국 대법원이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 수색을 둘러싼 미국 정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 간 분쟁의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면서 유럽 각국 정부와 기업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서 미국 기업의 유럽 내 서버는 물론, 유럽 기업들의 운영 행태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오는 2월 27일 '미국 정부 대(對) MS' 사건의 심리에 들어가 빠르면 오는 6월 판결을 내릴 전망이다.


 

미국 대법원 [위키피디아]

 

 

이번 사건은 지난 2013년 촉발됐다.

 

미국 법무부는 당시 마약사범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색영장을 발부받은 뒤 MS 측에 피의자의 이메일 계정에 포함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MS 측은 정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이메일 메시지를 넘기라는 요구에는 따르지 않았다.

 

해당 정보는 아일랜드에 위치한 서버에 저장돼 있었는데, 미국의 수색영장은 미국 밖에 있는 데이터에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MS의 논리였다.

 

MS는 만약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메일 정보를 넘긴다면 유럽연합(EU)의 엄격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6년 7월 미 뉴욕주 항소법원은 "현재의 저장통신법은 국가 간 경계를 넘을 수 없게 돼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자료를 수사당국에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고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 대 MS' 사건을 심리키로 했다.


 

페이스북, 사찰 논란 속 스웨덴 서버 가동 개시 

 

 

이번 사건이 비단 미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등 다른 지역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디지털 시대 사법관할권과 관련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 특히 MS나 아마존과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들을 누가 관할할 것인지, 세계 곳곳에 흩어진 서버 간 데이터를 이전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등에 관한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MS 측은 특정 사용자의 데이터는 그 사용자가 거주하는 곳에 저장하고 있으며, 사용자가 데이터의 관리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 정부는 MS가 클릭 몇 번으로 해당 정보를 옮길 수 있는 만큼 영장을 제시하면 이를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수사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법무부는 법정 의견서에서 "정부가 전자적 증거를 획득하지 못한다면 테러, 아동 포르노, 사기 등과 관련한 수백건, 아니 수천건의 범죄 수사가 방해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미국 정부가 승소한다면 유럽에서 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은 요청이 있을 경우 데이터를 미국 정부에 넘겨야 하고 이 경우에는 다시 EU 규정을 위반하는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유럽 기업 역시 미국 정부로부터 비슷한 요청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U는 외국 정부가 범죄 수사를 위해 EU 내 증거에 접근하길 원하는 경우 상호 사법공조협약에 따라 바로 그 나라에 요청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방식이 오는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EU의 새로운 데이터 보호 규정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 규정을 어기는 기업은 글로벌 매출의 최대 4%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미 유럽 각국의 정부와 기업, 무역 관련 기구 등도 제3자로서 미국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국에서는 소송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도 법원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법 집행에 있어 미국의 가장 큰 우방인 영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국 정부를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WSJ는 전했다.

 

이미 영국과 미국은 상호국 사법관할권 안에 있는 서버에 저장된 전자적 메시지에 관해 서로 법집행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양자 협약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 각국은 이번 사건을 통해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떠올리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미국 IT기업들은 NSA에 '백도어'(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응용프로그램이나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협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권력의 무차별적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가디언 프로젝트 제공]

 

 

이러한 폭로로 인해 유럽에서는 미국 정보기관의 관행에 대한 불신이 쌓였고, 이는 곧 미국 정부와 EU 간 협력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 IT기업들 역시 대중들의 감시를 받게 됐고, 이것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MS가 미국 정부에 대립하도록 만든 이유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석 부회장인 제임스 A. 루이스는 "스노든의 폭로 이전이었다면 MS와 정부는 이 문제를 조용히 협상해 처리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모두가 만족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글로벌 이용자들을 보유한 기업들은 미국 정부가 요청한다고 바로 이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