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철학의 역습 '다운사이징'

연합뉴스 | 입력 01/11/2018 10:05:59 | 수정 01/11/2018 10:05:59
글자크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인쇄하기

'다운사이징'[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운사이징은 자신을 위한 거야. 경제적 부담이 사라지거든."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다운사이징'은 삶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그려낸 어른 동화다. 물질적 풍요를 위해 위험한 도박에 뛰어든 남자의 디스토피아를 담았다.


노르웨이의 석학 요르겐 박사는 세포의 크기를 줄이는 '다운사이징' 기술을 개발한다. 연구팀은 신기술을 인체에 적용하면 각종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투자자들까지 합세해 작아진 고객을 위한 호화 부동산 '레저랜드' 분양에 열을 올린다. 각종 매체에는 몸의 크기가 삶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광고가 넘쳐난다.

 

서민 가장인 '폴 사프라넥'(맷 데이먼)은 자신의 삶에 초라함을 느낀다. 생계를 위한 삶에 지쳐가던 중, 다운사이징에 관심을 두게 된다. 전 재산인 1억5천만 원이 다운사이징 사회에서는 125억 원의 가치가 있다. 폴은 아내와 함께 다운사이징으로 새 삶을 살 것을 다짐하고 수술실로 향한다.

 

수술 후 눈을 떠보니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 그때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폴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다운사이징'[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다운사이징은 예고편으로 본편의 톤을 짐작하기 어렵다. 작아진 인간들의 코믹 판타지를 예상하고 관람했다가 할리우드식 무소유 철학에 놀랄 수 있다. 다운사이징이라는 소재 자체는 이야기의 시작에 불과하다.

 

계획된 미래는 변수에 휘둘리고, 잡았다고 생각한 인연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인생은 예측 불가하니 덕을 베풀며 조화롭게 살라는 교훈이 묘하게 동양철학과 맞닿은 느낌이다.


 

'다운사이징'[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초반 폴과 어머니가 나누는 대화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폴의 어머니는 다운사이징도 가능한 시대에 왜 섬유근육통 하나 고치지 못하느냐며 고통을 호소한다. 이에 폴은 '많은 사람이 아파요. 여러 가지 식으로요'라며 인내를 종용한다. 그 대답은 폴 자신에게도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그가 인위적인 다운사이징으로 빈곤을 벗어나자, 삶은 물질 외의 방식으로 폴을 괴롭힌다.

 

주인공이 꿈에 그리던 레저랜드의 입구에는 '나의 떡이 커 보이는 곳'이란 광고가 걸려있다. 다가올 디스토피아에 대한 복선이다.


 

'다운사이징'[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무거운 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문화권별 특성을 희화한 유머코드가 추가됐다. 베트남 망명자인 '녹 란 트란'(홍 차우)은 괄괄한 출장 청소부다. 우스꽝스러운 억양으로 쉴 새 없이 잔소리해댄다. 억양이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트피플' 캐릭터의 전형성이 씁쓸함을 자아낸다. 파티광인 프랑스 남성 '두샨'(크리스토프 왈츠)은 층간소음의 대표주자다. 음악과 패션을 사랑하는 바람둥이 양성애자로 묘사됐다.


 

'다운사이징'[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운사이징'[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운사이징이 특별한 이유는 맷 데이먼의 존재감에 그치지 않는다. 주인공이 자발적으로 인체 축소를 선택한다는 주체적인 설정이 신선하다. 그간 할리우드 소인 판타지는 주인공이 비자발적인 경로로 작아진다는 공식에 충실했다. 영화 '애들이 작아졌어요'(1989)는 광선 총에 맞아서, '앤트맨'(2015)은 훔친 히어로 수트를 걸쳐보다가 작아진다. 다운사이징은 주인공이 신체변화를 선택하는 원인과 과정을 묘사하는 디테일이 훌륭하다.

 

영화 '다운사이징'의 더욱 자세한 리뷰는 '통통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운사이징'[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