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비 "음악·미술계에서 외톨이 느낌…두려움 떨치고 도전"

연합뉴스 | 입력 05/19/2017 09: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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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앨범 '하이퍼리즘:레드' 쇼케이스…음악과 미술 결합해 활동
페인팅 퍼포먼스로 상처받은 현대 여성 표현

 

 

 

바닥에 깔린 대형 캔버스 위에서 솔비(본명 권지안·33)는 조커처럼 분장한 네 명의 무용수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무용수들은 솔비에게 폭력적으로 검정 페인트를 칠하고 분홍 페인트를 쏟아부었다.

온몸이 페인트로 뒤덮인 채 신곡 '레드'를 노래하던 솔비는 서서히 일어나 상처 자국을 지우듯 롤러를 밀면서 캔버스 위를 누볐다.

 

음악에 미술을 결합해 선보이는 가수 솔비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미니앨범 '하이퍼리즘:레드'(Hyperism:Red) 발매 쇼케이스를 열었다.

 

그는 앨범 타이틀곡 '프린세스 메이커'와 수록곡 '마마'를 밴드에 맞춰 라이브로 선보이기 전, 마치 전위예술가처럼 바닥에 캔버스를 깔고 페인팅 퍼포먼스로 음악 테마를 표현했다.



 

 

솔비는 페인팅 퍼포먼스에 대해 "상처받은 현대 여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상처 자국은 덮이는 것이지 지워지는 것이 아니니 여성들이 꿋꿋하게 희망을 갖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붓을 쓰지 않고 몸으로 표현한 데 대해 "내 작업에서 가장 큰 재료는 나다. 붓 대신 몸을 쓰는 게 더 전달력이 좋은 것 같다"며 "그래서 나란 사람이 더욱 가치 있는 사람이 돼야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페인팅 퍼포먼스와 함께 선보인 앨범은 1년간 이어질 '하이퍼리즘' 시리즈의 첫 번째인 '레드'이다.

 

그는 욕망을 해소하지 못해 오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상실감 등 부작용이 있는 시대 현상을 '하이퍼리즘'이라 정의하고, 부정적인 요소를 음악으로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앨범을 준비했다고 한다.

 

수록곡에는 솔비의 눈으로 본 이 시대 여자들의 삶과 이야기가 담겼다. 직접 그린 재킷에는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는 소녀가 등장한다.

 

그가 직접 가사를 쓴 '프린세스 메이커'에도 공주처럼 예쁘게 가꿔지는 삶을 강요당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겠다는 노랫말이 담겼다. 경쾌한 록 사운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솔비는 "가만히 돌아보니 연예인이 되려 했을 때 내가 꿈꾼 건 가수가 아니라 화려한 스타였다"며 "회사가 만들어준 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그게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여겼다. 결국 나도 그 꿈의 노예였다. 막상 힘든 일이 닥쳐 외면받을 땐, 나도 없고 스타로서의 꿈도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가사를 썼다"며 "K팝 스타를 꿈꾸는 아이돌 친구들이 많은데 나처럼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일련의 작업에 대한 영감을 자신에게서 찾는다고 소개했다.

 

"제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에 관심 있는지 끄집어내 시대와 접목해봐요. 제가 함께 작업하는 창작 집단 M.A.P크루와 함께 고민하고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살을 붙이고 정리해나가죠."

 

이번 작업에는 M.A.P크루 멤버들인 사진작가 겸 뮤직비디오 감독 심형준, '설국열차' 등을 작업한 편집감독 최민영, 작곡팀 케이브 등이 참여했다.

 

그러나 솔비는 많은 분의 도움으로 꾸준히 이런 시도를 하면서도 때론 외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음악계에서도, 미술계에서도 못 끼는 외톨이 같은 느낌"이라며 "하지만 레이디 가가의 실험적인 정신처럼 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다. 낯설고 외롭지만 하나씩 디스코그래피를 남기면 어느 순간 나만의 색깔이 있는 아티스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가수) 바다 언니가 와서 응원해줬는데 용기가 생긴다. 앞으로 죽죽 밀고 나가겠다"고 활짝 웃었다.



 

 

바다는 "오늘 퍼포먼스를 보니 솔비가 여성 가수로서 새로운 획을 그은 것 같다"며 "솔비가 재미있게 방송을 해 '보통 사람이 아니다'라고 느끼셨겠지만, 근간이 있고 사회에 대해 고민할 줄 아는 사려 깊은 아티스트"라고 치켜세웠다.

 

솔비는 이런 진지한 모습과 달리 예능에서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줘 '로마 공주'란 수식어도 붙었다.

 

그는 "여러 일을 하다 보니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며 "그러나 방송할 때는 웃음을, 미술을 하면서는 치유를, 음악할 때는 감동을 주고 싶다는 좌우명이 있다. 혼란도 내가 이겨내는 과정 중 하나이다. 주어지는 게 있다면 방송이든 무대든 어떤 것이든 가리고 싶지 않다. 뭐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