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낮춘 '나꼼수' 김어준·정봉주…라디오정치쇼 인기 견인

연합뉴스 | 입력 03/20/2017 09: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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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SBS서 이례적인 '즉각 흥행' 견인…팟빵·아이튠스 1위 석권

'정치의 계절', 라디오 정치쇼도 불이 붙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이 터뜨린 사회적·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TV에 이어 라디오도 정치를 다양하게 요리한다.

 

특히 정치에 예능을 결합한 정치쇼가 청취자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9월말 시작한 tbs교통방송(95.1㎒)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대박'을 터뜨린 데 이어, 지난 6일 시작한 SBS러브FM(103.5㎒) '정봉주의 정치쇼'도 빠르게 치고 올라온다.

 

김어준과 정봉주는 2011~2012년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성공신화를 함께 이끌었던 주자들이다. 이들이 '게릴라 방송' 같았던 '나꼼수'가 아닌, 주류 매체에서 나란히 정치쇼를 하는 현 상황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팟캐스트 부동의 1위…tbs 청취율 3배 껑충

 

평일 오전 7~9시 방송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출발하자마자 아침 시사 프로그램 중 청취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팟캐스트 순위정보 제공 사이트 팟빵 집계에서 모든 팟캐스트 방송 중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한회 다운로드 수가 500만 건.

 

이런 뜨거운 열기를 바탕으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석달 만에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율 순위 4위에 올랐다. 한마디로 '초대박'.

 

덕분에 tbs교통방송 전체 청취율도 3배 껑충 뛰어올랐다. 히트 메이커 하나가 채널 전체의 위상을 쑥 끌어올린 것이다.

 

연출을 맡은 정경훈 PD는 19일 "잘해낼 자신은 있었으나 기대 이상으로 인기"라며 웃었다.

 

정 PD는 "단군이래 유례없던 천혜의 정치환경이 도와주고 있고 예능과 시사를 구별하지 않은 시도가 주효했다"며 "사람은 설득에 넘어가는 게 아니라 유머에 넘어간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어준에 대해 "시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 누구와도 다르게 독창적이고, 사건의 본질을 보는 눈이 날카롭다"면서 "그런 김어준과 '무한 궁금증 파헤치기'라는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사람 모이는 곳을 찾아다니는 정치인들이 이 인기 프로그램을 놓칠 리가 없다. 정 PD는 "너도나도 출연하려고 엄청 줄 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성격'을 보고 "집요한 요청에도 절대로 안 나오려는 부류도 있다"며 정 PD는 웃었다.



 

 

◇'정봉주의 정치쇼' 아이튠스 1위…오전 11시의 혁명

 

'정봉주의 정치쇼'는 오전 11시의 혁명을 이뤘다.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생활정보나 올드팝 방송이 주를 이루는 시간대에 시사·정치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은 SBS의 도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방송 사흘 만에 아이튠스 1위를 차지하고, 팟빵 순위 3위에 오른 '정봉주의 정치쇼'는 이후에도 아이튠스 정상을 지켜가고 있다.

 

연출을 맡은 김삼일 PD는 "오전 11시에 정치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은 그간 엄두를 못 낼 일이었다"면서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또 정봉주가 진행한다면 되지 않을까 했던 게 성공했다"고 말했다.

 

김 PD는 "대선국면에 접어든 정치 대목에 우리 프로가 라디오 정치쇼의 외연을 확장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정봉주에 대해 "편안한 진행 스타일 안에 계산이 분명하게 서 있는 분"이라며 "메시지와 콘텐츠를 굉장히 즐거운 청룡열차에 실어 나르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요리를 아주 잘하는 셰프의 느낌으로 정치인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덧붙였다.

 

이제 갓 2주가 지났기 때문에 분기별로 하는 청취율 분석은 다음달 나오지만, '정봉주의 정치쇼'는 이미 아이튠스 순위를 비롯해 청취자 문자 수와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 등을 통해 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파격적인 정치쇼, 라디오의 공식을 깨다

 

라디오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기까지도 오래 걸리고, 반대로 프로그램이 폐지돼도 없어졌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모를 정도로 '뚝배기' 같은 특성이 있다. 그러나 김어준과 정봉주의 프로그램은 출발과 동시에 인기를 끌면서 이같은 라디오의 공식을 보기좋게 깼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정경훈 PD는 "라디오에서 이렇게 단시간에 히트한 프로그램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라디오는 TV보다 훨씬 더 출연자의 진솔한 면을 뽑아낼 수 있고, 미리 약속된 거 없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정봉주의 정치쇼'의 김삼일 PD는 "이제 2주 됐지만 좋은 의미로 사고를 쳤다"면서 "'지금 장난하냐'라는 반응도 있지만 '벌써 1시간이 지났느냐', '재미있다'는 반응이 압도적인 가운데 라디오 프로그램의 '롱 텀'(long term)공식을 깼다"고 전했다.

 

물론, 라디오방송이 본방송 외에 인터넷 앱을 통해 언제든지 들을 수 있게 바뀐 환경의 변화도 크다. 그러나 시사·정치 프로가 이처럼 즉각 흥행을 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

 

'나꼼수'에서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토해내고 연일 강스파이크를 때려댔던 김어준과 정봉주는 주류 매체로 진입하면서 알아서 '품위'와 '수위'를 챙기고 있다.

 

정 PD는 "그런 정도의 품위는 알아서 지킨다"며 "소모적인 반격을 이끌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 PD는 "'나꼼수'는 계속해서 떠드는 게 조금 거북스러웠다면, '정봉주의 정치쇼'는 어떤 면에서 조금은 내려놓고 철저한 계산 속에서 하는 것"이라며 "앞뒤 안 재고 '무대포'로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