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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민•장벽설치 주도한 ‘32살 백악관 정책고문’ 조명

문지혜 기자 입력 02.12.2017 06:45 AM 조회 2,397
‘반(反)이민 행정명령’ 배후에는 올해 32살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이 있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반이민 행정명령 등 트럼프의 가장 도발적인 정책 중 밀러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그는 현 행정부의 최고 실세 중 하나다.

밀러는 현재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함께 ‘양대 책사’로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기반을 둔 극우 인종주의 정책을 이끌고 있다.

어제(11일)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실세로 밀러 정책고문을 집중 조명했다.

그러면서 진보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의 10대 청소년이 극우주의자로 성장해가는 개인사도 추적했다.

밀러의 극우주의가 종교적 다양성과 자유주의 가치관이 중시됐던 고교 생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1985년생인 밀러는 진보적인 분위기의 학교 측과 자주 충돌하는 ‘왕따·이단아’에 가까웠다.

밀러는 특히 멕시코 출신의 히스패닉들에게 적개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는 종종 라디오 방송에 전화해 다문화주의를 장려하는 학교가 아침마다 스페인어 방송을 내보낸다고 비난했다.

이런 성향은 듀크 대학교에 진학한 이후로 더욱 짙어졌다.

‘신입생’ 밀러의 “총을 좋아한다”는 자기소개는 대학 동기에게 강한 첫인상을 남겼다.

학교 신문에 기고한 글에선 “오사마 빈 라덴이 샌타모니카 고교에서는 환영받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에 대한 폭력적 대응,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곳곳에서 강조했다.

밀러는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임금을 주는 것은 기업에 해가 된다며 “남녀 간 임금 차이가 나는 것은 여성이 출산을 위해 일을 쉬고, 위험한 일을 맡길 꺼리기 때문이다”라는 글을 기고해 동급생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샌타모니카 지역언론 칼럼에서 내세운 “인종차별 종식의 열쇠는 ‘아메리카니즘’(Americanism)”이라는 논리에 그의 가치관이 압축돼있다.

극우적 성향을 강화해온 밀러는 20대 후반,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인 제프 세션스 당시 상원의원의 보좌관을 맡게 된다.

그는 2013년 연방 상원이 불법체류자에게 취업허가증을 발급해주는 이민개혁법을 논의하자 외국인 노동자를 악으로 비유하고, 이민개혁법을 적극적으로 후원한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을 비난하는 이메일 수십 건을 상원 직원들과 기자들에게 보내 스팸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원의원 중에서 선도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며 캠프 좌장을 맡았던 세션스의 측근이 되면서 밀러는 사실상 ‘트럼프 대선캠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말하자면, 밀러 정책고문이 세션스 법무장관·배넌 수석전략가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극우주의의 삼각축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에 상원에서 밀러를 알던 이들은 그가 트럼프 정책의 윤곽을 그리게 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대변인을 지낸 제이슨 밀러는 “스티븐 밀러는 말하자면 확신범”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스티븐은 경제적인 대중영합주의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자 자질까지 자기가 꺼내는 말의 의미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믿는 인간”이라며 “트럼프에게 격렬하게 충성을 다하고 있으며 그 누구보다 트럼프의 비전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반이민 행정명령은 상대적으로 가려졌던 밀러 정책고문의 역할론을 부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나만이 미국을 고칠 수 있다’는 연설(지난해 7월 전당대회)부터 ‘대통령 취임사’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트럼프식 극우주의를 뒷받침하는 선봉적 역할이 부각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불법 이민자 차단을 위해 추진하는 ‘멕시코 국경장벽’,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선언으로 시동이 걸린 보호주의 무역기조까지 모두 ‘밀러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반이민 조치’에 제동을 건 사법부를 우회할 새로운 행정명령을 마련하기 위해 국토안보부 실무진과 물밑조율을 주도하고 있다.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Guest-worker program)을 개정해 ‘값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규제를 가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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