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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지기 친구 살해한 한인, "죽여달라고 했다" 진실은?

김혜정 입력 07.20.2016 02:08 PM 조회 7,268
피의자 조씨
오렌지카운티 법정에서 어제  '35년 지기' 중학교 동창을 총으로 살해한 50대 한인 남성의 가슴 아픈 사연이 공개됐다.

이 남성의 범행 배경에는 35년간 지속한 우정과 이면에 감춰진 갈등, 배신, 원망이 녹아있어 한 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사건은 5년 전인 2011년 1월 24일 저녁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의 한적한 교외 지역에서 발생했다.

사건 피의자 조병권씨는 한국에서 사업에 실패한 뒤 자신을 찾아온 미국에 도피해온 당시 50살의 동창 이연우씨의 등 뒤에서 사형식으로 총을 쐈다.

다음 날 새벽 발견된 이 씨의 시신은 그가 빌린 렌터카 옆에 쓰려져 있었다.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등 뒤에는 진흙 발자국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렌터카 뒷바퀴에는 펑크가 나 있었고 차체를 들어 올리는 기구인 잭(Jack), 담배꽁초도 놓여있었다.

현장은 이 씨가 늦은 시간 타이어를 갈다가 강도를 만나 살해된 것처럼 위장돼있었다.

경찰은 이 씨의 행적을 조사하다가 친구 조 씨를 만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조 씨는 당시 경찰서에서 "사건 당일 이 씨와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면서 "다음 날 온종일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수사관이 "당신과 친구 사이에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면서  집요하게 추궁하자 조 씨는 담배 하나를 청한 뒤 사건 당일 밤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조 씨는 "친구가 한국에서 모텔 사업에 망하고 결혼생활도 파탄 나 미국에 도피해왔다"면서 "이씨는 몇 달 전부터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해왔다"고 밝혔다.

친구의 제안은 자신을 죽여달라는 것이었다.

조 씨는 "친구는 자신을 죽여줄 사람을 찾아봤지만 믿을 수 없었다고 말하며 내가 적격이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조씨는는 또 "친구가 총을 사들이고 장소도 물색하는 등 강도 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면서 "사건 당일 친구가 일부러 타이어에 구멍을 내고  사물함을 헝클어놓기도 했다"고 했다.

조사관은 이 씨가 한국행 비행기 표를 사놓았고 부인에게 '조만간 한국에 돌아갈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와 꽃을 보냈다는 사실을 들이대며 조 씨를 몰아붙였다.

그러자 조 씨는 "친구의 사업 빚보증으로 한국에서 집까지 날리고 미국에 건너와 고생을 했다"면서 "친구 이씨는 몇 달 전부터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민 당국에 알려 추방하겠다고 협박까지 해왔다"고 털어놓았다.

조씨는 이어 "친구 이씨는 술에 취한 채 내 아내도 성폭행했다"면서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고 했다.

조 씨는 그러면서도 친구의 제안에 따른 '촉탁 살인'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조 씨를 종신형이 가능한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법정에서 조 씨의 국선 변호인은  "한국 사회에서 자살하는 행위는 하나의 낙인'이라는 문화적 배경을 설명하며 조 씨가 친구의 부탁에 따른  '촉탁 살인'을 한 것이라고 변론했다.

그러면서 숨진 이 씨가 한국에서 들어놓은 생명보험금 5억 원을 가족에게 남기려 했다는 증거물도 제출했다.

조 씨의 부인도 증인으로 나와 "이 씨가 한국에서부터 추근댔으며 미국에서 2차례나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너무 수치스러워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했다.

조 씨는 법정에서 친구 송 씨와 부인, 딸의 증언을 조용히 경청했으며, 사건 발생 전 자신과 이 씨와 함께 월마트에서 장갑과 신발을 사들이고 각자의 차를 타고 주요소에서 대화하는 장면을 담은 증거 사진도 지켜봤다.

조씨는 최후 변론에서 "내가 그 친구를 좋아했든 증오했든 어쨌든 숨진 이씨는 내 친구였다"면서 "나는 그에게 '그만 끝내자'고 했고 친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이에 검사 스콧 시먼스가 "당신이 친구 뒤에서 직접 방아쇠를 당겼는데도 친구를 구하려고 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조 씨는 "친구가 아내에게 모욕을 줬을 때만 죽이고 싶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법원 측은 이번 주 내 조 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

배심원들이 조 씨의 범행을 감정폭발에 따른 우발적 살인으로 결론을 내릴지, 아니면 계획적 살인으로 판단할지 주목된다고 LA 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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