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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라틴계 공화당원, '트럼프'통해 22년전 악몽 떠올라

김혜정 입력 05.30.2016 12:47 PM 조회 1,857
공화당의 사실상의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보면 캘리포니아 공화당의 라틴계 지도자들은 22년 전의 악몽을 떠올린다고 LA타임스가 오늘(30일) 보도했다.  

1994년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를 겨냥한 캘리포니아 주의 사회보장 서비스 제한 조처로 공화당 지지자가 우수수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를 비롯한 라틴계 불법 이민자에게 험담을 일삼은 바람에 당내 라틴계 조직의 재건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탓이다.

히스패닉 유권자가 올해 대선을 가를 주요 변수로 등장한 가운데 미국 내 전체 히스패닉의 28%로 가장 많은 1천44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캘리포니아 주 라틴계 주민들 표심은 트럼프의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 공화당의 라틴계 미디어 전략가인 루이스 알마라도는 LA타임스에 "무척 걱정되고 슬프며 당혹스럽다"면서 "그간 라틴계 주민은 물론 여타 공화당원과 함께 무너진 신뢰를 재구축하려고 노력해왔지만, 트럼프는 이런 노력을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다른 라틴계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출마와 동시에 멕시코가 마약상과 성폭행범을 미국에 보내고 있다면서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를 헐뜯고 약 1천100만 명에 달하는 밀입국자를 모두 미국에서 내쫓겠다고 공언했다.

또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벽을 세워 히스패닉의 불법 입국을 막겠다고도 했다.

라틴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트럼프는 사실상의 공화당 대선 후보를 자임한 뒤 일종의 '제안'이었다고 한 발짝 물러섰지만, 히스패닉의 싸늘해진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트럼프의 거침없는 행보는 캘리포니아 주 히스패닉에게 22년 전의 '데자뷔'를 선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화당 주 하원의원이 발의하고 공화당 소속 피트 윌슨 주지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1994년 주민 투표를 통과한 '법안 187'은 불법 체류자에게 교육,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서비스 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당시 불법 이민자 지원 자금으로 편성된 한해 30억 달러의 절반을 밀입국자 자녀를 위한 교육과 의료 등 사회보장서비스로 사용했다.

주민 투표를 통과한 뒤 연방법 위반 소송이 줄을 이었고, 결국 민주당 간판으로 주지사에 당선된 그레이 데이비스 전 지사가 1999년 취임과 동시에 문제의 법을 폐지했다.

법은 사라졌으나 당시 혜택 대상에서 소외된 히스패닉 주민이 공화당을 결코 우호적으로 바라볼 순 없었다.

LA타임스는 '라티노의 결정'이라는 단체의 조사를 인용해 1984년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45%를 획득할 정도로 공화당 후보는 캘리포니아 주 라틴계 표의 ⅓ 이상을 얻었지만, 1994년 주민 투표 이래 공화당 득표율은 계속 하락했다고 전했다.

실제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 캘리포니아 주 라틴계 유권자에게서 득표율 2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캘리포니아 주의 히스패닉 등록 유권자는 410만 명으로  55%는 민주당, 16%는 공화당을 지지한다. 나머지 무당파다.

최근 폭스 뉴스의 미국 내 전체 여론조사에서 라틴계 응답자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62%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트럼프 지지율은 2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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