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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절규, “장관 아니면 자식 못살릴 나라”

주형석 기자 입력 04.23.2014 07:03 AM 조회 1,785
세월호 침몰 8일째가 되고 있는 데도 단 한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하는 현실에 부모들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다.

힘있는 사람들만이 대접받는 나라에 태어나게 해놓고 부모들이 그런 힘있는 위치에 오르지 못하다 보니까 이런 사고가 나도 제대로 구조받지 못하게 했다는 자책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50살의 한 어머니는 단원고에 다니던 2학년 작은딸이 세월호와 함께 진도 앞 깊은 바다에 가라앉아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남 부럽지 않게 키웠다고 자부하던 이 어머니는 지난 1주일 동안 지지부진한 정부의 수색작업으로 인해 “내 새끼도 지키지 못하는 부모"라며 자책하게 바꿔놓았다.

세월호 침몰 후 사흘 동안 이 어머니는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울부짖기만 했다.

아무리 독한 마음을 먹어도 딸 얘기를 할 때마다 어머니는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했다.

그렇게 진도항과 체육관을 오가며 보낸 1주일 동안 어머니가 내린 결론은 "나는 내 새끼도 지키지 못하는 못난 부모"였다.

“내가 참 못난 부모구나, 자식을 죽인 부모구나. 이 나라에서는 나 정도 부모여서는 안 돼요. 대한민국에서 내 자식 지키려면 최소한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국회의원 정도는 돼야 해요. 이 사회는 나 같은 사람은 자식을 죽일 수밖에 없는 사회에요".

이렇게 힘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자책하지만 그렇다고 이 어머니가 저소득층이나 서민층인 것도 아니다.

60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입시학원 원장이고 시의원인 친구도 있을 정도로 중산층 이상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삶이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디에 내놔도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라고 자신했는 데 이번 참사로 살아있는 것 자체가 저주스러울 정도로 생각이 달라졌다.

특히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능력이 없어서 못 하면, 한 명이라도 구하겠다고 애썼으면 가족들도 다 느꼈을 것이고 감사하게 생각했을 텐데 사고가 일어난 후 지금까지 지켜본 모습은 한마디로 전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구조 매뉴얼도, 장비도, 전문가도 없었고 정부는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것이 이 어머니의 판단이다.

'헬리콥터 10대를 띄웠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어서 가족 대표가 가보면 1대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진도에 와서 잠수부 500명을 투입했다는 말도 했지만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 어머니는 말했다.

내 자식을 놓을 수가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리면 또 거짓말이에요. 그렇게 날이 지나서 애들 다 죽었어요.

꼼짝도 않는 정부에 던진 달걀이 바위를 더럽히지도 못하는 심정, 어머니는 대한민국을 버리겠다고 말했다.

"다 정리하고 떠날 거에요. 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이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나도 내 나라를 버립니다".

믿지 못하겠는 것은 한국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들이 오보에 놀아난다는 식으로 보도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정말 잘하는데 부모들이 조바심이 낸다는 식으로만 보도하는 한국 언론들 행태에도 환멸이 느껴진다는 어머니의 심정이다.

 29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갇혀있었는데 단 한 명도 못 구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구조하겠다는 의지도 없이 구조한다고 발표한 걸 그대로 받아서 방송에서는 열심히 구조하고 있다고 거짓보도 했어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탓하던 어머니는 "이 나라에서는 언제든지 당신도 나처럼 자식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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