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호의 LA에 반하다

칼럼니스트: 유강호

여행작가 유강호입니다. LA 맛집을 취재중입니다.
미대륙 도시탐구 <반하다 시리즈>를 출판하며 미국의 교민과 많은 정보를 나누고 싶어요>

 
잭런던광장
04/27/2012 07:20 pm
 글쓴이 : 유강호
조회 : 4,978  



잭 런던 스퀘어(Jack London Square)



잭 런던 스퀘어(Jack London Square)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페리를 타고 갈 수 있다. "미국 문학 사상 최고의 이야기꾼" 잭 런던의 광장이다 . 187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1886년 오클랜드 워터프론트에서 살았다 .


존 스타인벡과 함께 북 캘리포니아 출신의 소설가로 서민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준 잭 런던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 스타인벡 기념관은 살리나스에 있다. http://www.steinbeck.org/


떠돌이 점성술사의 사생아로 출생해 제대로 문학 수업을 받은 적도 없지만, 타고난 기질로 길 위의 문학을 완성했다 . 잭 런던은 신문배달, 얼음배달, 통조림공장의 직공일 등 온갖 육체노동을 하면서 반항적인 청소년 시절을 보낸다.


굴 양식장을 터는 해적질을 하다가는 거꾸로 해적을 감시하는 해안 순찰대에 가담하기도 했으며, 바다표범 잡이 원양어선의 선원을 거쳐 부랑아로 떠돌다가 교도소에서 중노동을 하기도 했다. 볼링장 보조, 요트 보이 등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얻었던 체험들을 소설로 녹여냈다.


지성의 전당 UC버클리의 바로 옆 도시 오클랜드 잭 런던 스퀘어에는 영문학도들의 모임장소가 있다 . 바로 잭 런던이 살아있을 때 자주 다녔던 술집 'First and last Chance Salon'이다 .


그는 14세에 학교를 떠나 선원, 노동자로 일해야 했고, 독학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돈이 없어 공부를 끝낼 수 없었다 . 불꽃처럼 1916년 40세로 요절했다 . 평생 가난으로 시달려야 했던 그가 니체, 다윈, 마르크스, 스펜서 등의 저서를 탐독하며 사회주의적 성향을 띤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1901년 그는 당시 '사회당'(Socialist Party of America) 소속으로 오클랜드 시장으로 출마하여 낙선하였다 .


광장에는 그의 동상이, 다른 쪽에는 소설의 주인공으로 나온 Buck , White Fang 동물 동상이 세워져 있다. 부두가에는 잭 런던의 오두막을 갖다 그대로 옮겨 놓았고 서핑상점과 해물식당 , 파머스마켓 ,맛있는 마카롱과자점이 여행자를 기다리는 축제 전야다 . 그의 작품에 나온 늑대와 유콘 강가 닮은 해변 , 바람에 휘날리는 성조기 , 야생숲 . 50권의 책을 펴낸 그는 오클랜드의 자존심이다 .


1897년 알래스카의 클론다이크 지방에서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런던은 그곳으로 떠났다. 1년 반에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이때의 경험은 그의 소설의 밑바탕이 되었다. 1904년 러일전쟁 종군기자로 일본군을 따라 조선을 방문해 <잭 런던의 조선 사람 엿보기>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1905년부터 캘리포니아의 글렌엘런 지역땅을 사들여 농장을 만들면서 사회주의 대신 농촌 공동체 건설을 꿈꾸지만 좌절된다.


짧은 생애 동안 ‘비포 아담’(1907), ‘ 마틴 이든’(1909) 19편의 장편소설, 500여 편의 논픽션, 200여 편의 단편소설을 창작했다. ‘바다의 이리’, ‘늑대개’는 에단 호크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전 세계를 여행한 모험가, 스포츠맨, 대중연설자로 열정적 삶을 살았다 .


잭런던의 급진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는 디스토피아 소설 ‘강철군화’The Iron Heel(1908), 원시적 생명력의 중요성을 보여주고자 한 ‘야성이 부르는 외침 ’The Call of the Wild(1903), ‘Wild Fang’(1910) 등 전 세계적으로 8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소개됐다. 그의 소설이 끝없이 읽히는 이유는 놀라운 상상력과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문제의식이다. 세상을 돌며 보고 느낀 것을 생생하게 표현했으며 펄떡이는 현장감은 그를 독특한 작가로 만든 원동력이다.


‘밑바닥 사람들’The people of the abyss은 르포르타주 형식의 논픽션이다. 그의 소설은 실화처럼 생동감있고 논픽션은 오히려 꾸며낸 소설같다 .그는 탐험가가 된 심정으로 런던의 빈곤지역 이스트엔드로 잠입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참상을 직접 보고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부유하고 번성한 웨스트엔드와는 극히 대조를 이루는 이스트엔드는 런던에서 가장 가난한 곳으로 이민자, 불법체류자, 하급 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밀려들던 곳이다.


‘비포 아담’은 미국의 젊은이가 꿈을 꾸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의 꿈은 아주 먼 과거, 문명이 발달하기 전, 원시의 삶을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주인공인 ‘큰 이빨’은 원래 나무 위에 둥지를 짓고 생활하는 나무부족의 일원이다. 주위를 조심스럽게 맴돌던 그는 가까스로 동굴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며 거기서 평생의 동무가 될 ‘늘어진 귀’를 만난다. 큰 이빨과 늘어진 귀는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나 허클베리 핀처럼 소년다운 모험을 즐기며 성장한다. 나를 포함한 부족민들은 야생에서 '날 것'을 먹고 즉흥적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그냥 공동체를 이루고 마냥 즐거웠다 . 놀고 싶으면 놀고 춤추고 싶으면 춤춘다.


그런데 불을 사용하는 불부족은 뭔가 다른 것을 추구했다. 그들은 활과 화살이라는 도구를 이용할 줄 안다. 그것으로 다른 부족의 사람을 공격한다. <비포 아담>을 읽으면 원시인들의 삶에서 현대의 모습을 발견한다 . 송곳처럼 찌르는 풍자와 역사적 통찰력은 독보적인 빛을 발한다.


<버닝 데이라이트>(1910)는 ‘해가 불타고 있어!’(Daylight is burning!)라는 말로 동료들을 깨운다고 해서 ‘버닝 데이라이트’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사내, 일럼 하니시의 이야기다. 소설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알래스카 클론다이크에서 그가 금 채굴과 밀가루 매점매석 등으로 한몫을 잡아 도시로 떠나기까지를 그린다.


2부의 무대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1부에서 카잔차키스의 조르바를 연상시키는 야성미와 남성성의 소유자로 그려졌던 데이라이트는 “규모가 큰 포커판”(205쪽)인 캘리포니아의 재계에서 성공을 향해 내달리는 동안 냉혹한 자본가로 면모를 일신한다. “난 버닝 데이라이트야. 신도 악마도 죽음도 파멸도 두려워하지 않아”(193쪽)라는 말은 황금신 마몬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적 인물 데이라이트의 자기 선언이라 할 법하다.


<야성이 부르는 외침>은 런던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 문명에서 길들여진 개가 야생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이다. 판사 댁에서 편안하게 생활하던 벅은 어느날 북쪽 땅의 썰매끌이 개로 팔려 간다 . 벅은 빨간 스웨터의 사내에게 몽둥이로 얻어 맞고 늑대나 다름없는 야생의 개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움은 물론 도둑질까지 배운다. 이때 터득한 '몽둥이와 엄니의 법칙'은 벅의 조상들이 잃어버린 야성을 일깨워 주었고, 벅은 마침내 '유령 개'가 되어 야생으로 돌아간다.


다윈과 스펜서의 진화론에 영향 받은 런던은 주인공 벅이 야생의 삶에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힘이 지배하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세계를 보여 준다 .사회주의 소설과 모험 소설. 이 두 단어는 런던의 작품과 삶을 그대로 표현한다 . 부와 명예를 갈구하면서도 하층민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았고, 개인적 욕망과 사회 정의 사이에서 갈등과 방황을 거듭했다.


<야성이 부르는 소리>(1903)의 성공 이후 그에게는 돈과 명예가 함께 굴러들어왔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는 호화 농장과 최고급 요트, 포도주 양조장의 소유주로서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았다. <강철군화>의 과격한 혁명론과 <버닝 데이라이트>의 낭만적 이상주의 사이의 괴리는 그의 굴곡진 삶과 비체계적인 독서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쐐기처럼 쏘는 책 ”이라고 장정일은 랙런던을 읽고 착잡하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


Jack London Merlot 은 캘리포니아 와인의 명산지 소노마 밸리에서 잭 런던이 소유하고 있었던 목장의 포도원에서 독점 생산한다. 라벨없이 와인병에 직접 그려진 늑대의 두상은 잭 런던이 원고 탈고 후 자신의 도장처럼 사용했던 문장이다. 늑대의 눈빛이 섬뜩한데, 그 눈빛을 보노라면 한병을 다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는 와인애호가들의 품평으로 유명하다 .


잭 런던은 "생존을 위한 본능적이고 처절한 투쟁을 낭만적으로 묘사한 작가"라고 대영백과사전에 적혀있다 . 누구보다 인간을 사랑하고 평등한 세상을 꿈꾼 낭만가 잭런던 동상에서 그의 문장을 읽는다 .


"I would rather be ashes than dust!"(나는 먼지보다는 오히려 재가 될 것이다 !)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영원히는 아니에요. 우린 배웠어요. 내일 우리의 대의는 다시 일어날 것이고, 지혜와 훈련으로 더 강해질 거예요.” (강철군화 )
“본능은 단지 우리의 유전적 형질에 찍힌 습관에 불과하다 ” “진화가 바로 열쇠였다. 그것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비포 아담)
http://www.jacklondonsquare.com/ Broadway& Embarcadero, Oakland, CA 94607 / 510-645-92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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