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호의 LA에 반하다

칼럼니스트: 유강호

여행작가 유강호입니다. LA 맛집을 취재중입니다.
미대륙 도시탐구 <반하다 시리즈>를 출판하며 미국의 교민과 많은 정보를 나누고 싶어요>

 
캘리포니아 피자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 버전으로 ~ )
03/17/2012 10:45 am
 글쓴이 : 유강호
조회 : 4,804  



캘리포니아 피자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 버전으로 ~ )


한국의 보통 아버지들은 자신은 영어 울렁증이 있어서 외국인을 만나면 슬슬 피하지만 자녀만은 영어를 좔좔좔! 하기를 바란다 . 보통 아버지들은 자신은 별로 공부에 취미가 없어 극장으로 당구장으로 농땡이를 쳐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더라도 자녀만은 미래가 보장되는 일류대학을 졸업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

그래서 비싼 과외비를 대느라고 허리가 휘도록 일하다가 아들이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하면... 몇 날 며칠 밤을 새워 담배를 퍽퍽 피워대며 고민 고민하다가 달랑 가진 전 재산 아파트를 팔아 이민을 단행한다 .

자신은 부모님 모시고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고 언감생심 꿈도 못 꾸어본 유학을 머리 좋은 아들이 가겠다는데 ...한 10년 쯤 눈 딱감고 고생하면 아들의 미래가 대기업의 빛나는 실장님 급으로 상승하는데 ... 우리의 가엾은 보통 아버지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다. 자신의 인생같은 건 이미 다 폭탄주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는 자녀교육에만 목숨을 걸고 비행기를 탄다 .

이민 와서는 그래도 한국에서는 회사 과장이었고 부장이었을 때 입었던 명색이 화이트 컬러로 하얀 와이셔츠의 물방울 넥타이 매고 다니던 복장은 다 팽개치고 ...청바지에 후줄그레한 작업복 차림으로 수영장 청소나 봉제공장 기계수리 ,마켓 허드렛일을 얻어 투잡two job을 뛴다 .어깨가 바스라지게 일해도 아버지는 보람이 있다. 오랜만에 살맛이 난다 .

혹시라도 행운의 여신이 강림하사 기도를 지극정성으로 드리는 것도 모자라 아버지는 안 다니던 교회에다 주말 성경공부도 다니고, 엄마는 절을 찾아가 불공드리고 무릎이 아프게 108배를 올린다 .드디어 아들이 전교 1등도 하고 재벌 아들도 성적이 모자라 못 들어가는 대망의 스탠포드에 합격을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자랑스럽지만 그 비싼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교의 학비가 걱정이다 . 아무리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한다지만 만만치 않은 학비를 대주어야한다 .

열심히 일한 덕분에 세탁소 사업도 좀더 크게 확장하고 싶고 아들이 타고 다니던 대물림한 고물자동차도 쓸만한 중고자동차로 바꿔주고 싶다 .딸은 딸대로 피아노 레슨에다가 발레레슨까지 받고 싶어한다 .책값 , 용돈, 기숙사비... 돈 들어갈 구멍은 너무나 많다 .아버지는 그동안 건강상 해롭다는 이유로 끊었던 담배를 다시 뻑뻑 피운다 .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스탠퍼드 대학은 연소득 10만 달러 이하 가정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면제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 학비 ‘재정보조 프로그램’은 하버드, 예일에 이어 스탠퍼드 대학은 더 많은 기부금을 우수한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새로운 기금으로 발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우리의 용기있는 아버지는 꿈을 이루었다 .학비 걱정을 덜었으니 아들이 다닐 스탠포드 대학이 궁금해 “스탠포드 대학 공짜로 다니기 프로그램”도 참관하고 캠퍼스 촌을 어슬렁 어슬렁 거닐었다.
이제는 너무나 좋아서 걸어도 걷는 게 아니다 .발이 둥둥 공중에 떠서 저절로 날아간다 .생각해보니 아침부터 먹은 게 하나도 없다 .무엇인가 간단히 먹고 싶은데... 무엇을 먹을까?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캘리포니아 피자’집으로 들어간다 .

아버지는 기분이 너무 좋아 저절로 웃음이 터지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난다 .그런 눈물을 남몰래 감추기에 CA피자집은 딱 좋은 분위기이다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너무 초라하지도 않다 .웨이터도 없는 자유롭고 수수하고 만만한 분위기이다 .

음식도 무겁거나 가볍지 않고 가격도 아주 착하다 . 닭고기 샐러드가 $ 8.99 .뜨끈뜨끈한 얇은 피자 ...아들이 늘 즐겨먹던 끈적끈적한 모젤치즈 듬뿍 얹어 $ 10.99 한 조각만 먹어도 배부른 샌드위치가 $5.99이다 .
아버지는 ‘캘리포니아 피자’ 집에서 비로소 자신이 살아온 한 인생을 잠시 뒤돌아 본다 .갖가지 버섯 고추 피만 올리브로 멋을 낸 오색 피자를 보니 방긋 웃는 아들의 얼굴같다 .

자신의 ‘모든 선택을 아름답다’고 증명해준 아들의 꿈이 실현된 이 순간에도 아버지는 목이 메이고 눈물이 앞을 가려 피자 한조각도 입에 삼키기가 어렵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보통 아버지의 모습은 대부분 이렇다. 캘리포니아 피자 집 앞에 흐드러지게 화사한 꽃들만이 아버지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이해해 주고 눈물을 닦아준다 . 스탠퍼드대학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는 모든 이의 희망의 손수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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