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탈출

이해왕

선교사

  • 비영리단체 한인중독증회복 선교센터 센터장
  • 미주한국일보 오피니언 기고

한인 중독문제와 한인 치유기관들의 현주소

글쓴이: 이해왕  |  등록일: 06.24.2011 22:55:48  |  조회수: 5146

한 60대 후반 친구가 지난 10월에 2주간 한국의 고향을 다녀왔다. 그 친구 말에 의하면 미주교포들보다 아주 편리하게 잘들 살고 있어서 고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들 정도라고 했다. 이렇게 좋아 보이는 반면에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했다. 의외로 초등학교 고향친구들 중에 사망한 사람들이 많았으며 살아있는 친구들도 대부분 자신보다는 5살 정

도 더 늙어 보여서 잘 알아보지 못 할 정도라고 했다. 술 마시기를 너무나 좋아했던 자신도 이민 오지 않았으면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는 비록 여러 사람들의 객관적인 견해에 의한 통계자료는 아니지만 한국의 음주문화가 중독문제 뿐만 아니라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한인들의 중독문제는 미국인들보다 2~3배가 많은 실정에서 뒤늦게나마 2008년에는 국무총리 소속 “중독예방 치유센터”가 설립되었고, 중독심리 연구소와 같은 상담 및 예방기관들이 생겨나고 있어서 다행이다. 모든 주요 질병에서와 같이 중독증도 초기부터 예방하는 것만이 최선책 이다.

 

▣ 게임과 중독도박의 관련성

도박중독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도박중독에 처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평생 동안 재발을 조심하면서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대가를 많이 치르게 되는 “충동장애(Impulse control)" 이다.

한인 50~60대 이상 남성 도박중독자들의 사춘기 시절에 공통점은 당시 유일한 게임수단이었던 “구슬치기와 딱지치기”를 열심히 잘했던 사람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한데 요즘 10대 청소년들 중에는 1990년 초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부터 매일 몇 시간씩 게임을 해서 학교를 자퇴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부모들의 게임만류에 폭력을 행사하거나 자살하는 청소년까지 있다.

40여 년 전에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이를 했던 구슬치기와 오늘날 온라인 게임과는 반복학습과 강박관념형성 면에서 수십 배나 차이가 있다.

그래서 요즘 게임을 열심히 하는 청소년들을 가정과 사회에서 선도하지 못하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직장을 갖게 되는 5~10년 이후부터는 아주 심각한 도박중독자들이 대거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

처음부터 불법 마약문제는 단속이나 처벌로 대처 할 수 있지만, 도박은 정부에서 합법화했기 때문에 단속할 수 없어서 도박문제자의 가족들만 고통을 겪게 되어 국가로서도 Zero Sum Game을 하는 겪이다.

정 부는 세원증대 이유로 도박시설들을 자꾸만 늘리고 있지만, 도박시설에서 거두어들인 세원을 도박중독 문제로 망가진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상처치유와 도박문제로 야기되는 가정폭력이나 금융질서 혼란에 투입되는 경찰력 낭비를 감안하면 정부로서는 결국 손해 보는 게임을 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도박시설에서 거두어들인 세원이 짭짤하다고 주장한다면, 그건 도박시설에서 거두어들인 세원을 도박으로 처참해진 도박중독자들이나 그 가족들의 치유를 위해서는 별로 사용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세원포착이 전혀 없는 마약문제에 대해서는 일제단속이니 재활선도 라는 명목으로 많은 국가 예산을 집행하면서도, 세원이 상당한 도박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회복정책을 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흔히 일반인들은 본인의 의지가 강하면 도박을 끊을 수 있다는 말들을 하지만, 실은 마약중독 치유보다 도박중독 치유가 더 어렵고, 가족들과 주위 친인척들에게 미치는 피해 또한 마약문제보다 더 심각하다.

1999 년부터 10년 넘게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를 운영해온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알코올은 7~8개월 만에 치유된 사람들이 있었으며, 마약은 2년여 회복참여로 치유된 사람들이 있었던 것에 비해서, 도박의 경우는 최소한 3년 이상 계속 회복모임에 참여해야만 치유되는 것을 보아 왔다.

 

▣ 미국 알코올 회복모임과 한국 중독증 치유기관들

한국은 반만년의 역사로 미국사회보다 아주 일찍이 알코올 중독문제가 있어왔는데도 알코올 중독증 치유 역사는 한국이 미국보다 반세기나 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1935년에 AA 회복모임이 시작되었고, 그 후 1953년에 마약회복모임이 생겨났다. 1978년 3개 국가에 200여 모임에 불과 했던 마약회복모임은 2007년도까지 127개 국가에

43,900여개 모임으로 늘어나서 30년 만에 220배나 증가했다. 도박 회복모임은 1957년에 생겼고 1,600 여개의 모임이 있다. 이들 모두는 알코올 회복모임의 회복프로그램에 “중독명칭만 바꾸어서” AA 12단계 회복원리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한국 단주모임은 1982년 12월에 시작되어 80여개 모임이 있고, 한국 단도박 모임은 1984년 6월에 한 미국인 신부가 미국 도박회복모임의 영문교재를 들여와서 한글로 번역 소개하면서 시작 되어 현재 49개모임이 있다. 한국 마약퇴치 운동본부는 1992년 4월에 설립되었다. 미국과 한국의 도박회복모임을 비교 해봐도 한국이 미국보다 27년 늦

게 도박중독 치유사역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중독증 회복과 12단계 회복원리

세계적으로 전문적이고 체제를 갖춘 중독증 치유는 미국 알코올 회복모임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미국 중독증 치유 상담자들도 AA 12단계 원리를 부인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중독자들에게 12단계 회복모임 참석을 추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단주모임과 단도박을 제외한 대부분 치유 기관들은 12단계 회복원리를 소개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물론 미국인과 한국인의 문화적 차이나 특성 등으로 AA 12단계 회복원리가 한인 중독자들에게는 덜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AA 12단계를 치유원리로 삼고 있는 한국 단도박 회복모임의 경우를 보면 한인 중독문제 가정들에도 12단계 치유원리가 잘 적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중독증은 단시일 내에 완치가 될 수 없는 난치병이므로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회복참여가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에 한인 중독가정들에게도 비용이 거의 없고 동일한 중독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함께 모여서 영적치유를 도모하는 12단계 회복프로그램이 좋을 것으로 본다.

우리가 무슨 일을 새로이 추진할 때에 그 분야에 대한 역사와 시행착오를 참고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한국 사회에 중독예방 및 치유기관들은 미국 알코올 회복모임의 태동과 지난 80년간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한인들에 알맞은 12단계 치유방법을 적극 개발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중독증 치유사역을 하는 한인 회복기관들은 미국사회와 한국사회의 중독증 치유에 가교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도 한국 중독예방 및 치유기관들은 해외 한인 관련기관들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직접 미국인 치유기관들만 참고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 예로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중독예방치유센터”의 안내마당 관련사이트에 국외관련사이트 미국에 보면 미국인 기관 10개는 소개하고 있으면서도 미주 한인 정신심리 치료 및 중독증 회복모임 기관은 하나도 소개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사회에서 한인 중독자들을 위해 치유사역을 해온 기관들이야 말로 중독증 치유 역사가 깊은 미국사회에서 여러 치유프로그램들을 한인 중독가정들에 알맞게 적용해온 실제경험을 쌓아온 기관들인데도 외면하는 것 같아 아쉽다.

우리 옛말에 “병은 자랑해야 빨리 낫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주위 사람들에게 내 가정의 난치병을 더 알릴수록 바른 치료법을 더 안내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미주 한인 치유기관들도 한국에서 치유관계 인사들이 찾아오면 내 기관의 문을 열어서 그간 적용해온 치유프로그램을 소개해줄 때에 더 한국의 중독증 치유에 기여하는 길이 될 것이다.

(끝)

 

이해왕 선교사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www.irecover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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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상담 counsel@irecover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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