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이야기

진 최

진 발레스쿨 원장

  • 한국 무용교사협회 미지부 회장 미주예총이사
  • 한미무용연합회장

61. 하얀 까마귀 영화 리뷰. THE WHITE CROW

글쓴이: 발레리나  |  등록일: 05.20.2019 02:32:04  |  조회수: 3733

하얀 까마귀 영화 리뷰. THE WHITE CROW


모처럼 한가한 일요일을 맞이했다. 그래서 푹 쉬고 늦잠 자려 했건만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운동가고 브런치를 먹으며 신문을 보니 THE WHITE CROW 하얀 까마귀 루돌프 누레에프의 발레 영화를 상영한다고 한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당장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내가 발레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 세종문화화관 개관공연 때 로열발레단의 마고트 폰테인의 빈사의 백조를 보고 나서부터였다. 누레에프는 19 연상의 마코트 폰데인과 환상의 발레 파트너였다. 그래서였을까.., 무대 뒤에서 무작정 기다린 나에게 싸인을 해주고 미래의 발레리나 너의 꿈은 이루어 질거야. 이렇게 사인 주고.. 꿈과 희망의 롤모델이었던 마코트 폰테인을 좋아하다 보니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누레예프도 덩달아 좋아했고 영화 같은 파란만장한 그의 삶을 보면서 예술가의 길이 무엇인지 생각에 젖혔던 확창 시절이 올랐다.


 나와 같은 시대에 살았는데  마코트 폰테인과 누레예프는 지금 여기 없다. 오랜만에 가슴이 와닿는 영화를 보았다. 발사모 단원들에게 이영화 꼭 보라고 강추했다. 퀴즈를 냈다. 영화 내용 중에 누레에프가 푸시킨 선생님과 발레 수업 장면에서 발레 용어가 두 번 나온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는 명화, 어린시절 아버지와 오버렙되면서 나오는 명화가 두 번 나온다. 영화를 보고 알아맞히는 단원에게 선물 할 거라고 했다. 모두 영화 보러 간다고 약속했다. 정답은 .. 통배 파도블레 아쌈부레 ..발레를 한다면 용어만 들어도 눈을 감아도 동작이 저절로 떠오른다.


메두샤의 뗏목. 돌아온 탕자. 여행하면서 내 눈으로 이명화를 파리에서,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직접 보았었다. 내가 제리코의 난파된 뗏목 안에 있다면 어디쯤에 있을까? 하며 생각 했었는데...렘블란트의 그림속에 아버지의 포옹속에 얼굴에 맻힌 눈물 방울 보았었다. 누레예프도 나외 같은 느낌이였을까

 발레는 누레에프에게 현실이자 이데아였을거다. 자유를 향한 열망 발레를 하니? 하고 물어보니깐 탈출을하려고 라고 누레에프는 말한다. 누군가 나에게 발레를 하니 ? 라고 물어보면 나는 무엇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갑자기 고민이 생겼다.


발사모 헬렌씨의 The White Crow  리뷰


Wings of Desire - Nureyev Long Before His Swan Song: 더 화이트 크로우 The White Crow, a Film by Ralph Fiennes (May 4, 2019, ArcLight Hollywood)  
 
영화 The English Patient (1996)의 주인공역으로 리즈시절에 한때 많은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남성들의 질타를 받았던 영국배우 Ralph Fiennes 가 감독한 루돌프 누레예프의 젊은시절을 다룬 전기영화 The White Crow를 보러 주말 이른아침에, 어벤져스:엔드게임을 보러오는 무시무시한 인파를 피해, 제일 빠른 상영시간에 다녀왔다. 그덕에 그렇지 않아도 마이너한 아트무비라서인지, 텅빈 영화관전체를 전세낸 여유로움으로 영화를 감상할수있었다.   
 
파인즈는 1999년에는 러시아의 Alexander Pushkin의 예브게니 오네긴를 영화화한 작품에서 주인공 오네긴역을 맡은적이 있었는데, 요번 The White Crow에서는 감독 겸 누레예프의 발레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준 멘토이자 양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명 발레 마스터 Alexander Pushkin역을 직접 러시아어로 열연하였다.  
 
영화초반에 레닌그라드에 갓 상경한 누레예프가 18세기 제정 러시아시대에 세워진 노란색의 격조있는 Leningrad Choreographic School (현 바가노바 아카데미 - 마린스키발레단의 부속 발레학교) 빌딩으로 들어간다....그리고 그안에 역사와 전통의 학교내부 복도 벽에 걸린 차이콥스키, 프티파, 안나 파블로바 등의 초상화가 찬찬히 줌인된다. 얼마후에 누레예프는 겁도없이 커다란 차이콥스키의 초상화가 걸린 스쿨디렉터의 오피스를 찾아가 발레선생님을 바꿔달라요구한다. 이때 반항심으로 가득차 야생마같이 길들어지지 않은 누레예프에게 디렉터는, 발레라는 예술을 어떠한 철학적 마인드셋으로 임해야 마스터할수 있는지 마치 카톨릭 수도회의 규칙처럼 말한다 - “Ballet is about rules, and only through disciplines you become free....it’s about obedience.” 
 
이 영화는 작가 Julie Kavanagh가 2007년에 발표한 ‘Nureyev: The Life’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또 다른 댄스전문작가 Diane Solway가 누레예프 사후 5년만인 1998년에 출판한 NUREYEV His Life 를 읽은적이 있어서 영화에 나오는 누레예프 인생의 타임라인이라던지 주변인물들이 낯설지는 않았다. 사실상 누레예프의 컬러풀한 개인사와 extensive 한 발레커리어 (크게는 소련 키로프 발레, 망명후 영국 로열발레, 그리고 파리오페라발레)를 기록한 거의 700장 800장에 달하는책들을 2시간의 영화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누레예프의 1961년 냉전당시의 역사적인 서방망명사건을 절정으로 끝나고,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 어린시절은 플래시백 회상으로 인터컷하여 효과적으로 압축하여 표현하기 때문에 특별한 발레팬이 아니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감상할수있을 것이다.  
 
Solway의 책 표지커버인 누레예프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흑백의 headshot을 보면 (작년 봄에 내 생애 첫 토슈즈를 구입했을때, 이 사진 앞에 토슈즈를 ‘the God of Dance’ 에 바치는 ‘우상숭배’를 범하였다), 삐딱한 사선에서 도드라진 광대뼈, 살짝치켜들은 고개에, 내리깔은 오만한 시선....매부리코에서 부드럽게 떨어지는 센슈얼한 full lips을 보면, 왜 그가 남성과 여성에게 동시에 섹스어필이 있었으며 ’Rudimania’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는지 알수있다.  
 
누레예프역에 맡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발레댄서 Oleg Ivenko가 실제 누레예프와 매우 닮았다며 높은 싱크로율을 극찬하는것 같은데, 내가 볼때는 단지 카메라를 어떻게 잡는지에 따라 어떤 앵글에서 볼때, 특히 고개를 들은 45각도로 보면 매우 흡사한 얼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한 Ivenko는 처음하는 연기로서는 전혀 나쁜편이 아니였으며 당연히 무난하게 발레씬들을 (La Bayadere Solor variation, Don Quixote Pas de Deux, and Swan Lake Siegfried Solo) 잘소화해낸것같았다. 얼굴싱크로율과 별개로 발레씬에서 보면 Ivenko는 누레예프보다 상체가 더 발달한 댄서라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그래서인지 고양이같이 우아한 라인이 나오는지 않는다. 어차피 누레예프 한 개인의 타고난 카리스마와 animal magnetism 은 흉내/연기로 불가능하다. 재미있는건 제2의 누레예프라고 불리는 세르게이 폴루닌이 파마한 금발머리를하고 누레예프의 키로프 라이벌이였던 유리 솔로비예프로 나와 몇마디 대사없이 (의도적으로) 존재감없는연기를 한다. 아마 폴루닌의 larger than life personality/존재감이 누레예프역을 하기엔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되어 그런것이 아닌지, 그리고 어째 폴루닌의 점점 젊은시절 Klaus Kinski를 닮아가는 날까로운 인상이 외양적으로도 싱크로율이 낮다.  
 
1938년에 구 소련의 소수민족중 하나인 타타르족의 (플래시백씬의 거칠은 아버지역할 배우의 유라시안스러운 눈매가 인상적이다) 위로 누나가 셋인 집안의 막내로 시베리아 횡단기차 안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Moscow나 Leningrad 가 아니라 척박한 Ufa에서 보낸 누레예프는 자신의 천재성에 대한 거의 나르시시즘에 가까운 자신감과 동시에 못배운 촌뜨기라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고, 영화에서도 암시된 원만치 못한 아버지와의 관계로 비롯하여 father/authority figures 아버지상 또는권력을 쥔 institution에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또한 도전/거부/요구를 서슴치 않는다. 바가노바 아카데미 졸업후에 당의 명령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지시받은 누레예프는 직접 문화부 Ministry of Culture를 찾아가 흐르시쵸프의 초상화가 내려다보는 당 정부관료의 오피스에서 격렬히 항의한다. 또 한씬에서는 파리공연중 부유한 상속녀 (나중에 망명에 결정적 도움을 주는 사교계의 꽃인 아가씨) Clara Saint와 들른 파리최고의 러시안 레스토랑에서 누레예프는 러시아 제국 멸망후 망명한 White émigré 로 보이는 로마노프 왕가의 대공작처럼 근엄하고 나이지긋한 웨이터가 본인을 촌뜨기라 무시한다 인지하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인다. 이와 반대로 누레예프는 스승 푸시킨의 부인의 (맹목/일방적)헌신을 비롯하여 연상의 여인들에겐 지지를 얻고 조력자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특히 곤경에 빠진 누레예프를 구해준 키로프 최고의 발레리나 나탈리아 두딘스카야와의 연상/연하 파트너쉽은 서방망명후에 그의 인생 다음 chapter에 펼쳐진 영국 로열발레단의 마고 폰테인과의 전설적 파트너쉽을 예고한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화면에 올라가면서 드문드문 스크린에 같이 나오는 실제 누레예프의 모습 - 발레 Le Corsaire (해적)의 Ali 바리에션의 흑백 빈티지 영상를 보면....정말 말로는 설명할수 없는 누레예프 그만의 매직이 쉽게 오디언스에게 전해진다. 영화 한 중반쯤인가에서 푸시킨선생님이 왜 춤을 추는지 ‘the purpose of dance’ 를 물어보며, 뻔한대답을 하는 누레예프에게 ‘스토리’ 없는 댄스를 의미가 없다고 말해준다. 역사 History 는 돌고도는 법....멘토의 말대로 무대위에서나 무대밖에서 무수한 '스토리'를 관객들에게 들려준 누레예프. 한때는 구 소련에서 나라를 배반한 배신자로 낙인찍혔지만, 얼마전에 정확히 몇년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커다란 누레예프의 초상화가 걸린 바가노바 아카데미의 한 스튜디오에서 맹연습을하던 어린학생들의 영상을 본것이 얼핏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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