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마음 이야기

김재명

JM Company 대표

  • 작곡가, 재즈 칼럼리스트/작가
  • Queens College of Music, New York, NY 석사

Bebop; 나를 드러내다.--------------------재즈칼럼12

글쓴이: Panda  |  등록일: 07.06.2015 06:27:25  |  조회수: 6507

Bebop

나를 드러내다.



미운 오리새끼 한마리가 있었습니다.


이 유명한 미운 오리새끼가 미움을 받게 된 원인은

단지 다르기 때문이었죠.


모든 날개달린 것은 오리여야 하고,

오리란 자고로 크기가 이만해야 하며,

목소리가 몇 데시벨을 초과하면 안 될 뿐만 아니라,

깃털 역시 왼쪽 오른쪽 특정 각도로 열 맞추어 고르게 박혀 있어야 한다는


생각.


그 생각은 가치관이 되었고, 문화가 되었고, 어느덧 절대적인 틀이 되어버렸습니다.


종이 다른 백조를 오리의 잣대로 평가하고 있는 이 이야기의

결말은,

조금 뒤에 얘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미운 비밥(Bebop)이 있었습니다.


이 유명한 비밥(Bebop)이 미움을 받게 된 원인 역시

다르기 때문이었죠.


1930년대,

대부분의 대중과 뮤지션이 생각하는

스윙 재즈란,


춤을 출 수 있는 즐거운 음악으로,

쉽고 단순한 작곡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며,

빅밴드(Big Band)의 잘 정돈된 편곡 속에 화려한 사운드의 바로 그것이어야 한다는


생각.


그 생각은 가치관이 되었고, 문화가 되었으며, 어느덧 권위를 지닌 재즈의 틀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1940년대 초반, 비밥(Bebop)은 눈치 없이 나타났습니다.

미움받기에 이토록 완벽할 수는 없었죠.


당시에

비밥(Bebop)이란,


우선 너무 빨라서 춤을 출 수 없는 스윙이며,

멜로디는 어렵고 복잡해서 도통 따라 부를 수 없을 뿐더러,

악구(Phrasing)는 비대칭으로 좀처럼 이해할 수도 없고,

즉흥연주(Improvisation)가 주인공이 되어버린, 뭔가 잘못된 것 같은 생소하기 짝이 없는 음악이었습니다.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전제가 부재된 환경에서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조금 더 다른 존재에 대한 미움이 어김없이 싹틉니다.


따라서,

이러한 미움을 극복해 내는 방법이란,


다름을 드러내는 것,

자신을 자신답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드러냄을 통해서

존재는 다를 수 있음을 알게 해주고,

어떻게 다른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비밥(Bebop)의 주창자, 그들이 만약 망설였다면,

그들이 만약 기존의 틀 안에서 타협했다면,

그들이 만약 미움받을 두려움에 숨거나 움츠려들었다면,


비밥(Bebop)이란 음악쟝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결과로,

모던 재즈(Modern Jazz)의 카타고리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르며,

우리가 그 후로 듣게 될 '쿨 재즈(Cool Jazz),' '웨스트 코스트 재즈(West Coast Jazz),' '모달재즈(modal jazz),' '프리재즈(Free jazz),' 그리고 ' 아방 가르드(Avant Garde)' 역시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좀 더 과장해 보건데,

어쩌면 우리는 수백년을 똑같은 스타일의 음악만을 들었어야 했을지 모르며,

너무나 지겨운 나머지,

우리에게 음악이란,

소음을 뜻하는 부정적인 단어가 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미움받던 비밥(Bebop)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알던 30년대 스윙재즈와는 너무나 다른 스윙재즈,

비밥(Bebop)은 처음부터 기존의 스윙과는 과감할 정도로 철저하게 달랐습니다.


그러나,

당당했지요.


디지 길라스피(Dizzy Gillespie)와 찰리 파커(Charlies Parker)는 새로운 화성, 복잡한 싱커페이션, 변형된 코드, 대체 코드등을 연구하며 과감히 자신들의 음악에 적용합니다.


비밥(Bebop) 뮤지션들은 자신을 좀 더 자신답기 드러내기 위해

더욱 더 자유로운 소리, 더욱 더 복잡한 소리, 그리고 더욱 더 신비로운 소리로의 지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비밥(Bebop)에겐 마니아 층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듣는 재즈'로의 자리매김을 했으며,

재즈를 '아트(art)'의 경지로 올리며 후대의 모든 음악쟝르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자 이제 다시,

미운 오리새끼의 결말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미운 오리새끼는 어떻게 됐을까요?


오리세상에서 자란탓에

미운오리새끼 역시 고집스럽고 융통성 없는 그 틀의 영향을 받아,

많은 고통과 좌절과 혼란을 겪기는 했지만,


마침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습니다.

오리가 아니라 '백조'임을 지각하게 된 것이죠.


만약,

그 미운 오리새끼가 세파에 시달리고 차별에 찌들어

오리세상이 원하는 모습으로 성형수술을 했다거나,

혹은, 사회면에 나올법한 이야기처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죽음을 택했더라면,


우리는 이 유명한 미운 오리새끼를 알지 못했을 겁니다.


미운 오리새끼가 자신의 다름을 자각하고 드러낸 덕분에,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른 미운 오리새끼들이 영감을 받고 열망을 품고

어느날 용기를 내 마침내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한가지 틀만 고집하뎐 오리세상은

여러가지 틀을 인정하는 보다 유연하고 글로벌적인 사회로 변모했다는 결말입니다.



당신은 당신답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이제

자신답게 자신을 드러내십시요.


그러면 분명,

미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대신,


당신은,

저 창공을 향해

한 없이 그리고 끝없이 비상하게 될 것입니다.




JM




비밥(Bebop) 들어보기;


Charlie Parker – Bebop

Dizzy Gillespie - Salt Peanu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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