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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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만남과 결혼]한국 배우자 선택문화에 잘못 길들여진 백인 노총각의 10년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9.05.2017 18:03:52  |  조회수: 4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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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인 남성 회원으로부터 이메일 한통을 받았다. 어눌한 한국어로 쓴 메일의 내용은 이렇다.
‘나는 문제가 있습니다. 정말 실망입니다. 정말 그들에게 연락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연락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들의 ‘크라이테리어(criteria·기준)’에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여성회원 5명의 아이디를 붙여놓았다.


그 여성들이 연락을 안 해준다는 것이다. 자신이 여성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나름대로 생각한 듯했다. 아이디를 하나하나 확인해보니 5명이 전부 그보다 10살, 심지어 15살 어린 여성들이었다. 순간 나는 내 이마를 치면서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이 친구가 이렇게 변했구나….”였다. 많은 이성을 만나는 것이 얼핏 인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40대 중반의 변호사이다. 유태계 미국인으로 풍채도 좋고, 인물도 호남형이다. 한국에 업무차 1년에 2-3개월씩 출장을 오는 까닭에 한국말도 조금 할 줄 알고, 무엇보다 한국을 좋아한다.
10년 전인가, 그는 한국 여성과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고 내게 소개를 의뢰하면서 우리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한국 여성이 왜 좋은가요?”
“아름답고요. 지적이면서도 여성스럽죠. 그리고 가족에게 헌신적이고요. 세계 곳곳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성이 한국 여성인 것 같아요.”
“그냥 즐기자고 그러는 건 아니죠?”
“미스터 리..난 책임감 있는 사람입니다. 진짜 마음을 오해하지 마세요….”

그는 정색하고 내 말에 반박했고, 외국인이 한국 여성에 대해 호감을 가진 것이 내 마음을 움직여서 이후 100명 가까운 한국 여성을 소개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러는 동안 그는 한 번도 회비를 낸 적이 없다. 그만큼 수완이 있고, 한국적인 정서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처음에 그는 30대 중반이었는데, 주로 동갑, 1-2년 연상이나 연하를 소개받았다.
“역시 한국 여성”이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릴 정도로 마음에 들어 했다. 여성들 또한 인물 좋고 직업도 좋은 그에게 호감을 보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처음 한두 번 만났을 때는 좋다고 하는데, 교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성적인 능력을 의심도 해봤지만, 그는 혈기 왕성한 정상적인 남성이었다. 그는 꾸준하게 소개를 받았는데, 40대에 들어서면서 부쩍 나이 어린 여성을 만나는 쪽으로 요청하곤 했다. 그러다가 2-3년 사이에 10살 이상 어린 여성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수록 만나는 상대의 연령대도 높아져야 하는데, 그는 오히려 그 반대이다. 나는 그런 얘기를 했다.
“정말 결혼 의사가 있는 건가요?”
“Of course…. 무슨 문제 있습니까?”
“결혼하겠다는 사람이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 여성들을 만나겠다고요?”
“안됩니까? 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왜죠?”
“한국 여성들은 변호사 좋아하잖아요….”
“변호사라고 무조건 좋아하는 건 아니죠…. 직업이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보장해준다는 전제 하에서죠.”
그는 한국 여성들이 ‘사’자 신랑감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어느새 한국의 결혼문화에 적응했고, 남성 직업이 좋으면 나이 차이가 나도 만남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할만도 했다. 한국 여성들은 글로벌한 안목을 갖게 되었고, 국제결혼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사라졌다. 게다가 변호사라는 직업은 여성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니까.
그가 착각하는 데는 한국 여성들이 원인 제공을 한 부분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만남 결과는 좋지 않았다. 자신만만하던 그는 풀이 죽었다. 그와 맥주 한잔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한국적인 기준으로 그는 결혼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이유는 그의 경제 사정이었다.

알려졌듯이 미국은 렌트가 일반화되어 있다. 성인이 되면서 대부분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생활하기 때문에 학자금 융자를 받아 대학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취직을 하면 월급의 상당 부분은 이런 빚을 갚는 데 들어간다. 그 역시도 미국에 방이 몇 개였던 주택을 갖고 있는데, 장기 할부로 갚아나가고 있다.
이것이 미국에서는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지만, 한국에서는 갚아야 할 빚이 많은 빈털터리로 보일 수도 있다. 그가 원하는 지적이고 능력 있는 여성일수록 준비가 잘된 남성을 원하는데, ‘평생 렌트 인생인’ 그의 현실을 놓고 보면 거기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한국 여성들이 왜 나를 싫어할까요?”
“그건….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 한국에서 결혼 잘하려면 경제력이 있어야 해요.”
“나…. 변호사로 평생 일해요. 먹고 사는 거 아무 걱정 없어요.”
“00시 나이에는 적어도 몇억 이상은 현금으로 저축되어 있어야 해요. 한국에서는…. 저축 얼마나 했어요?”
“what? 저축 없어요. 미국에서는 부자 아니면 10만불, 아니 1만불 현금 갖고 있기 어려워요. 그래도 잘 살 수 있어요. 결혼해서 그거 다 필요한 거 아니고, 벌면 되잖아요.”
“그것도 맞는 말인데요. 이왕이면 다 갖춘 사람과 만나고 싶어해요. 00시처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여성을 만나려고 하면 경제력이 더 있어야 해요….”

나는 한국에서는 대부분 남성이 결혼해서 살 집을 마련한다고, 그래서 그 비용이 너무 많아서 결혼을 늦추거나 못하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고 얘기해줬다. 그는 그 정도인지는 몰랐다고 했다.
미국은 집도 빌려서 얻기 때문에 결혼하는 데 돈이 많이 안 든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국 여성과 결혼할 생각은 없나요? 미국은 느낌이 통하면 잘들 만나잖아요….”
“그래도 한국 여성들을 더 많이 만나봤고, 나는 변호사고, 그래서 좋아해 주고, 그래서 더 만나고 싶어요.”
그는 아직도 한국에서 변호사인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고 믿고 싶어했고, 그로 인해 누렸던 특권(?)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를 안지 10년 동안 그 좋았던 풍채는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이마는 점점 넓어지고 있고, 30대 중반이었던 인생의 황금기는 어느덧 40대 중후반으로 저물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좋았던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
그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여성 5명을 내 눈으로 확인한 순간, 더는 그에게 여성을 소개할 자신이 없어졌다. 그는 한국 결혼문화에 잘못 길들었고, 그래서 결혼하기 어렵다. 물론…. 한국 여성 어쩌고 하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미국에서도 결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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